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꼭 벌레 같아서 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벌레 같아서 밥이 안 넘어간다. 벌레가 벌레인 줄 모르고 커다랗게 크면 안 되니까. 벌레인 줄 모르는 커다란 벌레가 나를 먹어치우면 안 되니까. 거울 앞으로 가서 고개를 들면 누가 가면을 쓰고 나를 보고 있다. 그는 웃는 것 같지만 우는 것도 같다. 그는 말하는 것 같지만 듣는 것도 같다.그는 시를 쓰는 것 같지만 읽는 것도 같다. 나는 몇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람일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3월이가고 4월이 가고 5월이 가고 6월이다. 나 빼고 모든 사람이 다 대단해 보인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이상하게 멈추나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사람들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거다. 이사를 자주 했더니 무거운 물건들이 다 사라졌다. 남은 건 가볍고 버리기 좋은 것들. 오늘의 감정도 오늘의 벌레도 금방 버릴 수 있을 거다. 이 둥그렇고 푹신한 둥지에서 나를 몰고 다니는 놀이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 기차가 수국을 흔들고 간다. 오늘은 수국의 색과 하늘의 색이 같은 날. 이 집은 수국과 빈백의 색이 같은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