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의 유래와 변천
- 조남호(국립국어연구원)
매년 10월 9일이면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한다. 그러면 한글날은 언제부터 경축하기 시작하
였을까?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이다. 이 해는 1446년
한글이 반포된 이후 8
회갑(480돌)이 되는 해였다. 기념식은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식도원(食道園)이라는 요리집에서 거행하였는데 수백 명이 참석하여
당시로서는 성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1926년에 기념식을 거행한 날은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이었다. 이 날이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기 때문이다.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한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 날을 부를 명칭이 있어야 하겠다는 의논이 나왔고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가갸날’
이라고 한 것이다. 당시는 아직 ‘한글’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신문 지상 등에서는 ‘가갸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데, 차차 ‘한글날’로 부르
게 되면서 ‘한글날’로 굳어지었다.
이처럼 음력 9월 29일에 기념식을 거행했기 때문에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는 날이 바뀌었다.
1931년에 들어 와서 모든 생활이 양력을 중심으로 삼는 데 비해 한글날은 음력으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1446년 음력 9월 29일이 양력으로는 어느 날에 해당하는
가를 계산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나온 날이 10월 29일이다.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해는 1931~1932년 무렵이었다. 조선어학회
회원이었던 이희승과 이
극로의 기록에 따르면 1932년부터 양력으로 지냈다고 하는데, 양력
계산 방법은 이미 1931
년에 신문 기사로 소개되었고 또 1931년부터 양력으로 지내기로 했다는 신문 기사도 있다.
그런데 한글날의 양력 계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져, 전문가와 전문 기관에 문의한 결과
양력 계산은 맞지만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는 게 좋겠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왔다. 율리우스
력에 따르면 10월 29일이지만, 양력은 1582년 이후 그레고리력으로
바뀌었으므로 양력 계산
을 그레고리력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날짜가 10월 28일이다. 그
래서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에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이극로의 기록에 따르면 1937년 중일 전쟁이 일어난 이후로는 기념식을 거행하기 어려웠다
고 한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기념식을 주관할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잡혀갔다.
10월 9일에 공개적으로 기념식을 거행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인 1945년부터이다. 한
글날이 10월 9일로 된 것은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의
한다. 이 책에 실린 정인지의 서문에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기록에 따라
9월 상한, 즉 상순(上旬)에 반포된 것으로 보고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
로 다시 계산한 것이다.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이 무렵인데,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
었다.
- 우리의 말과 글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신음하는 한글을 살려야 하겠습니다 -
첫댓글 그 동안 한글날 공휴일 아니라고 맥없게만 여겼었는데...지킴이되고 처음 맞는 한글날 또한 새롭게 다가오네요...선생님 감사해요^^*
역시..., 매번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