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에서 아마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로 생각해.
더군다나 요즘은 아이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기도 하니까...
난 할 줄 몰라.
아니, 해볼 기회 조차 내겐 부여되지 않았지.
# 때 : 81년 7월의 어느 날
곳 : 육군 장교 휴양소
나는 군 생활을 즐기고 있었어.
정말이지 즐겼다는 게 옳은 표현일것이야.
난 정말이지 내 삶의 운이 참 좋았던 거 같애.
늘 운으로 살고......뭐 그런 거 같더라구, 돌이켜 보면 말야.
언젠가...
팀스피팃 훈련의 지원시스템문제로 때 아닌 일 때문에 모시고 있었던 사령관과 함께
강원도 홍천인가 하는 곳으로 따라 갔었는데.....
아고.....그 넘의 통역장교 녀석이 갑자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땜방으로 갔던 황당한 시기였기도 하고...
그냥 그냥....어쩌구 해서 잘 넘기고,
돌아 오는 길에 육군 장교휴양소로 갔지.
근데 그 곳이 도데체 어딘지를 아직도 잘 기억이 안나.
참 좋더라구.
아들을 낳으면 난 반드시 장교로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곳이었어.
적당한 휴양림에...
테니스코트와 농구, 배구, 조구시설까지..
사우나와 호화판 식당에 잠자리하며..
온갖 종류의 휴게시설이 정말 쉬기 좋은 곳으로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지.
아마도 군바리의 눈으로 봤으니까 더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몰라.
그 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한 가지...
그건 바로 수영장!
그것도 실내가 아닌 적당한 햇볕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게다가 그곳에 늘 근무하는 기간병 코치...
언제나 가르쳐 달라면 성실한 자세와 태도로 가르치는..
난 거기서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어.
생각해봐.
홍수가 나서 물에 빠져 죽거나,
이 담에 배를 타고 놀러 가다가 수영을 못해서 익사하는 생각..
게다가 예쁜 여자친구랑 놀러가서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 거리는 그녀를 늠름한 모습으로
구출해 주는 즐거운 상상까지 곁들인다면.....쩝..
이왕이면...히힛....
구조해 준 다음에....인공호흡까지 하면서 말야...아고~~~
그러니 내가 왜 아니 결심을 하랴.
기간병 녀석 왈..
"5분이면 됩니다. 금방 배우실 수 있습니다."
쩝, 녀석 내가 저처럼 그렇게 운동신경이 발달한 줄 아나...
암튼...Go....했어.
까짓게 "못 먹어도 고지모..그렇잖아...
(참고로 난 장교는 아닌데, 늘 머리를 길러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착각한거지, 장교는 절대 아님....다만 장성 출신임..
아, 물론 여자들은 잘 모를거야, 5대 장성이라고 있어.^^*
히힛......준장, 소장, 중장, 대장....그 위에 병장말야, 하하하)
수영을 가르칠 도구는 너무 간단했어.
팔 젓는 법과 발..장구치는 법..
것참....동시에 손과 발을 움직일려니 그게 그리 쉽지를 않더군.
손을 당기면, 발이 가만 있고...
발을 장구치면 손이 가만 있고..
암튼 난 기어코 해내고 말았어.
손과 발..따로 움직이는 걸 말야. ^^*
농구공을 가슴에 안으랬어, 그 아이가..
그리고 발만 장구를 치라길래....
그리고 난 그것 역시 장하게도 해냈어.
공을 가슴에 끌어안고 발을 치니까 앞으로 나가더군..
그 다음에는 공을 잡은 채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발만 움직이라고 해서
그게 쉽질 않았어. 몸이 옆으로 홱 하면서 한바튀 돌고 말야.
아마 몸의 중심잡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냈어.
난 역시 장한 대한의 남아였지.
나중엔 축구공과 배구공을 가지고 똑같은 걸 반복해 주더라구.
물론 난 다 해냈지.
내가 누구야. 난 장한 대한의 남아랬잖아. ^^*
쩝..
그 다음 코스는 맨손으로 수영하는 마지막 난관이 기다렸어.
난 자신했어.
