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벌한 말들이 횡행하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자의든 타의든 죽을 때까지 ‘일’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운명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과 생활에 관해 늘어놓는 자랑과 만족 섞인 투정, 갈등과 차별에 대한 불평과 분노, 미래에 대한 상상과 희망 등을 통해 ‘삶으로서의 일’의 의미는 더욱 커지며 모든 일은 결국 '성공'을 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향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성공은 '연봉과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연봉과 우승'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지니면서도 그것으로 나아가는 방식과 과정은 선수마다 다르며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 또한 개인마다 다르다. 팬들에게는 즐기는 듯 보였지만 로드맨은 자신과의 처절한 승부를 했으며 페어 플레이 정신만 묻어날 것 같았던 스탁턴은 때때로 승리를 위해 더티 플레이를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누구나 비슷한 평가를 할 것 같다. 왜냐면 그는 언제나 스포츠 자체의 순수한 에너지와 열정을 지켰기 때문이다.
09-10 시즌이 시작 되었을 때 내쉬에게 주어진 카드는 많지 않았다. 득점은 뛰어나지만 수비 따윈 관심없는 파트너와 운동 능력을 잃어가는 가드, 은퇴를 앞 둔 3번과 검증되지 않은 센터. 그가 이 팀에 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 오프에 탈락한 지난 시즌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는 말 했다. 『 사람들은 수비 위주의 저 득점 농구에 대해서 반감을 나타 내면서, 정체된 농구때문에 리그의 인기가 무너진다고 말 하면서도 결국에는 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박탈하고 승리만을 울부짓지 않습니까? 그런 냉혹함을 몇번 씩 곱씹어보면서도 이런 방식의 농구를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런앤건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뿐아니라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
생물학적 숫자를 기준으로 끝나가는 내쉬. 하지만 시대가 원하는 가드보다 팀과 자신이 원하는 가드로 남고 싶다는 내쉬의 다짐에는 알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이제 그도 35세, 결코 적지 않은 나이 . 불길이 타오르는 것처럼 내쉬의 시계 바늘은 빨리 돌아갈 뿐이다. 하지만 내쉬의 절대적 믿음 때문이였을까? 전문가들의 암울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태양의 전사들은 개막후 4연승을 내다렸다. 그 이후로도 잠시 빛나는 별이 아닌 절대적 태양으로 돌아왔다는 증명의 13승 4패. 더구나 17경기에서 연패가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예전의 선즈의 돌아왔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TNT 패널중 한 명인 케니 스미스는 말 한다. 『 그들은 자신만의 능력으로 완성체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내쉬가 그들의 그림자를 책임져 나가면서 그들은 팀원으로써의 완성체가 되었다. 다시 돌아온 것은 다름아닌 2 TIME MVP 다. 』
하지만 이러한 찬사에도 내쉬의 태도와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외적으로 풍겨지는 내쉬의 온화함은 평소와 같았고 연습에 임하는 자세는 언제나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심볼이 내쉬의 진정한 모습을 흐리기도 하고 가끔은 막스의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데 보낸다는 것은 절대적 사실이였다.
누구나 내쉬 정도의 스타가 되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애정 생활, 돈버는 능력 등에 생각하기 마련이고 포드 를 타고 제이콥과 에밀리오푸치로 온갖 치장을 하지만 내쉬는 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빨리하고, 더벅 머리를 좀 턴뒤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은 채 두 딸과 함께 경기장을 나설 뿐이다.
모든 팀원들은 선즈의 리더에 대해 말 한다. 『 내쉬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기록지를 보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멋지게 차려입지 않을 것이다. 말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 그 누구보다 빨리 연습장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
어쩌면 조던 - 코비와 비교했을 때 내쉬는 작아 보일지도 모른다. 90년대 부터 현재까지 리그의 가드 부분은 이 두 선수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미디어는 조던과 코비의 하이라이트를 몇 번씩 재생하며 그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조던은 1998년 파이널 6차전에서 자신의 25번째 클러치 슛을 성공, 총 6번의 챔피언 반지를 차지 함으로써 시대의 모든 영광을 거머 쥐었다.
