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10년 주기로 세상을 경악시키는 대형사고를 치는 종단이다. 1960년 비구ㆍ대처간 유혈충돌사건, 1972년 영화사 폭력사태, 1983년 신흥사 살인사건, 1994년 서의현ㆍ총무원 폭력사태, 2002년 봉은사 폭력사태, 2012년 도박승 사태가 그 예이다.”
<승가 정상화의 길, 먼저 ‘양심을 냉혹한 법정’에 세우라!!> 제목의 가제본된 인쇄물(A4용지 56쪽 분량)이 언론사를 제외한 불교계에 은밀히 배포되고 있어 그 배경과 필자의 정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후학 가야산인 청규’라고 자신을 밝힌 필자는 책에서 이같이 말한 뒤 “(조계종의) 크고 작은 무수한 분규ㆍ내분은 원칙이라고는 없는 행정부며 본사의 인사권 남용에 따른 주지직을 두고 둘러싼 불협화음의 갈등표출이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서두에서 “조계종은 개산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성찰과 개혁에 기초한 청정승가 위상정립 구현을 위한 제안 10가지’를 제시했다.
①상좌 3인 이하 제한과 비리승려 적발 시 은사ㆍ직계문도 책임제 ②승가 세속화 조장하는 ‘행자모집’ 전면 금지 ③교구ㆍ중앙종회의원 및 총무원요직자의 1ㆍ2급 사찰 주지겸직 금지 ④사찰관람료 징수 폐지 ⑤중앙종회ㆍ행정 요직 등 재가자 적극참여 ⑥총무원장 부ㆍ국장 본사ㆍ수말사 및 3급 이상 사찰주지 임명시 수행이력 요건 검증 의무화 ⑦독립된 주지직 인사관리 전담부서 신설 ⑧범종단 차원 감찰부 신설 ⑨노후복지 선결 및 다비 간소화 ⑩운전 및 휴대폰 원칙적 사용 금지 등이다.
①상좌 3인 이하 제한과 비리승려 적발 시 은사ㆍ직계문도 책임제 필자는 “승가타락의 1차 원인이 승가교육 부재에 있다면 교육부재의 배경에는 자격도 없이 맹목적으로 상좌를 많이 두고 싶어 하는 욕망이 빚은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익보다 속된 사욕에서 무책임하게 상좌를 두어 방치하는 마구잡이식,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 패거리 잡당식으로 상좌를 두는 것은 불교 미래ㆍ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필자는 “‘세상살이 고달파 머리 깎고 중 된다’ ‘마음만 먹으면 머리 깎고 절에 가서 산다’ ‘자식 애 먹이는 꼴 보기 싫어 절에 들어간다’는 식으로 수행인과 수행처소를 세상도피처 쯤으로 여기다 보니 발심출가와는 거리가 먼 가출자ㆍ사회기피자ㆍ정신이상자까지도 자비의 이름으로 자기 상좌로 만드는 게 절집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좌승 문제 발생시 1차적으로 본인의 엄벌은 물론 그 은사와 권속, 직계문도 순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마구잡이식 상좌 두기에 따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②승가 세속화 조장하는 ‘행자모집’ 전면 금지 필자는 “낯 뜨거운 행자모집ㆍ광고는 경망스럽고 경솔하기 짝이 없는 후안무치의 비승가적 행위”라며 “‘신성영역파기’로 간주해 단속ㆍ문책하지 않으면 기강문란을 부추기는 개악적 폐단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절 지킬 승려가 부족해 빈 절이 되며 ‘비구종단고사’를 걱정함은 과장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통 독신비구 종단이라면) 진정한 자성ㆍ성찰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부합하려면 오합지졸보다 소수정예가 돼 본분사를 잊지 않는 수행자로서 제 몫을 다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교구ㆍ중앙종회의원 및 총무원요직자의 1ㆍ2급 사찰 주지겸직 금지 조계종은 각 본사를 중심으로 수ㆍ말사로 분류하고 있다. 그 아래에 재정능력별로 4등급 내외로 사찰을 분류한다.
필자는 “조계종의 주지 품신-임준은 형식적 절차이다. 특정 문중 권속이 뿌리 내리고 있으면 설령 주지직 임명에 하자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인준ㆍ임명되고, 능력만 있으면 편법으로 주지가 되고, 수입 괜찮은 절이면 욕 먹어가면서도 장기집권하는 것이 인사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필자는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행정요직자가 재정수입이 좋은 사찰 주지까지 맡는 것은 승가화합을 저해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불안요소”라며 “부정부패의 원천인 돈줄을 죄어 그 흐름을 차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사찰관람료 징수 폐지 필자는 사찰관람료 징수 폐지를 주장했다. 징수 폐지 이유로 ▷전통사찰들의 불사가 일정 수준 이상 완료됐고 ▷국립공원 내 사찰의 경우 관람료가 이중으로 징수돼 방문객과 잦은 마찰을 빚고 ▷큰절 짓고 선원 운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필자는 “사찰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라며 “고려말 유학자들이 ‘승려들은 백성들에게 기생하는 무리’라고 매도해 불교가 몰락했음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또, “사찰관람료 징수 폐지는 ‘돈절주지-정치승려-명리승-비행ㆍ비리연루-수상한 뒷전이 있다’는 등식을 깰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명심보감>의 “등 따습고 배부르면 음심만 치성하고 춥고 배고파야 도 닦을 마음 일어난다”는 구절을 인용해 적었다.
