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부르는 우리 국토를 <산경표山徑表>로 정리한 사람이 순창출신의 실학자인 여암 신경준申景濬이었다. 하나의 대간인 백두대간(白頭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인 장백정간, 그리고 열세 개의 정맥(正脈)이 큰 강의 유역을 이루고, 그로부터 가지를 친 지맥들이 내와 골을 이루어 삶의 지경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분류하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우리나라 등뼈를 이루는 것이 백두대간(白頭大幹)이고 장백정간(長白正幹)이라는 하나의 정간이 있으며, 청북정맥(淸北正脉)․청남정맥(淸南正脉)․낙남정맥(落南正脉)․낙동정맥(洛東正脉)․한남정맥(漢南正脉)․한북정맥(漢北正脉)․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脉)․금남정맥(錦南正脉)․금북정맥(錦北正脉)․호남정맥(湖南正脉)․호남금남정맥(湖南錦南正脉)․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脉)․해서정맥(海西正脉) 등 열세 개의 정맥이 있다.
덕유산을 지난 백두대간이 장수의 영취산에 이르고, 그곳에 나뉘 정맥이 호남금남정맥인데, 금강의 발원지인 뜸봉샘의 정상인 신무산을 지나 장수와 진안의 접경인 팔공산을 지나 내 고향의 뒷산인 망바우 산과 시루봉을 지나서 성수산에 이른다. 그 산줄기가 마이산을 지나 모래재 부근의 주화산에서 운장산을 거쳐 부여의 부소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만덕산을 거쳐 슬치재를 지나 경각산을 거쳐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으로 나뉜다.
슬치재, 한글학회에서 펴낸 한국지명총람에 소치라고 기록된 슬치재는 임실군 관촌면과 완주군 상관면 사이에 있는 야트막한 고개다. 그 고개에서 관촌으로 가는 물줄기가 섬진강이고, 상관으로 가는 물줄기가 만경강의 지류인 전주천이다.
그 전주천의 발원지를 지나 정여립의 생가터를 거쳐서 한벽당과 청연루, 다가공원, 세내라고 부르는 삼천을 만나는 추처대, 그리고 추천대교를 지나 전미동과 고랑동 사이에서 만경강에 합류하고 김제 새창이 다리와 망해사를 거쳐서 새만금을 지나 새만금 배수갑문에서 서해로 들어간다.
그 물길을 따라 제 20회 길 문화축제를 열었다. 전주문인협회와 우리 땅 걷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가을의 향연, ‘아름다운 사람의 가을은 아름답다’ 라고 말한 에우리피데스의 말을 실감한 날이었다.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니체의 말과 같이 흐르면서 깊어지며 수많은 역사와 문화를 잉태한 전주천 걸어볼 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