코비는 2006년 1월 23일 랩토스전에서 무려 81점을 기록, 마이클 조던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인 69점을 뛰어 넘어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하지만 내쉬는 그들처럼 스팟 라이트를 독차지할 수 있는 순간 조차도 '패스'를 했다. 우리가 내쉬의 패스를 놓쳐서 안 될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그렇게 내쉬는 조던처럼 큰 임팩트는 발휘하진 못했지만 대중에 휘둘리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팀원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0910 시즌 선즈의 재기는 리더를 향한 절대적 믿음과 완벽한 팀워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오른 태양은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상성을 가로질러 형언 하기 어려운 영역을 뛰어넘으면서 특유의 저력 발휘, 리그 전체 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시즌 중반 잠시 무뎌지긴 했지만 3월에는 10연승을 달릴 만큼 뒷 심도 강했다.
0910시즌 피닉스의 도전은 불 확실성 속에서 시작됐지만 그 불 규칙하게 배치되어 있던 조각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견고한 무게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중심에 '돌격 대장' 내쉬가 있었다. 내쉬는 선즈의 그림 기반을 제공하면서 구축된 도식의 정점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팀을 이동시켰다. 선즈가 이 해에 얻게된 트로피는 힐의 스포츠 맨쉽 어워드가 전부였지만 기대보다 횔씬 성공적으로 끝난 시즌에 모두가 즐거워 하며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리더는 자신과 팀에도 이런 체제에 대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아마레는 팀에 남지 않을 것이며 몇명의 유망주들은 팀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쉬가 선즈와 재계약 한 이유는 팀에 대한 애정과 기대였다. 이번 시즌 그와 팀이 반드시 재기해야 했던 이유는 발전 조차 없다면 이 팀의 체제가 사실상을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행복한 진행 속에서도 내쉬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블레이저스를 넘기 무섭게 '난적' 스퍼스가 그를 가로 막고 섰다. 이미 세 번이나 내쉬가 정상으로 가는것을 찢어 놓았던 적수다. 하지만 내쉬는 자신이 있었다. 연습생도 도제 훈련을 통해서 끊임없이 틀린 바를 깨우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필요한 기술들을 연마하다 보면 결국은 완성된 기술자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쉬는 산왕을 방심하지 않고 상대한 덕에 그동안 쌓여진 내성을 바탕으로 그토록 원하던 한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스퍼스 수장은 말 했다. 『 우리는 전에 그에게 6바늘보다 더 많은 바늘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컴백해서 경기를 했다. 그래서 이 모든게 그에게는 정말 달콤할 것이다. 그는 우리를 이길려고 정말 많이 기다려 왔을 것이다. 나는 그런 class, class, class 한 선수가 해낸 것에 대해서 기쁘다. 나는 스티브가 싫지만! 그는 정말 훌룡한 선수다." 』
내쉬는 소리쳤다. 마지막 게임처럼 뛰어야 할 때가 왔다고... 네임 벨류로는 상대가 안 되는 적수들을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상대할려면 그 정도의 각오는 있어야 했다. 결코 쉽지 않는 시리즈, 이 연속 게임에서 X 팩터 역할을 해야 했던 채닝 프라이의 부진덕에 선즈는 끌려갔지만 내쉬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 없었다.
젠트리는 귓 속말로 질문했다. 『 8번을 계속 믿어줘도 되겠어? 』 온화한 눈빛으로 지긋이 두 눈을 감는 내쉬의 표정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다. 4차전까지 3점슛 20개를 던져 1개밖에 못한 프라이는 5차전에만 4개의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내쉬는 힘을 주어 말 했다. 『 대부분의 선수는 부진한 이유를 말하는 것에 주저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팀원들을 애태우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정말 잘 하고 싶다는 진실이 보인다면 아무말 없이 패스 해야 합니다. 』 하지만 안 되는 게임은 없다고 말 하는 내쉬로써도 감당하기 힘든 시리즈였다. 내쉬는 홀로 고군분투 하던 시절의 코비처럼 힘없이 패했다. 며칠 전 까지만 하더라도 희망에 찼던 내쉬의 얼굴은 금새 눈물로 얼룩 졌다. 클래식을 추구하면서 우승을 향해 뛰었던 내쉬의 한 시즌이 또 한번 비극이라는 언덕에 머물렀다.
24개의 눈이 구석 락커앞에 서있는 내쉬를 향했다. 내쉬는 셔츠를 벗은채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뭔가 말하려는듯이 보였다. 몇번 눈을 깜빡대고 입을 굳게 다물더니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내쉬는 눈물을 흘리며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젠트리를 감싸 안았다.
내쉬는 말 한다.
