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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62주년 기자간담회서 금융 육성 방침 공개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농협·미래에셋 울린 '실력' 발휘? |
'창업'을 통해 재벌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던 1970∼80년대의 개발경제시대가 끝나고 1990년대 이후부터 기업의 규모확대에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M&A(인수합병)가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현재 우리 재계에는 많은 M&A의 달인들이 있는데, 월급쟁이 출신에서 시작해 M&A를 잇따라 성공시켜 대규모 기업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신흥재벌로 떠오르거나, 모회사보다 훨씬 큰 기업을 인수해 단박에 재계 순위를 뒤바꾼 이들의 별명은 하나같이 '미다스'의 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달인 중에서 단 한 명의 지존, 미다스 중의 미다스를 한 명 뽑는다면 누구일까?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에 이어 택배업계 1위인 대한통운 인수까지 성공시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박삼구 회장은 M&A뿐 아니라 재테크에서도 남다른 실력을 보이고 있는데, 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금융산업 부문에 대한 육성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의 금융업 진출 선언을 계기로 <사건의내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근 M&A 기법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박 회장 일가의 재산 불리기 기법에 대해 분석했다.
박 회장 "금융을 주력으로 육성할 생각 없다" 밝혔지만 대우센터 매각·저가항공 진출 등 말 뒤집은 전례 많아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4월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립 6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 신규 설립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업에 대한 영역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박 회장은 "금호생명은 올 하반기 상장할 계획으로 이미 준비를 끝냈다"며 "지난해 6월 우리금융지주에 위탁경영을 맡긴 금호종금 경영권을 2010년 찾아와 투자은행(IB) 등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회장은 " 증권사는 관심이 없고, 해봐야 자신이 없다"면서 "금융을 그룹의 주력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박 회장의 스타일(?)을 볼 때 주력으로까지 육성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투자 확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5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당시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매각 계획을 밝힌 바 있고, 대한항공이 저가항공 진출선언을 했을 때도 '관심 없다'고 했다가 6개월 만에 뒤집기도 했다.
신묘한 자본운영 실력
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금호아시아나의 금융업 진출 계획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쏠린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성사시킨 초대형 M&A 추진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보여준 자본운영 실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2005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제기되었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올해 초 대우건설에 필적하는 초대형 매물인 대한통운 인수까지 성공시키면서 보여준 신묘한 전술과 자금 회전 능력은 금융전문가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005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계와 노동계에서는 막대한 자금 부담으로 재부실·동반부실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박삼구 회장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대우센터 빌딩 매각을 결정하면서 빠르게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7년 7월 옛 대우그룹의 본사였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을 모건스탠리에 9600억원을 받고 팔았고, 이 자금의 절반에 달하는 4614억원으로 12월 유상감자(전체 주식의 4%)를 실시, 주가부양과 함께 신용등급 회복 효과까지 얻었다.
유상감자는 M&A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다짐했던 9% 수익률 보장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는데,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자산 매각을 통한 주가 부양으로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한 금호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가장 큰 이익을 얻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센터 매각이 '피인수업체의 자산을 통해 인수자금을 돌려 받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행위라고 비난했는데, 전체 인수대금 6조4255억원 중에 실제 금호 계열사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투자한 2조8946억원의 3분의 1 이상을 회수한 효과를 보았다.
대우건설 인수는 올해 있었던 대한통운 인수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1982억원에 불과했던 그룹 전체의 현금유동성이 인수 직후 1조9529억원으로 증가해 인수자금을 풍족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고, 가격외 측면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7일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성공 비결에 대해 "해당 기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대우건설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정황이 포착되지만 대한통운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뒤늦게 참여했다.
특히 대한통운 입찰에서 금호보다 1조원 가량을 더 써내고도 2순위로 밀렸던 STX그룹의 경우 대한통운 인수에 금호보다 먼저 관심을 보여왔고, 대한통운과 STX팬오션이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었던 점과 STX가 조선·해운·물류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통운을 합병했을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평가됐다.
STX그룹이 금호에게 밀리는 결정적인 변수는 대우건설이었다. 대한통운이 부실화된 핵심 원인이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이어받아 수행할 매각에서 핵심변수로 주목됐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이다.
STX 계열에 건설회사(STX건설)가 하나 있지만 아직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소규모 업체에 불과한 반면 국내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은 벵가지 발전소 공사 등 리비아에서 5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지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을 금융으로 농락?
여기까지로 그쳤다면 박 회장의 M&A 기법에 대해 금융업계가 혀를 내두를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금호는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성공한 이후부터 본 계약 체결 전까지 공동 투자자들의 관계를 교묘하게 활용해 자금 부담을 줄이는 수완을 보였다.
