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자격증의 대한국 사기극
언제까지 시험쳐서 입신양명할 것인가?
제가 요즘 모 대학원의 강의 교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주로 금융 관련 자격증이나 멤버십과 관련된 수험 교재들인데, 대표적으로 CFA(Chartered Financial Analyrist: 국제재무분석사), FRM(국제금융위험관리사: Financial Risk Management), AICPA(미국공인회계사: American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 등입니다.
저작권으로 골치 아픈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열심히 헤쳐 모여 시키면서 느낀 점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가슴 아픈 Feel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것은 경제력만이 아니라고 봅니다. 해당 국가 구성원들의 의식화 정도 즉, 깨어있는 정도도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얼빵하게 남들한테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시장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이 영악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보다는 일본이 더 영악하고, 한국에서도 지방보다는 서울 사람들이 영악하며, 서울에서도 강북보다는 강남이 영악합니다.
영악하다는 것은 자기 손해볼 짓은 절대 안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도 주지만, 동시에 어수룩한 사기꾼들한테 당하지 않는다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근데, 당하고들 살더군요. 소버린한테 당하고, JP모건한테 당하고, 허구헌 날 당하고 살면서, CFA인지 FRM인지 요상스러븐 자격증 비스무리한 짓거리에 당하고 살더군요.
참 갑갑합니다.
예를 들어 CFA라는 ‘자칭 최고의 금융 자격증(?)’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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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파스 이미지 검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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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에서 주문을 받아,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레벨 1, 2 그리고 3을 주루룩 읽고 정리했습니다. CFA 수험용 교재들이 너무 비싸서 (각 레벨 당 6권씩 34만원, 권 당 A4 120 매 정도, 권당 원가 대략 2천원), 그걸 ‘한글+영문’으로 저작권 소송에 휘말릴 염려가 없도록 다시 써 달라는 용역입니다.
그래서 좋다쿠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대략 몇 달하니까 레벨 1과 2는 정리되고, 이제 3 작업 중입니다. 이번 주에 마감할 생각입니다. 근데, 작업하면서 보니까, 이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넘들이구나 싶더군요.
미국의 S 출판사가 한국에서 떼 돈 벌고 있는 대표적인 ‘CFA 수험용 요약교재’를 살펴보겠습니다.
레벨 1, 책 6권이 30만원이 넘고, 레벨2나 3도 마찬가지인데, 그 중 본문의 분량은 참고도서(CFA 시험 주관 단체인 AIMR이라는 곳에서 매년 과목 별로 선정합니다. 윤리학, 경제학, 재무회계, 주식, 채권, 포트폴리오, 외환 등에 관한 서적들입니다)들의 본문을 스리슬쩍 요약한 내용이 1/3 정도이고, 나머지 2/3도 대부분 참고 도서나 기출 문제들을 수치만 살짝 바꿔 정리한 것들입니다.
CFA나 FRM 교재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이 S 출판사가 요약한 내용은 그 수준의 저급함은 차치하고, 심지어 영어도 틀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미국 넘들이 영어 철자법도 틀리게 적은 교재가 수년 째 한국에서 떼돈을 벌어가고 있습니다.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레벨 1에서 설명된 내용의 절반 이상을 그대로 레벨 2에서 우려먹고, 레벨 2에서 새로 언급된 내용은 다시 그대로 레벨 3에서 울궈먹으니까, 실제로는 요약본 400~500 페이지 분량으로 책 값 100만 원 정도를 받아먹더군요.
거 참. 경제학자의 수준 높은 저서도 아니고, 고작 정리 요약본 500페이지 분량이 백만 원이라, 그것도 왠만한 도서관이면 다 구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흐흐흐~~
문제는 S 출판사의 ‘얼빵한 넘 등쳐먹기’를 뺨치는 CFA 주관사 AIMR이라는 미국 협회입니다. 1차, 2차, 3차 시험 응시 비용만 각 레벨 당 수십 만 원씩 도합 100만원이 훌쩍 넘고, 그것도 모자라 매년 수십만 원의 회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단 한 해라도 회비를 안내면 멤버십이 짤리는 구조더군요. 시험지에 무슨 금박지 둘러서 가보로 삼을 만한 것도 아니고.
경제학적 측면에서 판단의 기준은 항상 비용 대비 효과입니다.
