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비인면 선도리의 지척에 있는 비인면 성내리에 백제시대 탑으로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비인리 오층석탑이 있다.
잃어버린 왕국’으로 표현되는 백제의 땅에서 아름다운 백제 탑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것은 그만큼 백제 멸망 이후 백제의 문화재들이 수난을 받아 사라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남아 있는 것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왕궁리 오층석탑, 정읍 은선리 삼층석탑, 장하리 삼층석탑과 미륵사지 석탑 등 몇 개뿐인데, 그중 하나를 비인에서 만날 수 있다. 서천군 비인면 성북리 마을 한 귀퉁이에 우뚝 서 있는 비인 오층석탑은 서천군에 있는 단 하나의 보물(제224호)이다. 높이가 6.2미터인 이 탑은 백제 탑의 전형을 이룬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세부 양식을 가장 충실하게 모방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기단이 협소하고 2층 이상의 탑신석들이 지나치게 감축되었으며, 각 층의 옥개석들이 지나치게 커서 안정감을 잃고 있다. 조성 연대가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이 탑은 현재 마을 귀퉁이에 쓸쓸히 서 있지만 백제의 여인처럼 바라볼수록 아름다은 그 탑을 두고 시 한 편을 썼다.
비인 오층석탑에서
-탑 옆에 서 있던 살구나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선 여인 같이 다소곳하게 서 있는
백제 탑 옆에
다소곳하게
살구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어느 해 초 여름
그곳을 지나던 나그네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빼닮은
아름다운 그 탑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처녀의 해맑은 볼같이
잘 익은 살구를 보았지.
무심코 몇 개를 따서
돌아가던 길
잘 익은 살구를 뽀개어
입어 넣었지.
극락에서 따온듯
말로는 표현조차 할수 없는 그 맛에 이끌려
그곳으로 다시 가
손안 가득
그 살구를 따왔지.
어느 해 초 여름
다시 비인 성 북쪽
그 탑을 찾아 갔지.
아니 성북쪽에 있는
살구나무를 찾아갔지.
그런디.
살구나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긴 그림자 드리운 탑만
덩그랗게 서 있었지.
조선의 새악시 같은
탑 옆에
살구꽃 피고
살구가 익고
이름 모를 나그네
살구 따 먹고
그렇게
대대손손 세세천년 이어져서
천연기념물로 남을 뻔 했던
살구나무가 사라져
더 외롭게 보이던
서천 비인 성북리 오층석탑.
비인해변에서 해변을 따라 올라간 곳에 작은 섬 둘이 있는 쌍도가 있고, 월하성 마을을 지나면 차박으로 널리 알려진 띠섬목해수욕장이 있다. 알찬 앞과 월호리 사이에 있는 띠섬은 모도라고도 부른다. 서울시 서천연수원을 지나 서천군 서면 신합리에 이른다. 신합리 중앙에 있는 마을인 합전마을은 예전에 바닷물이 드나들어 조개가 많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고, 합전 북쪽에 있는 버머성국이라는 산이 있느데, 산의 모양이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바다 건너 마량리에는 조선 중기인 효종 7년에 남포현에 있던 진鎭을 옮긴 마량진 터가 있고, 그곳에서는 서천 일대에서 지는 일출을 볼 수가 있어서 신년에는 발디딜 틈이 없다. 해오름 관광농원을 지나 서도 초등학교를 지나 옛 이름이 틈개로 탄동, 또는 흥원이라고 부르는 홍원항에 이른다.
날이 맑아도 좋고, 흐려도 좋은 바닷가 길, 김광석의 노래말과 가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며 걸었던’ 서해랑 길, 그 바다 지금도 끓며 넘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