삼양에서 보는 한국 자본주의 100년
삼양그룹은 지난 10월 1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인 1924년 설립됐으니, 혹독한 식민지 시절에 기업의 싹을 틔워 100년을 키워낸 셈이다. 농장이 첫 사업이었으니 당시 자본주의 선진국들의 기업에 비해 그 시작은 초라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삼양은 섬유·화학에 이어 항암제와 첨단 소재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 성장했고, 그새 한국 자본주의 역시 세계 10위권의 거함이 됐다. 그 과정을 함께한 삼양이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경제는 농업 중심의 1차 산업에서 가발, 섬유,신발, 합판등의 수출로 발전했으며 70년대부터는 중화학공업으로 석유화학,철강, 조선,자동차등 2차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10만 평방키로로 미국이나 중국의 백분의 일밖에 안되고 ,인구 5천만의 작은 나라다. 그러나 전자, 반도체,자동차, 2차전지,조선, 원전,방산,바이오,인터넷,인공지능, 로봇 등 여러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출국가로 성장하였고, K-Pop과 문학등 K컬쳐에서도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한 강소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대우,국제, 율산등 굴지의 재벌그룹들과 크고작은 기업들이 흥망성쇄의 과정을 거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기업이 창업하기도 어렵지만 유지, 성장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발전의 고도화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는 한편,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 되고마는 냉엄한 현실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삼양은 비교적 순탄하게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도모함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 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야말로 자본주의의 동력이라고 했다. 혁신으로 기존의 기술과 생산방식을 파괴해야 자본주의가 발전한다는 뜻이다. 삼양이 100년을 성장하며 한국 자본주의에 기여할 수 있었던 건 파괴적 혁신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장을 시작한 것도 농업 혁신을 통해 굶주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으며, 1941년 한국 최초의 해외 생산법인인 남만방적을 만주에 설립한 것은 '한반도'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어 삼양은 섬유·석유화학에도 진출했는데, 이들 산업은 1970·1980년대에 한국 자본주의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95년에 삼양은 항암제 제넥솔을 개발했으며, 2021년에는 반도체 소재 기업 엔씨켐을 인수했고, 올해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혁신할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도 '반도체'를 기반으로 '전기차' 와 '바이오' 같은 신산업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으니, 삼양이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에 발맞춰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의 성공은 창조적 파괴의 영웅인 창업가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김연수 삼양 창업자를 비롯해 이병철·정주영·구인회 같은 걸출한 영웅들을 배출했기에 한국 자본주의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이런 영웅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 한다. 비합리적인 규제나 험담, 심지어 가짜뉴스로 미래의 기업가 영웅을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