이 넘들이 원가 1,000원짜리를 100만원에 팔든, 1,000만원에 팔든, 그걸 사서 그 이상의 가격으로 다시 재판매할 수만 있다면, 즉, 비용의 전가만 가능하다면, 문제될 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CFA 교재 레벨 1, 2 & 3, FRM 교재들을 쭉 살펴본 결과, (사실 살펴본 정도가 아니라, 구석구석 완전하게 해부해 본 결과입니다) 딱, 한 마디로 요약될 만합니다.
“By the USA, For the USA and Of the USA”
모든 내용이 미국 시장 중심입니다. 미국의 연금제도, 미국의 세법, 미국의 거시 정책, 미국의 부동산 시장, 미국의 증권 거래소, 미국의 선물 시장, 미국의 이자율 정책. 미국의, 미국의…….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제 아무리 지대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은 한국경제에, 일본인은 일본경제에, 그리고 중국인은 중국경제와 사회 시스템에 능통해야 합니다. 그게 그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편입니다.
가장 한국적이지 않는 한국인은 어느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마찬 가지로 가장 중국적이지 않은 중국인이 설 땅은 없습니다. 한국이라면 한국법과 문화를 얼빵하게 익힌 중국인을 최고의 연봉으로 스카웃하겠습니까?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미국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영어도 잘 못하는 얼빵한 한국인을 위의 멤버십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인 평균 이상의 연봉으로 데려다 쓰겠습니까?
FRM도 AICPA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만 원짜리 엉터리 교재에, 수십만 원짜리 시험지에, 수백만 원짜리 학원비에. 똑 같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은 자국의 시장 시스템에 빠삭해져야 합니다. 얼빵하게 남의 것을 ‘요약본’ 따위로 공부해서 남을 게 뭐가 있습니까? 개개인이 수백만 원의 피 같은 달러를 쏟아 부어서 립스틱 바르고 분바르면, 호박을 수박으로 받아준답니까?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제가 형편이 궁해서, 대학원 교재 요약질을 좀 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의 자격증이나 멤버십을 따려는 건, 해도 해도 너무 멍청한 짓거리입니다.
혹시 주변의 금융 기관이나 증권사에서 CFA, FRM, CPA 자격증 등의 소지자를 전형에서 우대한다면, 그 금융 기관이나 증권사와 거래 끊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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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삼성이나 현대 증권이 그러한 직원 선발 방침을 가지고 있다면, 그 증권사의 한 계가 바로 드러납니다. 한 마디로, *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능력이 없는 증권사입니다. 그런 증권사랑 거래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을 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려 다리는 그런 얼빵한 회사는 보나마나 증권시장 조작의 마수에 걸려들어 된통 망합니다.
혹시 주위에 CFA, FRM, AICPA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이 있다면, 정신차리라고 간곡하게 말해 주십시오.
500페이지짜리 요약본을 100만원 넘게 들여 구매하는 짓을 그만 두라고, 그 딴 멤버십 하나 얻는데 수백만 원 들이고, 매년 수십만 원씩 바쳐가며, 수박들 틈에 분바른 호박 노릇 그만하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리고 호박이 수박보다 비싸다는 점도 꼭 좀 알려 주십시오.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하고, 한국에서나, 혹은 똑 같이 찌질한 넘들 사이에서나 먹혀드는 어설픈 멤버십 종이쪽지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으라고 말해 주십시오.
종이쪽지로 증명하는 실력이 아닌, 논문으로, 연구 보고서로, 그리고 단돈 백만 원짜리 포트폴리오라도 자기가 직접 국가별, 산업별, 기업별, 프로젝트별 분산 투자해보고, 구멍가게 수출 기업이라도 직접 외환 거래와 환 리스크 관리도 해 보면서, 자기 자신의 수 년 간의 자산 운용 성과로 인정받으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세간살이 다 갖다 바치면서, 제발 *주고 빰맞는 짓거리 좀 그만 하라고.
ⓒ 조롱박
첫댓글 대단합니다.
소위 학벌 사회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사실 '비용' 과 '편익'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자격증 딱지(?)가 장사가 되니까 비싸게 팔리는 것이겠지요. 어쨋거나 개개인의 인생을 놓고보면 쓸데없는 딱지 게임하느라 대학교에, 유학에, 자격증에....무척 낭비가 심한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