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놀이
문설
무언가에 사로잡혀 날마다 악몽을 꾼다
아무도 모르게 남쪽으로 깊이 뿌리를 묻었지만
꿈을 벗어난 불안이 북쪽 창으로 잔가지를 뻗었다
간밤에 몰아친 번개와 폭우는 또 얼마나 무서웠던가
천운만이 목숨을 지키는 유일무이한 수단일지 몰라
밤이면 운명의 이파리를 하나씩 지상에 내려놓았다
바람의 목도리를 두른 계절의 오래된 냄새가 좋았다
화려한 기분에 우쭐대던 미숙함이 후회로 남고
손을 내밀어 구름의 기억을 꺼내 본다
흐린 날은 과거에 스친 미래를 알기 위한 것
어릴 때의 가벼운 말과 놀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정답을 얻으려면 가슴의 그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과 가을 사이 농익은 질투가 생겨나고
그 순간 둥근 열매가 맺히다가 지구와 충돌한다
다시 시작된 가면무도회는 공손하면서 관능적이다
누군가 몰래 눈물을 훔치며 떨어진 사과를 씹어먹는다
가면이 벗겨지자 마른 기도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해가 뜨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아침이슬
행성 저 너머 고독한 별똥별에 전하는
온유한 예언이다 누군가 북쪽 창문을 닫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8월호 발표
문설 시인
2017년 ≪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으로 『아쿠스틱 기타』(시인광장 2024)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