경쟁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입장을 바꿔 한 배를 탔던 농협의 경우, 금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다른 참여 은행들의 반대를 핑계로 아예 인수금융에서 배제되었고, 이 과정에서 금호는 다른 참여 은행들의 차입금리 인하까지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컨소시엄 멤버의 하나로 총 3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던 미래에셋 계열사들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인수금융에서 빠졌는데, 인수금융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교환사채(이하 EB) 수익성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 인수 투자금액은 총 4조1040억원으로, 금호아시아나가 자체자금 1조5344억원, EB 1조1520억원, 인수금융 7546억원 등을 통해 3조4410억원을 조달했고 전략적 투자자가 1750억원, 재무적 투자자가 488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중에서 주목되는 부분인 바로 EB인데, EB란 채권자가 주식이나 기타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로, 상장회사와 채권자가 합의한 일정 기간 및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으로 교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금호는 대한통운의 신주 발행 이전에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대한통운 EB로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만기 5년에 대한통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3년 후부터이며 교환가액은 인수가액과 같은 17만1000원이다.
대우건설이 발행하는 EB의 만기수익률은 연 9%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EB의 만기수익률은 9.5%로, 표면이자율은 2%에 불과해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5년동안 현금지출은 연 2%의 표면이자 밖에 들지 않게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현재 10만원대인 대한통운 주가가 3년 뒤 17만원을 훌쩍 넘어서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주식교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유상감자를 통해 주가가 크게 오른다고 해도 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려면 주가가 19만원 가까이 올라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금호가 인수 필요자금의 배에 가까운 투자금액을 모으면서 확보한 유리한 입지로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발휘했다며, 대한통운 인수 투자자들이 '금호만 도와주게 된 꼴'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계열사 주식거래 '묻어가기'로 막대한 이득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일가의 기발한 재테크 수법
박삼구 회장은 M&A에만 달인급 실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박 회장이 또 하나의 달인 칭호를 받을만한 부분은 바로 '조용한 재테크' 실력.
비상장 계열사 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 이익 챙겨주기가 우리 재계 전반의 아주 고질적인 재테크 수법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박 회장 일가의 경우는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꾸준히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져 왔다는 특징이 있으며, 특히 계열사들의 대규모 거래에 묻어서 가기 때문에 사회적 주목을 별로 받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금호리조트의 계열사 합병과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지난해 11월30일 금호리조트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취득한 금호그룹 총수 일가는 올해 2월25일 이 주식을 주당 2만5344원에 전량 매각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4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매매가격이 취득금액의 5배로 결정된 것도 문제지만, 금호리조트는 이튿날인 2월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당 가격을 1만9000원으로 결정했다. 3개월 사이에 4배로 올랐던 주식가치가 하루만에 25%가 평가 절하된 것이다.
이 거래로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얻은 시세차익이 662억여원에 달해 총수 일가가 얻은 3억7244만원의 이득이 미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초대형 M&A로 그룹 전체에 비용부담 우려가 있는 와중에 총수 일가까지 챙겨준 것이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금호리조트 증자참여 3개월만에 5배 값 받고 환매 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IDT 투자 과정도 논란 대상 |
금호리조트는 현재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이 2006년 9월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다른 금호계열사들과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지게 된 것은 금호리조트가 2007년 11월30일 아시아나레저와 지오시티에스를 흡수합병한데 따른 것이었다.
아시아나레저는 실제 합병 성사로부터 1년 전인 2006년 10월26일 주당 31.55% 비율의 무상감자 및 금호리조트로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가 8일 만에 돌연 취소했는데, 당시 취소사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번 주식거래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의 주식거래로 구설에 오른 것 중에 언론의 관심을 받은 첫 사례는 2002년 11월로, 당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206만3000주를 금호 3세들(박재영·박철완·박세창·박준경)에게 일괄적으로 장외 매각한 일이다.
당시 매매가격은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금호석유화학의 지주회사 성격을 감안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감안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총수일가의 지분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또한 2006년 4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재벌 총수 일가 주식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003년 6월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유상증자에 의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인수를 도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어서 2004년 6월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230만 주를 오너일가에게 장외에서 매각했는데, 주당 7850원에 매매된 주식가격이 1년 만에 1만7600원까지 올라 두 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월3일 있었던 언스트앤영 최우수기업가상 수상자들을 직접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언스트앤영 글로벌의 짐 털리(James Turley) 회장은 “한국 경제가 이토록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기업을 이끌어 온 리더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며 “오늘 언스트앤영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한 기업인들은 창의성, 혁신, 청렴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경탁 기자 /Break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