수영장의 깊이는 겨우 내 목 깊이 정도니까
죽을 염려는 없으니까....말야. ^^*
그 아이가 내 배를 손으로 받쳐주고
"자, 이제 제가 손을 빼더라도 아까 하신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시면 됩니다."
"자, 뺍니다. 연습과 똑같이요....."
샤샥~~~
그 아이는 손을 빼냈고,
난 유유히 손을 저었어.....물론 발장구 잊지 않았어.
앞으로 나가더라구....앞으로 앞으로.
그리고....
난 나의 배가 그 풀장의 바닥에 닿을 때까지.....
잊지 않고 저었지.
쩝...
아무래도 수영과 난 인연이 없었던게지.
그 때까지는...적어도.
# 때 : 1995년 8월의 어느 날
곳 : 미사리 조정 경기장 옆 한강...
내 아는 선배 중에 한분이 유독히 물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셔.
특히 이 양반은 수상스키를 너무 좋아해서
벤츠 값이 나가는 수상스키 전용보트를 수입했으니
가히 수상스키 매니아가 맞는 말일거야.
이 양반의 골프핸디가 싱글이었는데
골프는 스트레스를 더욱 받는 스포츠라고 해서 딱 끊어 버리고 말야.
거 사랑하는 애첩을 버리는 용기보다 더 끊기 힘들다는 골프까지도 안하니
그 양반의 결심 또한 수준급이지.
나보고 수상스키를 가르쳐 줄테니까 같이 타자고 하더라구.
난 수영을 못해서 안된다고 하니까
그 양반 왈, "수상스키는 그런 거 필요없다. 라이프자켓이 있잖아."
맞았어.
물에는 라이프 자켓이 있었던거야.
난 왜 그걸 몰랐을까....쩝..
그래도 맘이 놓이질 않아서 친구 녀석 한명하고 같이 가자고 했지.
해태건설에 다니던 김모 부장이라는 녀석인데
키가 180이 넘고 몸무게 또한 80키로를 훗가하지.
무엇보다 태권도가 공인5단에 만능 스포츠맨인지라
이 친구랑 술 마시러 가면 별로 두려울 게 없던 그런 녀석이었어.
아고~ 그 넘의 술 얘기가 여기서 또 나오네.
암튼 즐거운 토요일 오후,
갑작스런 결정에 우린 미사리로 차를 몰고 가다가 말고
암사동으로 빠져서 시장엘 들렀지.
왜냐구?
헐..
수영복은 사야 될 거 아냐. 쩝..
그래도 이 나이에 쫄팬티 수영복은 안될거고
트렁크 형의 팬티를 두장 샀어. 칼라도 멋 있는 그런....
우린 먼저 내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지 모른다는 그 선배의 배려로
보트 뒤의 튜브메어 타기부터,
바나나보트라고도 불리우는 워터슬레이까지 다 하고..
본격적으로 수상스키를 배우기 시작했어.
우선...말야.
한강의 한 가운데 보트를 몰고 가서 나를 물에 내려 놓더라구.
그리고는 휭하니 가버리는 거야. 잠깐 기다리는 말만 남기고.
구명 조끼 다들 입어 봤겠지. 쩝.
그게 그리 좋은 건 아니더라구.
그것만 입고 물에 들어가니까,
세상에나 물이 턱 바로 밑에까지 잠기더라구.
눈만 물에서 딱 꺼내놓고 둘러보는 한강....
에고~~한강이 그렇게 큰지는 몰랐어.
엄청 멀더라구. 한 가운데서 끝까지 말야.
게다가 시커먼 물 속에서는 뭔가가 나를 확~하고 잡아 챌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목조르는 기분까지...
정말 3분 정도의 시간이 공포였어.
물론 나?
난 늠름한 척 했지.
"무섭지 않았냐?"라고 묻는 그 선배의 말에 말야.
쏙으로는.....에혀~
날 그렇게 물 속에 남겨둔 이유는
물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시키기 위해서 였다누만...
헐...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는 압구정동에서 스포츠용품점을 하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어.
우린 그 아주머니를 "깜씨"라고 불렀어.