뭐, 누가 알고 있겠습니까? 제말은, 올해 선즈가 굉장한 시즌을 보냈지만, 결국 끝까진 미치지 못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저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고요. 여전히 많이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즌은 다 끝났고, 이제 저희는 내년을 신경써야죠. 진부한 표현에 상투적인 문장이네요. 하지만 특히 제 나이에선 더욱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동안 피땀나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농구공을 제일 많이 만져보고, 농구공을 제일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그 누구에게도 농구와 관련된 것들은 지기 싫었습니다. 그래도 연습은 정말 힘듭니다. 만약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농구를 하지 않을 것 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제 손에는 농구공이 들려있었죠. 농구라는 것은 정말 괴로운 것입니다.
만약 신이 당신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대신, 농구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어쩌겠습니까? 농구를 포기 하겠나요? 아니면 농구를 선택하겠나요? 저는 농구를 택하겠습니다. 만약, 여러분들도 농구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농구인 입니다. 당연한것 아니냐구요? 그렇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은 왜 농구를 택했나요? 농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왠지 그것을 골라야 이치에 맞는것 같기 때문에? 농구를 하고 싶기 때문에? 만약 누가 제게 그런 질문을 했다면 전 이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행복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농구가 주는 괴로움을 사랑합니다. 그 괴로움이야 말로 제 행복입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그 괴로움은 항상 제게 행복이란것을 주니까요.
모두가 제가 한번도 파이널에 올라가본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흠, 아마 평생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그룹에서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멋진 보상을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한번도 파이널에 가본적이 없고, 챔피언쉽 획득을 못 하였지만 제 지난 6,7년 커리어, 선즈에서 플레이 했던게 이미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누구하나 비난할 선수 없습니다. 모두가 훌륭했기 때문이죠. 제 팀메이트들, 코치님들, 스태프, 선즈라는 조직, 그리고 팬 여러분들까지 모두 완벽했습니다.
언제나 저는 괴로움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괴로움은 저를 기다리고 있고, 저는 그 괴로움을 기다립니다. 그 괴로움은 저의 행복이죠. 전 언제나 행복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 TO NASH 』
우승에만 매달리는 이 리그에는 더 이상 스포츠 자체의 순수함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여주는 플레이에는 순수함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 리그에서 선즈는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리더로써 온갖 위험에 노출된 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섰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모험은 말 그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팀원 모두의 플레이를 지탱하는 근원이자 스포츠의 순수성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이 말했던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두 딸에게 키스한 다는 약속, 꼭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 Larry Bird
첫댓글 정말 좋은글인거 같아 칼럼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영원한 올타임 No.1 선수입니다. 우승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당신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픕니다...
내가 농구를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정말 고맙고 또 고마운 선수....
알라뷰
6번의 우승과 수많은 개인타이틀을 가진 진정한 농구황제! 에어 황제 조단!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우승은 못했어도, 매직에 이어 포가 MVP 2연패에 끝까지 런앤건 화끈 농구를 고수하신 내쉬캡틴이 더 우월한 분! ㅎㅎㅎ 조단같이 외계인으로 지내다가 지금은 인간으로 지내기 쉽지 않은 삶을 택하기 보다는, 우승은 못했어도 조단과 버금가는 승부근성과 명경기를 보여준 내쉬형님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싶음 ㅎㅎㅎ 남아공에서 축구관련 엽기 유투브를 찍으며 관전하시는 우리 캡틴을 보면서 더욱!! ㅋㅋ
생각해 보니~ 내쉬도 외계인 종자인데 ㅡ.ㅡ 인간의 감성을 느껴버려서.. ㅎㅎㅎ
열혈근성 바클리를 통해 18년전부터 선즈라는 팀을 응원하게 되었지만~~~ 진정 제 가슴에 불을 지펴준 선수는 내쉬형님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ㅠ_ㅠ 30대에 접어든 본인~ 투혼영웅 바클리에 이어~ 투혼+인생달관(축구관련 엽기동영상) 내쉬형님을 보게 된게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됩니다. ㅎㅎㅎ
저도 제가 하는일이 주는 고통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습니다 ^^
농구화가 4켤레나 되는데도 줌비비1 로우 내쉬 PE를 보고 닥치고 질렀습니다. 내쉬승상 ㅠㅠ
정말 멋집니다.!!ㅠ
농구라는것은 정말 괴로운 것입니다..............이 말이 ㅠㅠ
날 울리지마라 그깟 공놀이..../페니님 글 잘봤습니다 ^o^b
내쉬형 지금은 늙지마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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