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집에서 동생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날
1. 저녁 준비를 하면서 나왔던 쟁반과 큰 그릇들을 씻어서 건조대에 엎어두니 엄마는 그것을 닦아서 들여놓으라 하신다. 나와 올케는 “있다 다 끝내고 들여놓을게요.” 했더니 엄마는 짜증을 내신다. 나는 그 순간 엄마의 표정에서 “나”를 보았다.
“나”라는 사람도 내가 생각했던 대로 어떤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무척 마음이 불편하고 짜증이 올라와 그것을 상대에게로 퍼붓기도 하고 아님 스스로 못견딤으로 힘들어 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공부를 통해 경계 알아차림으로 내 마음을 볼 수 있어 조금씩 그런 상황이 줄어가긴 하지만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기에 엄마를 보며 그 마음이 보였다.
그 마음을 보니 ‘나도 그랬지~’ 하며 엄마가 인정이 되어진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말에 수긍하지 않고 다시 “큰 쟁반이 엎어져 있으니 아래에 있는 그릇을 꺼내는 데 불편하잖냐”며 들여놓으라고 다시 말하시기에 얼른 물기 닦아서 서랍에 넣었다.
2.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중 엄마와 동생의 대화목소리가 높아진다.
엄마의 청력이 안좋으니 엄마는 다시 묻고 그것을 대답하는 동생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 서로의 불편한 감정이 묻어난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동생이 엄마의 되묻는 질문에 큰 소리로 설명하는 말이지만 조금은 짜증이 묻어남이 느껴져 그것을 듣는 엄마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지니 불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동생말에 엄마가 힘없이 “이제 엄마가 늙었다고 그렇게 뭐라고 하네, 내가 빨리 죽어야지.”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난 날 “나”를 떠올린다.
지금의 동생이 바로 “나”임을 발견한다. 그때의 “나”도 내 의견을 엄마에게 표현하는것이라 생각하며 말했는데 상대는 그리고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이에게는 그렇게 보여지지 않았겠구나. 그 마음이 알아지니 더 엄마에게 죄송하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다.
나를 비추어 동생의 마음도 헤아려진다. 그동안 안에 쌓아둔 힘듬이 보였다.
경계를 당하여 알아차림이 중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3. 예전에 한 집에 살면서 지냈던 고모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저녁 먹고 엄마와 동생이 문상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문상을 8시에 가자고 말해두었는데 엄마는 밥먹고 상을 치우기가 바쁘게 갈 준비를 하신다. 설거지도 끝나지 않았고 7시도 되지 않은 시간인데 빨리 가자고 재촉하시는 엄마. 동생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하며 기다리라고 한다. 엄마는 그 말이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할 일이 있으면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그것이 항상 우리들과 부딪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한번 일촉즉발 상황이 되려는 순간이다. 나는 얼른 설거지 하고 있는 동생에게
“그만하고 얼른 챙겨서 갔다 와. 엄마 성격 알면서 그냥 엄마하자는 대로 해.” 라고 말했다.
시간을 정해두었지만 엄마에게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 할 일도 없는데 굳이 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와 상대가 생각(마음, 뜻)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되는 순간이다. 그게 나를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공부임을 확인한다.
첫댓글 엄마를 통해서도 나가 보이고 동생을 통해서도 나가 보이네요 ..그동안 공부한 덕이지요... 그렇게 나가 보이니 나를 바꾸어가는 공부가되어지고 이제 상대에게 나전달을 빈마음으로 할수 있는 것이지요..
3. 시간에 상관하지 않고 빨리 가자고 하는 엄마도 그대로 볼수 있게 되고 엄마를 따르도록 동생에게 전달도 잘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