완전히 아프리카 니그로족을 연상시키는 피부색깔이....
나이는 40대 중반 쯤 되었을거야, 그 당시에..
근데...이 깜씨 아줌마가 항상 오후 1~2시 정도면
한강에 와서 "카누"라고 부르는 배를 저었어, 운동으로 말야.
그게 굉장히 힘든 운동이었을거야.
두 바퀴를 도는 데 마지막에는 한강의 한가운데서
옷을 완전히 홀라당 벗고~~~~에혀....
(담에 올 때는 꼭 망원경을 가지고 와야지.
한강에서 왜 그게 필요하냐구?
아고~~ 묻지 말어. ^^*)
유유히 5분 정도의 수영을 하고
그리고 다시 옷을 입고는 카누를 묶어두고 가는거지.
암튼....난 수상스키를 탔어.
그거 엄청 힘들어. 10분 이상을 탈 수가 없을 만큼....힘이 들더라구.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보트를 몰기 때문에
고개만 숙이면 그냥 강 물속으로 빠지고,
만약 옆으로 넘어지면 넘어진 쪽의 몸 전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무척 아프기도 하지.
물론 탈 때는 모르지만...
드뎌.......부르릉....
"준비됐재?" 음...참고로 그 형은 갱상도 보리출신이야, 울산이라고..
난...물에 떴어.
그것도 단 한번에..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불과 10초를 넘지 못했어.
옆을 살짝 보는 순간 몸이 앞으로 구부려 지면서
그냥 잠수했지.
엄청난 속도 때문에 도데체 내가 얼마나 깊이 잠수했는지 조차도 모르겠고..
암튼 눈을 떠야 된다는 생각에
보니까 저 밑이 뿌옇길래....
그게 위 인줄은 금방 눈치챘어.
그래서 허우적 거리면서...물위로 떴어. 쩝..
아~~~물론
위에 떠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하는 건 잊지 않았어.
그래도 사람이 체면이 있지 말야.
근데....
근데 말야..갑자기 기분이 묘하더라구.
뭔지 모를 허전함...같은 게..
스키 한 쪽은 벗겨져서 저 쪽에 있고
한쪽 발에 아직 신겨있는 스키의 끝에 뭔가가 대롱대롱......
허걱.....
그건 내 수영팬티였어...
아까 산 그 트렁크 팬티 말야.
쩝....물론 속에는 언더팬티도 난 입지 않았지.
아~~~
정신없이 팬티를 잡고 다시 입는데....
그게 쉽지를 않더라구.
하하하하.......라고 웃는 웃음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길래
돌아 보니까...
에구~~~~~
그 옆에선.....카누 타는 그 깜씨 아지메가....
요절복통을.....
쩝 여자가 말야, 손으로 입이나 가리고 웃을 일이지.
그 넘의 날씨는 왜 또 그렇게 맑은지.
에구구구..
그럼 내 걸 다 봤다는 얘기 아냐? 에혀~~~
알고 봤더니....
글쎄 트렁크 팬티의 속에는 끈이 또 있더라구.
나?
물론 난 그걸 몰랐지. 쩝..
암튼 난...
아직도 수영을 못해.
아고...그넘의 수영...철천지 웬수 같으니라구
God Bless You,
첫댓글 ㅎㅎㅎ.....덕분에 웃고 갑니다. 후훗...감사합니다
me too! ㅎㅎㅎ 깜씨 아지메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얘기만 들어두 푸훗~ 웃음이 나는디~ ㅋㅋ
수영 못하는 그 기분 이해가 갑니다 덕분에 잘웃고 가요
ㅎㅎㅎ 즐겁게 출근합니다.
쩝 ㅋ
와~우 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그 아지메.....음..별로 볼 게 없어서 아마 눈만 버리고 갔을지 모르겠군요....^^*
출렁이는 물속이라 깜씨아줌마....아무 것도 못봤다나요??? ㅎㅎㅎ
전 수영도 못하지만, 그 흔한 자전거도 못타요~^^ 글이 참 재밌네요
넘 재밌어요. 신비의산책님! 잘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