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령(王昌齡)-서궁추원(西宮秋怨)(서궁에서 가을을 원망하다)
芙蓉不及美人粧(부용불급미인장) 부용도 못 미칠 미인의 단장
水殿風來珠翠香(수전풍래주취향) 수전에 불어드는 연꽃의 향기
却恨含情掩秋扇(각한함정엄추선) 품은 정을 못 잊는 버려진 가을 부채여
空懸明月待君王(공현명월대군왕) 공연히 명월에 기대어 황제를 기다리네
*왕창령[王昌齡, 698~755, 자는 소백(少伯)]은 성당 때의 시인으로 변새시인으로 유명하였는데, 참고로 변새시인이란 성당에 이르러 전쟁이 더욱 빈번해짐에 따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등 심각한 관심사가 되었고, 또, 벼슬길로 진출하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던 많은 문인들이 애국 열정을 가지고 공을 세워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붓을 던져 버리고 분분히 전장으로 나갔고, 때문에 변새시인들은 변방의 풍부한 경험을 얻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비분강개한 낭만주의적인 대량의 변새시를 창작함으로써 새로운 시파를 형성하였다 하며, 그 주요한 시인으로는 고적(高適), 잠삼(岑參), 왕창령(王昌齡), 왕지환(王之渙), 이기(李頎), 왕한(王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인데, 총애를 잃은 후궁이 헛되이 황제를 기다리는 공허한 심정을 노래한 시라고 합니다.
*형식 : 칠언절구(七言絶句)
*西宮(서궁) : 한나라 성제成帝가 조비연趙飛燕을 사랑하게 되자 반첩여班婕妤는 서궁(西宮-長信宮)으로 밀려나게 되었는데, 조비연趙飛燕 자매는 성제의 마음이 혹시라도 반첩여에게 되돌아갈 것을 염려하여, 반첩여가 황제를 중상 모략했다고 무고하여 그녀를 옥에 가두게 만들고, 진상을 조사한 결과 반첩여의 혐의는 풀렸지만 반첩여는 그들의 또 다른 모함을 피해 태후를 모신다는 핑계로 옮긴 태후의 궁전인 장신궁長信宮으로 갔고, 오래도록 믿음을 받는다는 장신長信이라 이름의 궁궐이었으나 그녀의 바람과 달리 가을 부채[秋扇]처럼 황제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반첩여는 스스로를 추선秋扇이라 불렀는데, 서궁추원은 이 이야기를 다룬 옛 악부에 따라 후인들이 노래한, 많은 노래 중 하나다.
芙蓉(부용) : 무궁화과의 낙엽 관목으로 초가을에 흰색이나 담홍색 꽃이 피는 연꽃을 가리킴
水殿(수전) : 연당蓮塘의 한가운데 지은 별전別殿
珠翠(주취) : ‘구슬 주, 물총새 취’자로 ‘주옥과 비취’를 뜻하며 여기서는 ‘구슬과 비취로 만든 여인의 머리 장식품’ 또는 붉은 연꽃 푸른 연잎의 향기.
掩秋扇(엄추선) : 버려진 가을 부채, 버림받은 여자를 비유, 반첩여가 그의 원가행怨歌行에서 자신을 추선에 비유한 데서 인용한 것
空懸明月(공현명월) : 한무제의 사랑을 잃은 진황후陳皇后를 위하여 쓴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장문부長門賦에 나오는 懸明月以自照를 인용한 것. 공은 하늘과 공연히의 중의. 부질없이[空] 밝은 달에[明月] 자신의 모습을 걸어서[懸] 황제가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 한무제漢武帝의 총애를 잃은 진황후陳皇后(진아교陳阿嬌)가 장문궁長門宮(장문궁)에 별거할 때 진황후가 황금 100근을 사마상여司馬相如에게 주며 글을 지어달라 하여 ‘장문부長門賦’를 지어 주니, 한무제가 이 글의 ‘현명월이자조懸明月以自照, 밝은 달이 공중에 걸려 절로 비추네’을 보고 감동하여 진황후를 다시 총애하게 되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