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五蘊)과 오취온(五取蘊)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견해에 따라 괴로울 수 있고 괴롭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살지만 사실 몸과 마음을 가졌다고 무조건 괴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집착하는 순간부터 괴로움이 생긴다. 몸과 마음을 가졌지만, 나의 몸과 마음이 아니라는 지혜가 나면 하등에 괴로울 이유가 없다. 몸과 마음이 나의 몸과 마음이라고 생각해서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몸과 마음을 집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라는 마음이 없어 몸과 마음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성품인 무상, 고, 무아를 아는 지혜가 난다.
몸과 마음을 집착하면 이기적 욕망이 눈을 가려 존재의 성품을 알지 못해서 사물의 이치를 역행한다. 이런 차이로 인간의 삶이 괴로울 수 있고 괴롭지 않을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내가 있다는 견해가 생기기 시작하고 그래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생긴다. 내가 좋은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좋아서 집착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도 무조건 싫은 것을 집착한다. 내가 있어서 나의 감각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집착하기 때문에 불가피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구조적 현상 때문에 삶이 괴롭다.
모든 것을 아시는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다섯 가지로 나누셨다. 이것이 바로 오 온(五蘊)으로 색, 수, 상, 행, 식이다. 오온은 다섯 가지 무더기라는 뜻으로 인간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하여서 살고 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오온을 지배하는 어떤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조건에 의해서 작용하므로 무아의 진리를 밝히고 있다. 바로 오온을 나의 것으로 생각해서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온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면 오온을 집착해서 오취온(五取蘊)이 되어 괴로움이 생긴다. 하지만 오온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단지 오온에 그쳐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은 오온을 나의 것이라고 집착해서 괴로움뿐인 윤회를 한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은 성자는 오온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아는 지혜가 나 집착을 하지 않아서 윤회가 끝나 괴로움이 소멸한다. 똑같은 오온을 집착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괴로움이 있고 없는 것의 차이가 된다.
오온이 나의 것인가 아닌가를 알려면 반드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위빠사나 수행을 해야 한다. 위빠사나 수행의 목적은 존재의 성품인 무상, 고, 무아를 아는 수행이다. 이와 같은 존재의 성품을 알 때만이 집착이 끊어져 괴로움이 소멸한다. 내가 있는 한 결코 집착을 버릴 수 없다. 오온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위빠사나 수행이 아니면 결코 존재의 성품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수행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의 성품을 아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지녀온 자아를 없애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행은 자신이 가진 감각적 욕망의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평소에 쌓은 선한 일의 공덕이다. 선한 공덕의 인과응보가 밀어주는 힘이 없으면 습관대로 살아서 새로운 삶을 살기 어렵다. 또 선한 일의 공덕이 있으면 바른 가르침과 바른 스승을 만나 온갖 장애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면 전에 없는 정신세계를 경험한다. 그리고 차츰 성냄이 줄고 탐욕이 줄어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행을 하면 내가 가지고 있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저항을 한다. 그래서 수행자가 예민해질 수 있다. 이때 자아가 더욱 기승을 부리므로 계속해서 자만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바른 것만으로는 수행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 바른 것과 함께 부드러움이 있어야 한다. 바름만 있으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서 수행의 장애가 생긴다. 그러므로 바른 것과 함께 부드럽고 유순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수행을 지도하는 스승은 바른 것도 밝혀주지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하는 유순함도 함께 지도한다. 전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려면 반드시 바른 스승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진리도 중요하지만 먼저 당면한 현상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스승 없이 깨달음을 얻으신 분은 오직 부처님밖에 없다.
첫댓글 부처님은 오온을 단지 오온이라고 알지만, 인간은 오온을 나의 오온이라고 집착하여
아는 것임을 느껴봅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두 사두 사두
나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