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의 화가 전혁림(1910~2016)
'한국의 피카소' '바다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
그의 그림은 전통 색채인 청, 백, 흑, 홍, 황의 오방색을 주로 사용해 강렬하고도 화려하다.
호탕한 성격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카데믹한 화풍에 이질감을 느껴,
자유스럽게 통영에서 활동하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전혁림 미술관이 미륵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1915년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은 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꼽힌다.
변변한 미술학교는 다니지 못했지만, 미국의 한 미술 잡지에 한국 10대 화가로 꼽히기도 했다.
1977년 62세에 고향 통영으로 내려와 통영과 다도해를 화폭에 담았다.
미술관엔 그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되어 아들인 전영근 화백이 운영하고 있다
그림은 온통 푸른색이다.
시인 정수자는 그의 그림을 보고 '통영이 시푸르게 걸어나온다' 고 했다.
미술관 건물 외벽의 타일은 전 화백의 그림을 기초로 디자인했는데 연한 하늘빛부터 검푸른 빛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푸른빛이 인상적이다.
전혁림미술관
전혁림 '기둥사이로 보이는 한려수도'
전혁림은 2005년 90세가 넘은 나이에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신작전을 열었다.
100호가 넘는 대작들을 선보이는 전시회였다.
전시명은 '구십, 아직은 젊다' 였다.
이영미술관에는 평생 화가 전혁림과 박생광을 후원한 김이환. 신영숙 관장 부부가 소장한
전혁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통영의 예술인들
윤이상 기념공원과 생가 일대는 윤이상 거리로 지정돼 있다.
윤이상 거리와 가까운 항남동에 시인 생가 근처에 김상옥(1920~2004)거리가 있다.
김상옥 거리와 이웃해,
시인 유치환을 기념하는 청마거리에는 중앙우체국과 그 옆에 있는 '행복' 시비가 서 있다.
시비에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하는 유치환의 시 '행복'이 새겨져 있다.
유치환은 5,000통의 연서를 이 우체국에서 이영도에게 보냈다.
화가 이중섭(1916~1956) 또한 1953년 통영으로 이주, 한동안 항남동에 거주하면서 화가, 문인 등과 교류했다.
‘통영 풍경’ ‘복사꽃 핀 마을’ 등의 그림을 그렸다.
작가 박경리는 통영에서 출생 통영에 묻혔다.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시절 통영을 떠나 있었지만 작품에 고향 이야기를 많이 넣었다.
대하소설 ‘토지’에서 조준구의 아들 병수가 아버지의 죄를 짊어진 채 소목장이로 다시 태어난 곳도 통영이다.
한 집안의 욕망과 몰락을 격정적으로 그린 '김 약국의 딸들'은 온전히 통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현대문학 9호, 1955.9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꽃'의 시인 김춘수도 통영 출생이다.
- 고즈넉한 충무공의 유적지 한산섬 제승당
뱃고동 소리, 항구의 떠들썩한 소리.. 잠자리의 낯선 냄새에 문득 잠이 깼다.
새벽3시,
잠은 더 올 것 같지 않고 커피를 끓여 창밖에 서서 항구를 바라보았다.
새벽의 바다는 항구의 불빛을 받아 영원하고도 신비롭게 반짝였다.
4시가 조금 넘자 항구 근처의 서호시장은 빠르고 활기차게 깨어나고 있었다.
시장은 골목좌판으로 이내 성시를 이뤘다.
남도 여인들의 억척스러움과 후한 인심이 어우러져 낯선 여행객을 부른다.
젓갈 몇 가지와 선물용으로 오징어 몇 죽 사고는 한산도 행 첫 여객선을 타기위해 서둘러 연안여객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바다,
떠오르는 해는 바다를 비추고 배는 그림같이 잔잔한 바다를 가볍게 흔들고 간다.
육지의 어느 한 끝과도 닿지 않은 채 치열한 바다 속에 혼자 떠있는 섬,
영원히 거부하면서 영원히 받아들이는 바다의 진실을 ‘섬’은 아는가?
어제도 몇 천 년 전에도 그렇게 넘나들었을 물결의 긴-긴 자락이 모래사장을 적신다.
-'물결은 천번 만번 흘러드는데’ 이런 노래가사가 있었지, 아마-
바다가 끝나고 하늘이 막 시작되는 수평선은 아름답고도 쓸쓸했다.
지난 여행 때 한삼섬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굽 돌이길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아침 일찍 첫 배를 탔다.
이순신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한산섬 제승당 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km의 해안 산책로는
왼쪽엔 울창한 송림으로 소나무가 우거지고,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돌아 운치를 더 한다.
산자락 아래로 난 길을 들어가면 소나무가 울창한데 그 숲 아래로 동백이 가득하다.
한 없이 맑은 바다는 구룽 위의 들풀과 크고 작은 섬 사이로 서 있는 해벽과 어우러지고,
첫 배로 들어온 사람은 남편과 둘 뿐이어서 그 호젓함과 적막감은 나그네의 발길을 잡았다.
한산섬은 다섯개의 부속 섬으로 이루어졌다.
3년 전보다 많이 정돈되고 송림도 더 울창했다.
한산도 일주도 가능하고 숙박시설도 생겼다.
경건한 마음으로 20여분 걸어 제승당을 돌아보았다.
한산도 선착장에서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해안 산책로 ‘굽 돌이길’
통영은 이미 도시화와 관광지로 박경리 시대의 그런 소박함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한산섬에서 본 해변가 마을 풍경,
낮은 돌담과 담장너머로 보이는 장독대, 그 옆 조그마한 화단에는 동백과 매화가 소박했다.
산비탈 조그만 밭뙤기에선 중늙은이가 밭을 갈아 업고,
외딴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연기속에 자반 조림냄새는 왜 그렇게도 서럽게 번져가는지...
이럴 때 나는 가슴이 찡하면서 '여정'을 느낀다.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이, 이런 날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좋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도 이런 게 아닐지,
일상이 답답하고 덧 없다 여겨질 때,
지나가야 할 것들이 지나가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일 때,
우리의 신산한 마음을 달래 줄 것은 말없이 바라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라는 것...
고속도로가 생기고, KTX가 개통되고,
공항과 여행사가 늘면서 여행의 감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여정'이 없어진 것이다.
하여간 목적지에 빨리빨리 도착해서 관광지를 배경삼아 사진 한 장 찍고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현대인의 여행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정에서 느끼는 감동이 '여행의 참 멋'이라고 나는 믿는다.
-너무 가까이서는 실체를 바라보기 힘든 것, 바라보는 대상에 비친 나를 볼 수 있는 것 -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서 멀어져 여정 끝에 마주치는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서...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