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李白)-장상사2수(長相思二首)
(첫째 수)
長相思在長安(장상사재장안) 그리운 우리님은 서울에 있네
絡緯秋啼金井闌(낙위추제금정란) 베짱이는 우물가에 가을 밤을 슬피 울고
微霜凄凄簟色寒(미상처처점색한) 무서리 쌀쌀하여 대자리도 차갑구나
孤燈不明思欲絶(고등불명사욕절) 외로운 등불 가물가물하여 생각마저 끊어질 듯
卷帷望月空長嘆(권유망월공장탄) 주렴 걷고 달을 보며 긴 한숨 부질없다
美人如花隔雲端(미인여화격운단) 아, 꽃 같은 우리님은 구름 끝에 가려 있네
上有靑冥之長天(상유청명지장천) 위로는 아득한 높푸른 하늘이요
下諭淥水之波瀾(하유녹수지파란) 아래는 넘실넘실 물결도 거세어라
天長路遠魂飛苦(천장노원혼비고) 하늘 높고 길은 멀어 넋도 날기 괴롭거니
夢魂不到關山難(몽혼부도관산난) 꿈에도 닿지 못할 관산의 어려움이여
長相思摧心肝(장상사최심간) 아 그립고 그리워라, 애간장이 무너지네
(둘째 수)
日色己盡花含煙(일색기진화함연) 날 저무니 꽃나무도 안개를 머금었고
月明如素愁不眠(명월여소수불면) 비단결 달빛 삼아 임 생각에 잠 못 이루네
趙瑟初停鳳凰柱(조슬초정봉황주) 봉황곡 비파 가락 한 곡조 끝마치고
蜀琴欲奏鴛鴦絃(촉금욕주원앙현) 원앙곡 한가락을 거문고로 타보지만
此曲有意無人傳(차곡유의무인전) 이 곡들에 담긴 뜻을 전해줄 사람 없으니
願隨春風寄燕然(월수춘풍기연연) 봄바람에 실어 우리님께 보내보네
憶君迢迢隔靑天(억군초초격청천) 임 생각 아득한데 푸른 하늘이 막고 있네
昔日橫波目(석일횡파목) 지난날 사모의 정을 보내던 이내 눈동자
今成流淚泉(금성유루천) 이제는 눈물샘이 되었어요
不信妾腸斷(불신첩단장) 애끊는 제 마음 못믿겠거든
歸來看取明鏡前(귀래간취명경전) 돌아와 거울 앞의 저를 보셔요
*이백[李白, 701 ~ 762,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 불린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으로 불렸고, 소년시대부터 검술을 좋아하여 협객 속에 끼어 방랑생활을 보내는 일이 많았으며, 42세 때 현종에게 그 시재를 인정받아 궁정시인이 되었으나 자유분방한 성격 등이 화근이 되어 장안에서 쫓겨나 다시 방랑하였는데, 두보가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기울인 데 대해서 이백은 자연과 술을 사랑하면서 절구에 뛰어났고, 작품으로는 “청평조사(淸平調詞)”, “장진주(將進酒)”, “월하독작(月下獨酌)”, “상삼협(上三峽)”, “협객행(俠客行)” 등이 있습니다.
*이백의 시를 밑바닥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은 협기(俠氣)와 신선(神仙)과 술이고, 젊은 시절에는 협기가 많았고, 만년에는 신선이 보다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술은 생애를 통하여 그의 문학과 철학의 원천이었으며, 두보의 시가 퇴고를 극하는 데 대하여, 이백의 시는 흘러나오는 말이 바로 시가 되는 시풍(詩風)이었다고 합니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인데, 長相思(장상사)는 옛악부제의 노래로서 같은 제목으로 지은 고래의 명시들이 많고, 이백의 이 전후수의 시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알뜰이도 보고 싶고 살뜰이도 그리운 남녀의 애절한 심사를 노래한 것이라 하고,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증정받은 이백의 장상사 이수를 이상봉 청와대 비서관의 요청으로 손종섭 선생께서 풀이하여 보낸 것이라 합니다.
*長相思(장상사) : 길이 연모함, 길이 못잊어함, 상사는 그리워함,사모함, 相은 상호의 뜻이 아니라 그를 대상으로의 뜻, 이는 옛 악부제로서 남녀간의 연정을 노래한 내용이나 우정 또는 경무하는 사이에도 암유로 쓰인다.
絡緯(낙위) : 베짱이
金井闌(금정란) : 아름답게 장식한 우물 난간
微霜(미상) : 가볍게 내린 서리
凄凄(처처) : 서느러운 모양, 쓸쓸한 모양
簟(점) : 대자리
靑冥(청명) : 푸르고 높고 멀어 아득한 모양
淥水(녹수) : 맑은 물
關山難(관산난) : 관산의 넘기 어려움, 관산은 고향산
摧心肝(최심간) : 애간장이 끊어짐, 애간장이 무너짐
月明如素(월명여소) : 부드럽게 흐르는 달빛의 황홀한 광파를 흰 비단 결에 견준 형용
趙瑟(조슬) : 슬의 미칭, 슬은 큰거문고라는 하는 현악기의 한가지, 전국 시대 조나라의 여인이 특히 잘 타서 이른 말, 비파와는 다르나 특히 부부의 화합을 기리는 금슬(琴瑟)의 경우에는 비파로 관칭되기도 한다.
鳳凰柱(봉황주) : 주는 거문고 따위 현악기의 줄을 떠받혀 괴는 작은 기둥 모양의 기구, 괘, 기러기발, 안족, 안주 등으로 불리는데, 여기서는 봉황곡을 탈 때의 안주(雁柱)의 뜻
初停(초정) : 처음으로 그침, 긴 곡을 타고 비로소 끝냄
蜀琴(촉금) : 거문고의 미칭, 한의 사마상여가 촉에 갔을 때 과부인 탁문군이 상여의 거문고 가락에 혹하여 밤중에 달려가 그의 아내가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
鴛鴦絃(원앙현) : 현은 현악기의 줄, 원앙현은 원앙곡을 연주할 때의 줄이라는 뜻
燕然(연연) : 몽고에 있는 산명이자 지명, 옛날 흉노와 대치하던 곳이었으므로 여기서는 새외지방의 뜻으로 범칭되어 남편이 수자리 살고 있는 곳을 가리킴
橫波(횡파) : 은근한 정을 이성에게 보내는 눈길, 추파(秋波)
看取(간취) : 자세히 봄, 챙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