⑤중앙종회ㆍ행정 요직 등 재가자 적극참여 필자는 “재가불자의 입법부(종회) 참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시대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종교도 도태ㆍ쇠퇴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포항 보경사, 영천 은해사, 장성 백양사, 밀양 표충사 등 재정 사고사찰을 하나하나 예로 들며 “병든 승가풍토 개혁ㆍ쇄신을 위해 재가불자들을 승가 전반에 참여시켜야 한다. 스님들은 총괄 관리ㆍ감독만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⑦독립된 주지직 인사관리 전담부서 신설 필자는 “종회의원ㆍ교구의원 선거 때면 금품수수설이 따르고 등급 높은 사찰 (주지 자리에는) 뒷거래가 있으며, 총무원장 선거는 돈봉투 무게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며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한 인사 관리ㆍ감독 기능의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총무원장에게 집중된 종권을 분산ㆍ축소시켜야 한다”며 “인사관리 전담부서는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덕망 있는 스님과 검증을 거친 재가자(불자교수, 판ㆍ검사 등)로 진용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⑧범종단 차원 감찰부 신설 필자는 “술ㆍ담배를 할 줄 모르던 이가 스님이 되고서 배우게 된다는 말에 슬픔이 복받친다”며 “승가문화 회복ㆍ정착을 위한 ‘승가 자치사법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필자는 “‘외세개입’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어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불자회, 경불련 출신, 판ㆍ검사 불자들과 연계해 비행ㆍ비리승을 수사ㆍ처벌하는 ‘승가자치사법권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무원장을 지낸 진경ㆍ의현 등 권승들은 종단에서 쫓겨나도 여전히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비행ㆍ비리 승려는 조계종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범계ㆍ탈선행위를 해도 어느 종단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범종단 차원의 감찰기구를 신설해 법절차에 따라 감옥부터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⑨노후복지 선결 및 다비 간소화 필자는 스님들의 호화장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부처님은 열반에 들기 전 ‘여래의 장례는 신심 돈독한 재가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출가자는 여래의 장례에 관여하지 말고 수행에 힘쓰라’고 했다”며 “간소하고 격식을 지켜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것이 생전의 스님이 닦은 수행과 덕에 누를 끼치지 않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큰스님이 입적하시면 장례비용을 대느라 직계문도는 허리가 휠 정도이다. 사리ㆍ사리탑을 남기는 것은 아상과 허상의 껍질을 벗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라며 “노스님들은 ‘사후 재와 사리ㆍ사리탑 등 일체의 뒷풀이 의식을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⑩운전 및 휴대폰 원칙적 사용 금지 필자는 “스님들은 흔히 ‘필요해서 차는 가졌지만 정진할 때는 세워놓고, 휴대폰은 정진 중에는 꺼놓았다가 방선 시간 때 문자메시지나 쓸 정도’라고 말한다”면서 “운전하고 휴대폰 쓰고 인터넷을 가까이 하면 참마음 자리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빠르게 달리는 속도와는 정신세계가 반비례하고 소음ㆍ영상의 허접쓰레기에 묻히면 불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필자는 “학인ㆍ소임자 스님을 예외로 하더라도 수행자 신분에 어울리지 않고 장애가 되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는 일은 수행자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타락 1번지로 지탄받는 총무원ㆍ조계사 반경 2km를 자정확립 시범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양비론 입장서 도박자, 폭로자 모두 비판 스님으로 추정되는 이 필자는 도박한 토진 스님 측과 이를 폭로한 성호 스님(정한영)을 둘 다 통렬히 비판했다.
토진 스님에 대해서는 “‘도박승 사건’의 주범격인 승려 토진(당시 조계사 주지) 일당은 반성ㆍ참회의 기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이렇게 넋두리 한다”고 적었다.
필자가 인용한 ‘토진 일당’의 넋두리는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 오락성(도박) 놀이를 두고, 돈 많은 스님들이 전부터 재미삼아 하고 있는데, 재수가 사나운 탓에 모진 놈에게 걸려들어 쌍바가지 뒤집어 씌듯 매장되는 것은 나쁜 운세에 더러운 옴이 붙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이다.
성호 스님(정한영)에 대해서는 “민중을 속여 미륵불을 자칭하며 무참한 살육을 자행한 후삼국시대 궁예 이후 최대 요승(妖僧)”이라며 “운동권 출신으로 출가 전 전과가 있음에도 승려가 됐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도박승 사태는 총무원장 부정선거 당선을 표적삼아 언론을 통해 ‘종단비리의 배를 갈라버리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끈 명진 승려(前 봉은사 주지)의 설난(舌亂)”이라고도 지적했다.
잿빛승복 죄수복인양 느껴져 한편, 필자는 “지난 ‘4월의 도박승 사태’처럼 듣기에도 ‘추하고 험한 절집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대다수 스님들은 통곡을 해도 시원찮을 만큼 서글프고 참담하다. 이런 사건ㆍ사고가 터질 때마다 숨죽여 가슴앓이 하고 따가운 시선 때문에 바깥 출입이 부담스럽고 잿빛승복이 죄수복인양 느껴진다”고 감회를 밝혔다.
56페이지에 걸쳐 장문을 써내려간 필자는 “지인의 청으로 내키지 않는 글을 썼다”며 “출가장부로서 부처님 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헛것에 팔리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함께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작성했다”고 끝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