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나는 외롭다고 말하려 하네. 내 말이 그냥 그렇게 들린다면 누군가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려 하네. 그래도 그냥 그렇게 들린다면 누우렇게 풀잎이 시들어가는 언덕 너머로 흐르는 흰구름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려 하네.
차가운 유리창에 부딪혀 가느다랗게 떠는 말의 꼬리, 그 너머 한 잎 한 잎 지는 담쟁이 이파리, 다시 그 너머 휴지쪽처럼 휘날리는 길들…
그대여, 나는 그대라는 말의 추억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려 하네. 그러나 나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아네. 아직도 외로워하는 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사랑의 뒷끝이 얼마나 쓸쓸한지 너무 잘 알기에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네.
오늘도 바람이 부네
창문을 잠그고
외롭다는 말 한 복판
돌을 던지고
풍덩하는 소리와
둥글게 퍼지는 파문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