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골 갔다가 호두알 두 개 얻어왔지요. 그 곳 사시는 노인께서 얼마나 오래
호두알 굴리셨는지 바알간 색깔에 가래처럼 홀쭉하고 반들반들 윤기나더군요.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서 치매 걸리지 말아야겠다 싶어 얼른 받아가지고 왔습니다.
호두 껍질도 옻이 오른다는 거 알았지만 동네분 하나는 벌써 몇 번씩이나 조우한다고
하는데도 엉망진창으로 두드러기가 났더군요. 다행히 옻이 타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게 호두알 물에 담가놓은 거 만지고 고르고 했는데 안목이 필요하더군요.
호두기름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고 아이들 머리를 좋게 해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천식에도 좋다고 하던가? 하여튼 옛날 태어난 고향, 천안에 처음
심어진 게 호두나무라는데 본 기억도 없고... 그저 천안명물 호도과자라고 하는 거
몇 번 사온 기억밖에 없으니...
그런데 이번 가져온 호두 손바닥 안에 놓고 자갈자갈 굴리는 재미가 장난 아니더군요.
밖에 대리고 나갈 때면 조심스레 굴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 땍때구르르~ 땅바닥에
떨어져 굴러가면 자칫 수채구멍에라도 빠질새라 얼른 뛰어가 줍고...
컴 앞에서 일할 때면 마우스 쥐지 않은 손바닥으로 굴립니다. 한데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 꽉 차 있을 때는 와그락와그락 정말 시끄럽습니다. 화풀이를
호두에다 하는 모양입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니까요.
누가 콩기름을 먹이면 반들반들 윤기 난다고 해서 했는데 냄새도 안좋고 손에 뭔가
묻는 거 같아 얼른 비누로 씻어냈습니다. 고민하다가 생각난 거, 바로 잣 열매를
활용하는 거죠. 잣 알 서너 개를 헝겁에 싸 짓눌러 기름을 내고 헝겁을 호두알 위에
문질러 먹이는 거죠. 향긋한 잣나무 향도 나고 윤기도 나고... 우선 손이 느끼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입니다.
첫댓글 근데 그런거 굴리고 다니면 할아버지 같던데요,,,,!ㅋㅋ
저는 곰배령에서 주어온 가래로 굴리는데요 ㅎㅎㅎ
앗, 풀씨님! 글 쓰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자갈자갈] [와그락 와그락]이란 표현이 어쩜 그리 감칠맛이 나는지요. 맨 끝 구절이 압권입니다. 아구 재밌어라. 근데 화나서 굴리시면 호두는 깨집니다. 가래는 아주 오래 간답니다.
^^ 풀씨님의 표현도 감칠 맛 나지만 안나님도 표현 잡아내는 감각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언어마다 울림이 다르지만 우리의 울림말은 정말로 감칠 맛나더군요.
^^ 치매에 좋다구요? 전 왜 굴리는지 이때까지 몰랐었는데.. ㅎㅎ
저도 가을에 곰배령에서 줏어온 가래, 들기름 먹여서 많이 가지고 있답니다. 나중에 모임 있을때 나눠 드릴께요.
곰배령을 가셨었군요. 너무 좋은 곳이지요? 그럼 전테도 가래 나눠 주시겠어요? ^^
풀씨님~~ 곰배령에서 제가 가래 많이 줏어 왔어요. 풀씨님 뵌지도 정말 오래 됐네요. 손에서 굴리기는 가래가 더 좋거든요. 제가 가래 필요한 만큼 드릴께요. 그리고 가래 필요 하신분 계시면 말씀하세요.
어릴 때 대보름 전날 호두알 굴리는 거 많이 해 보았는데...
근데, 가래가 뭐예요? 호두랑 비슷한 건가요? 에구, 무슥해서리... 풀각시님, 저도 가래 구경시켜 주세요...
다래님 알았어요 전에 풍경에 갖다놓은게 있어요 또 만일 없다면 우리 집에도 있으니 걱정 말아요.
풀각시님, 저도 가래 한 개, 아니 한 쌍 주세요. ^^
가래는 호두보다 길쭉한 거죠. 호두도 가래나무과 열매랍니다. 풀각시님, 저도 가래 한쌍 부탁해요. 이쁜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