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아들만 둘 있습니다.
큰놈은 고려대 법대를 나왔는데, 아직 일정한 직업이 없답니다.
둘째놈은 카대 의대를 나와서 정형외과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군의관 대위로 원당쪽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놈 둘째를 먼저 장가 보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할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만, 줄여서 결혼 소감만 쓰겠습니다.
아들을 결혼시키는데 ,
첫째는 며느리가 누구냐가 문제였지요.
지 학교 동기생.선배.후배.... 그런 쪽에서 지가 알아서 찾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주변에서 소개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 아내는 어느 시기부터는 안달이 났습니다. 저도 몇몇을 소개해봤습니다. 아마도 지가 만나본 사람이 50명?100명? 모르겠습니다. 무수히 소개팅을 한 것 같습니다.
그 모든 인연이 다 흐트러지고
이놈이 근무하는 의무실에 치료받으러 왔던 쫄병이 '우리 누나 소개시켜드릴까요'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난 6월 29일 결혼했습니다.
오늘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처가에 갔습니다. 내일 저의 집에 온답니다.
아들을 결혼시키는데.
제가 겪은 바로는 청첩장이 정말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제게 청첩장을 보냈을때
저는,
그래 얘가 결혼하는구나 정말 기분 좋은 일이네. 제가 기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고 참석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야겠다. 그런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어? 이 날 못 가는데... 그런 결혼식도 있었습니다.
돈만 보내면 되잖아... 그런 결혼식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왜 내게 청첩장을 보냈지? 아예 모르는 척 그냥 지나쳐 버린 결혼식도 있었습니다.
어떤 결혼식을 나중에 알고 '왜 연락 안 했느냐?'고 따지고 섭섭해 한 결혼식도 있었습니다.
자! 나는 누구에게 청첩장을 보내야 되고, 누구에게는 보내지 않아야되는가? 이거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정적으로 그냥 처리하지도 못했습니다. 모릅니다. 어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경황이 없었습니다. 하여튼 이리저리 끝이 났습니다.
아들을 결혼시키는데,
많은 감정이, 감회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기분은, 기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동물적 감각인지 이성적 판단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기분이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요
제가 스물일곱살에 스물셋 대학4학년짜리와 결혼할 때는 이런 부모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그냥 제가 결혼하는 기분 좋은 날이었을 뿐이었거든요. 그 이후에도 몰랐습니다.
이번에 알았습니다.
제가 열한살때 아버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청상이었습니다.
그때 한평생 선비로 서당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유언 중에 저에 대한 말씀이 있었답니다.
윤환이는 고등학교 시켜라....
꼬장꼬장한 유학자를 남편으로 모시고 살았던,
봉제사접빈객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모든 집안일, 모든 농사를 다 책임지셨던,
한글도 모르는, 겨우 자기 이름만 쓸 줄 아셨던,
저의 어머니는
그 후에 저를 고등학교 보낸다고 도시로 나왔습니다.
농약공장,봉제공장,.... 공순이가 되셨습니다. 밤에는 건빵봉투,편지봉투.농약봉투 붙이는 부업을 했습니다. 홀치기, 밤까기... 부업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를 대학교, 대학원까지 보냈습니다. 그 놈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아들 결혼시키는 엄마의 기분을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지끔껏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7년전에 돌아가셨는데 말입니다.
이제사 이런 걸 알게 하는 인생사가..... 뭐 이렇습니까
이게 뭡니까
정말 이게 뭡니까.........
쓰다보니 글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저의 기분 좋은 날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냥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보수 박윤환
첫댓글 죽~~
읽어 내러가며,
눈시울이 촉촉해 졌습니다...
제 아들 장가 보낼 때를 추억해 보았습니다,
제 부모님 모습도 떠 올랐습니다,
훌륭하신 아드님
많이 행복 하시지요......?
아드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
전 울 아들 장가보내면서 그저 좋기만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은 못했던 철부지 엄마였습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아드님의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보수님 베로니카님 진심으로 아드님 결혼 축하합니다. ^^*
신랑이 베로니카님을 닮은것 같습니다~^^ 환한 얼굴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회장님 베로니카님 즐겁고 행복한 결혼식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32, 29 두아들을 둔 애비로써.
그 심정에 공감을 하고 갑니다.
무심님이나 저나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는데 인연은 다가오겠지요?
인연은
만든다고 되는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 時節緣을 기다릴수 밖에 없지요.^^
오늘 제 가슴을 마구 두드리십니다,
돌아가신 제 부모님을 생각하는 밤입니다.
코는 시큰한데 행복하시겠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베로니카님 훌륭한 두 아드님을 두셨었군요~눈물이 죽 흘러내린건 어느점에선가 공감이 간다는 뜻이겠지요?
일년전 저도 아들을 장가를 보냈는데 즐건마음이 더 컸었던것 같습니다~축하를 드립니다~
늘 진한 감동을 주시는 보수님의글.
법조계에 몸담지 않으셧다면 아마도 베스트작가가 되셨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아드님의 결혼을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