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1살 여자입니다. 글 올라온 것만 많이 보다가 쓰는 건 처음이네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의견들이 제 생각과 다르다면 고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궁금한 건, 만나는 상대방의 부모님이 저를 만나 밥을 먹자고 한다면 보통 부모님, 어른들이 계산하지 않나요?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부모님도, 저희 부모님도 자식이 만나는 사람이 궁금해서 식사 자리를 주선하면 당신들이 계산을 해왔어서… 지금 제 상황이 통상적인 상황인지 판단이 잘 안되네요. 아래 상황에 대해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전, 남자친구의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상견례나 결혼 허락을 구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고 간단한 식사 자리였습니다. 남자친구의 어머님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주선된 자리였습니다.
여하튼 밥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어머님이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시고 남자친구가 계산을 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가 산다고 하고 계산을 하고 15만원 가량 나왔습니다.
저는 그냥 첫만남이기도 하고 해서, 제가 한끼 정도 기분 좋게 사도 좋았는데 계산 이후 어머니의 말이 마음에 좀 걸리더라구요…. 어머님이 “00이(남친, 본인의 아들) 사야지 왜 너가 사니?” 이렇게 말씀하시길래요. 본인이 산다는 선택지는 전혀 없었던 것 같아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 왜 밥을 먹자고 하신건지…?
어쨌든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제가 “처음 만난거기도 하고 해서 맛있는 거 대접하고 싶었어요”라고 말씀드렸고 자리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잘 먹었다든가, 다음에는 본인이 맛있는 거 사주겠다든가 하는 인사치레는 전혀 없었고요..
그 후 며칠 뒤에 남자친구와 그 날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 근데 사실 어른분들이 만나자고 해서 만나는 만남에 어른이 안사고 오빠나 내가 계산을 하는 건 나에게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 부모님이 오빠를 만난다해도 마찬가지일거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친이 “아 그런가? 그런데 우리집은 그런 게 좀 당연해서…내가 늘 사.”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남친이 그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입니다. 빠듯한 집안에서 자랐고, 남친이 성인이 된 후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어머니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어머님은 고정적인 일은 하시지 않고 있고… 생활비도 어느 정도 드리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어머님이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을 하려고 하실지… 저나 남친이 뭔가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진 않을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저희 집은 평범, 혹은 운이 좋게도 그것보다는 좀 더 나은 생활형편이고 저도 막내딸로 꽤 많은 지원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사실 돈 때문에 뭔가를 제약받으며 산 적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부모님께 받는 게 익숙하지 평소에 제가 생활비를 보낸다거나, 지원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고요.
이번 일을 통해서, 결혼을 한다면 저희 집의 돈이 남친 집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친 자체는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고민이 됩니다.
이런 일이 흔한 일인지,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지 다양한 의견들이 궁금합니다.
아 참고로 요즘 결혼 준비에 대해 이야기 중이며 저는 31살 전문직, 남친은 34살 대기업 다닙니다. 만난지는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 지인들에게 하는 게 민망해서 여기에 올려보았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남자친구와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르고, 결혼을 한다면 그게 갈등이 씨앗이 될 거란 건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아직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걸 부정하고 싶었던 걸지도요.... 많은 댓글들 중에 이 일을 저희 부모님께 꼭 말해라, 말할 수 있겠냐는 내용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니 네... 못 말하겠더라고요.
아직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지만, 결혼은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야기 잘하고 관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남친이 낸다고 하는데 왜 굳이 너가 내서 긁어부스럼을 만드냐는 이야기들도 있던데, 그땐 그냥 제가 사고 싶어서 낸겁니다. 제가 느낀 의아함은 '제가 계산을 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주선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계산을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태도'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결혼 후에도 계속되진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이 생겼던 것이고요. 지금도 제가 낸 돈이 아깝다거나 후회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많은 의견들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저녁도 좋은 시간되시길 빕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음 남자가 계산하려던거 여자가 해놓고 왜 상대 엄마 욕하냐는건 저 글쓴이가 말한 포인트를 잘못 이해한거같은데… 저 여자는 내가 돈낸게 이상해! 가 아니라 돈이야 낼 수 있는데, ‘먼저’ 식사 이야기를 한 ‘어른’이 당연스럽게 뒤로 빠지는 상황 그 자체에 기이함을 느낀거니까
실제로 자식한테 얻어 먹고 사는 부모 많더라 외식을 해도, 외식 후에 카페를 가도 돈 계산 절대 안 하는 부모
팔자로 뜨개질을 하네
그래도 여자가 똑똑해서 바로 눈치채고 발 빼네
엥 근데 이건 여자가 이상한데 저집 사정을 떠나서 남자가 계산하려는거 왜 지가 해놓고 상대방 엄마를 욕함 ㅋㅋㅋ 지가 지팔지꼰인데
남자가 계산을 한다는데 갑자기 왜...? 띠용...;
음 남자가 계산하려던거 여자가 해놓고 왜 상대 엄마 욕하냐는건 저 글쓴이가 말한 포인트를 잘못 이해한거같은데…
저 여자는 내가 돈낸게 이상해! 가 아니라 돈이야 낼 수 있는데, ‘먼저’ 식사 이야기를 한 ‘어른’이 당연스럽게 뒤로 빠지는 상황 그 자체에 기이함을 느낀거니까
2
3
근데 아들이 내면 빠져도되지않나? 우리엄마도 그럴거같은데…???
15만원으로 발 잘뺐음 눈치 빨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