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2. 3.(음섣달 스무나흘). 토요일
하늘이 조금은 흐리다.
그래도 덜 춥다. 오후 들어와 더욱 추워진다?
내일은 2월 4일.
24절기의 첫째인 입춘이 시작하는 날이다.
24절기의 새해, 설날인 셈이다.
24절기는 양력으로 15일마다 절기로 나눴다.
고대 중국 북경 위 지역을 기준으로 삼았기에 우리나라의 날씨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 24절기는 우리나라 기후보다는 약 25일 ~30일 정도 먼저 앞선다.
*음력은 양력보다는 한 달 뒤에 온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충남 보령시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구룡리 화망마을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골마을이다. 뒷산에 쉬엄쉬엄 오르면 30분이 채 안 되어 산꼭대기에 올라가며, 서해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왼쪽 남녘으로는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 부근이 보이며 정면에는 서해바다 외연도로 가는 뱃길이 보이며, 고개를 오른쪽으로살짝 틀면 보령시 남포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등이 줄줄이 이어져서 보인다.
화망마을 뒷산 산자락 바로 밑에 있는 내 시골집은 텃밭 세 자리로 둘러싸여 있다.
텃밭에는 키 큰 과일나무, 꽃나무는 물론이고 잣행하는 상수리나무 등 잡목들도 가득 찼다.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수백 그루의 과일나무 묘목(감나무, 매실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 등)을 심었으나 재배기술 부족으로 많이도 죽었고, 남은 나무들조차도 내가 서울로 떠난 탓으로 제멋대로 웃자랐고, 곁가지를 쳤다. 텃밭에 있었던 기존의 나무들은 아무렇게나 가지를 더욱 높게, 넓게, 마구 퍼뜨려서 이제는 잡목수준으로 변해버렸다. 자연산 수목들(산뽕나무 등)도 자꾸만 번지고...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나 혼자서 한적한 시골에서 살기가 뭐해서 그참 서울로 되올라왔기에 농사를 포기한 지도 만10년.
그런데도 내 마음은 늘 시골에 내려가 있다.
텃밭에서 일하고 싶기에. 고향이기에.
2.
아내가 주방에서 배추를 씻어서 속잎을 부엌칼로 잘게 찟고, 썰고 있었다.
배추를 씻은 물이 보이기에 이를 활용하고자 다른 그릇에 부어서 베란다 뒷편으로 옮겼다.
아내한테 말했다.
'허드렛 물에 소금기가 없다면 그 물을 나한테 줘. 화분에 조금씩 부어주기에.'
'아직은 겨울이어요. 식물한테 물 많이 주면, 뿌리가 얼어죽어요.'
아내가 말했다. 아내가 나보다 식물재배 지식과 경험이 더 많은가 보다.
나도 안다.
아직은 추운 겨울철이라는 것을.
아내가 말했다.
'오늘 오후에 얘들이 올 거여요. 설날에는 각자가 볼일 봐야 하니까요.'
나는 아뭇소리도 하지 않았어도 아내의 뜻을 안다.
큰아들은 음력 설날에 대구 처가댁으로 내려갈 것이고, 둘째딸은 충남 태안군 시댁으로 갈 것이다.
큰딸은 지금 한국에서 혼자 살기에 설과 추석에는 나와 함께 한다. 큰사위는 영주권을 얻으려고 몇 년째 미국에서만 산다. 막내아들은 아직은 미혼이기에 나와 함께 산다.
아내가 명절에 며느리를 배려한 이유는 있다. 대구 사돈은 1녀 1남을 두었으나 그 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딸이 낳은 자손으로는 고작 외손녀와 외손자뿐이기에 사람이 귀해서, 명절에는 무척이나 쓸쓸해 하실 게다. 내 큰아들 내외는 자식 둘을 데리고 대구에 들르면 대구 사돈네는 무척이나 시끌벅적하겠다. 개구쟁이 손녀 손자가 마구 떠들고 장난하기에.
세상사는 이치는 이와 같다. 시어머니가 먼저 며느리를 배려하면 모든 게 웃음으로 가득 찬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면 모든 게 평화롭고 순조롭다. 자연스럽게 웃고 웃을 게다.
내 아내와 며느리의 관계도 이와 같다.
3.
내일은 중국 24절기의 첫번째인 입춘(立春)이 시작하는 날이지만 우리나라 기후로는 아직은 추운 겨울이다.
돌아오는 2월 10일에서야 음력 구정 설이다. 아직은 1주일 더 기다려야 한다.
아내는 설 준비를 서서히 준비를 한다.
나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말했다.
'산림조합 중앙회에 가서 구경해 봐.'
'예. 한번 가서 들여다보지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가는 길목 길 건너편에는 '산림조합 중앙회'가 있고, 인도 도로변에는 며칠 전부터 임시 판매장을 개설했다. 설 명절용 제수용품과 선물용품인 과일류, 임산물, 마른 명태, 간식거리 등을 파는 임시 장터이다. 또한 임산물 한약재 재료도 판다. 꾸찌뽕나무 뿌리, 가시오가피나무 껍질, 말린 칡뿌리 등.
나는 양력설보다는 음력설이 더 낫다.
양력설은 너무나 추운 1월 1일이다. 년간 가장 추운 때는 1월 초순이기에 나이가 많고,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기에 가뜩이나 추위를 더 타는 나한테는 양력설은 별로이다.
양력설이라도 좋은 점은 하나 있었다. 새해 첫날에는 법정 공휴일이기에 직장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퇴직한 지도 만15년을 더 넘었으니 양력 새해 첫날이라도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한테는 새해란 묵은 달력을 뜯어내고는 새 달력을 벽에 거는 정도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잠시 쉬자.
2024. 2. 3. 토요일.
오후에 다시 흐려진다. 서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