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무들은 붉고 노랗게 옷을 갈아입으며 여행자들을 불러 세운다. 잠시 시간을 내어 숲길에 들어서면, 바람결에 흩날리는 단풍잎 하나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특히 한국의 가을은 산과 강, 사찰이 어우러지며 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① 내장산국립공원 (전북 정읍·순창) 내장산국립공원 내장산은 가을 여행지의 대명사다. 매년 10월이면 참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 등이 한꺼번에 불타오르듯 물들며 산 전체가 붉은빛으로 가득 차 오른다. 단풍의 농도가 워낙 짙어 ‘한국 단풍의 1번지’라는 명성을 얻었다. 또한 내장산에는 내장사, 우화정 같은 고즈넉한 문화유산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단풍을 즐기며 역사와 전통 건축물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만족도가 높다. 케이블카와 셔틀버스가 운영되므로 체력 부담 없이 누구나 쉽게 단풍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산이다. 9월 말부터 정상에서부터 물들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천불동 계곡을 중심으로 붉은 단풍 물결이 산을 가득 메운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에 단풍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다면 설악산이 제격이다. 특히 권금성에서 내려다보는 산세는 압도적이다. 단풍과 기암괴석,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며 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산행 난이도는 다양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선택할 수 있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대산국립공원 평창에 위치한 오대산은 부드러운 능선과 고찰 월정사가 함께 어우러진다. 가을이 되면 전나무 숲길 사이로 붉은 단풍이 스며들며,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길은 걷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명상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단풍뿐 아니라 오대산의 매력은 ‘조용한 숲길’에 있다. 북적이는 관광지가 부담스럽다면 오대산은 좋은 대안이다. 붉은 단풍과 초록 전나무가 대비를 이루는 풍경은 한국 가을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은 남도의 대표 명산이지만, 단풍 명소로는 단연 피아골이 손꼽힌다. 깊고 좁은 계곡을 따라 붉은 단풍이 장관을 이루며, 맑은 물소리와 함께 걷는 길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삼홍소’라 불리는 붉은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다른 산과 비교했을 때 지리산 피아골의 매력은 단풍의 ‘색감’이다. 붉은빛이 특히 선명하게 도드라져 가을의 농도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남도의 늦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속리산국립공원 속리산은 법주사와 함께 즐기는 단풍 명소다. 가을이면 법주사 주변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사찰과 단풍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종교적 고요함과 계절의 화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장소로,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이다.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전체 산세가 붉게 물든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 당일치기로 방문하기에 적합하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속리산은 최적의 선택지다. 팔공산 팔공산은 대구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가을 여행지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이 쉽고, 갓바위로 향하는 길에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가을의 색을 선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신심 깊은 이들이 찾는 동화사와 갓바위는 단풍에 둘러싸여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보 산책로부터 등산로까지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에도 좋다. 단풍철에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여행객이 찾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명소다. 가야산국립공원 가야산은 해인사가 자리해 있어 단풍과 문화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가을이면 해인사로 향하는 길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며,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져 경건한 풍경을 만든다. 특히 홍류동 계곡은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계곡물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져 절정을 이루는 풍경은 ‘가야산 단풍 1번지’라 불린다. 역사와 자연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가울 풍경 올해 가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위의 7곳 중 한 곳은 반드시 선택해 보자. 내장산의 붉은 물결, 설악산의 첫 단풍, 오대산의 전나무길, 지리산 피아골의 깊은 계곡…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풍경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2025년 단풍 시즌은 짧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을의 절정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