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광師曠(춘추 때 진나라의 악사)이 진평공晉平公에게,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솟아오를 때의 햇빛 같고, 장성하여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중천에 오를 때의 햇빛과 같으며, 늙어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켜 놓은 촛불의 빛과 같다.”고 하였으니, 이 말은 무엇을 두고 한 말인가? 오직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학문이란 사색思索하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얻음이란 책만 한 것이 없으니, 사색하여도 얻지 못하면 오직 책이 스승이 되는 것이다. 밤에 사색하여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분.비憤悱하다가 해가 돋은 뒤에 책을 대하면 그 즐거움이 어떠함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낮에 얻지 못하였을 때는 생각나는 대로 책을 본다면 얻어지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해가 진 뒤에 생각나는 바가 있을 때에는 촛불을 켜고 책을 보기를 낮과 같이 한다면 이는 눈이 없어도 눈이 있게 되고, 스승이 없어도 스승이 있게 될 것이니, 어느 즐거움이 이것만하겠는가? 그렇지 않고 책을 대하면 정신이 흐리멍덩하여 항시 밤이 있을 뿐, 새벽이 없을 것이다. 평공 같은 사람이 어찌 이를 알겠는가? 성호사설 제 17권 인사문에 실린 <노이호학老而好學>이라는 글이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물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 책도 들어갈 것이다. 스승의 역할도 하고 친구의 역할도 하는 그 책들을 읽다가 반갑게 만나는 몇 사람 그리고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서 이렇게 생이 지속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간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오늘은 20회 길 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전주천의 발원지 슬치재에서부터 전주천 일대를 걸을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이 한 권의 잘 쓰여진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