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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지는 피 말리는 벼랑 끝 승부 끝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간신히 월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팀들과의 최종 예선에서 4승 3무 3패, 이는 분명 팬들의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후,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선임되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깊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국내파와 유럽파를 모두 가용할 수 있는 세르비아, 콜롬비아와의 11월 평가전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공격진의 창 끝은 무뎠고,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들을 빛나게 했다. 다른 아시아 팀들에게 대한민국은 분명 해볼 만한 상대였다. 현재 언론에서는 대표팀 부진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행정력,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잠시 축구협회의 행정력과 감독의 지도력을 뒤로하고, 대표팀 선수 자원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오를 수 있는 가용 가능한 선수의 폭은 분명 이전 대표팀과는 다르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K리그에서 훌륭한 기량을 자랑하는 수비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할 때에 높은 이적료와 연봉을 받으며 중국 리그로 이적한다. 그러나 중국 리그로 이적한 선수들은 애석하게도 중국 리그에서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대표팀 경기에 나선 중국 리그 선수들은 자신이 가장 잘 할 때의 실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고액 연봉의 유혹을 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기량에 유럽 중소리그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채 도전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중국으로 이적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록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국가로부터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선택하는 것은 축구팬들의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지만, 이전 시대처럼 선수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꿈보다 현실을 택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대한민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부모 세대는 대부분 젊은 자녀들에게 꿈 보다는 현실을 좇기를 권한다. 꿈을 따라갔을 때에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한 번 실패를 겪으면,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다.
[사진 = AFP]
그러나, 꿈을 좇아 도전을 이어나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유럽파 선수들이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생활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다. 눈에 보이는 인종차별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타지에서 겪는 외로움은 어느 누구도 쉽게 극복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만큼, 그 무게감은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유럽 주요리그에는 현재 약 15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는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이 뛰고 있으며, 분데스리가에는 지동원, 구자철, 박주호 선수가 있다. 세리에 A에서는 이승우가 뛰고 있으며, 프랑스 리그에는 석현준, 권창훈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는 황희찬, 이진현이 더 나은 리그로의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장결희, 백승호, 최경록, 박이영 선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라이벌 일본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본 대표팀은 14명의 선수가 유럽 4대 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리그, 벨기에 리그에도 많은 선수들이 진출해 있다. 또 다른 아시아의 강팀 이란도 네덜란드 리그와 러시아 리그를 중심으로 점차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더 나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을 수록 대표팀의 경쟁력이 더욱 강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수들은 더 나은 상대들을 만나며 성장하고,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에게 배우며 한 단계 성장한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실증적 연구는 아직 어느 곳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진 = UEFA]
본인은 영국 러프버러 대학원에서 대표팀 성적을 향상시키는 요소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대상은 유럽 국가 대표팀으로 선정했으며, 5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4대 리그를 보유한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대표팀이 연구에서 제외했고, 대표팀 역사가 짧아 자료가 부족한 코소보, 지브롤터 대표팀도 연구에서 제외했다.
본 연구에서는 대표팀 성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출로 보았고, 다중 회귀 분석을 통해 두 요소의 영향력을 비교했다. 즉, 더 나은 리그를 보유하고, 더 많은 선수를 유럽 주요 리그, 클럽으로 수출한 국가가 더 나은 대표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한 것이다.
국가 대표팀의 성적을 종속 변수로, '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출'을 독립변수로 선정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리그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UEFA에서 발표하는 리그 포인트 (유럽 대항전 성적에 따른 순위)로 정했고, 유럽 4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팀을 주요 리그와 클럽으로 정의했다. 이 리그와 클럽으로 수출한 선수의 수를 '선수 수출' 독립 변수로 정했다.
그 결과 유의 수준 내에서 '선수 수출' 항목이 '리그 경쟁력'보다 근소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리그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서 더 많은 선수를 주요 리그에 수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만큼 두 가지 변수 모두 모두 대표팀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유럽 4대 리그를 보유한 국가가 아닌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의 선전은 우연이 아니였다. 이들은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리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리그: 7위, 벨기에 리그: 9위, 프랑스 리그: 5위), 월등히 많은 선수들이 주요 리그, 클럽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는 훌륭한 리그를 보유했지만, 더 나은 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의 수가 적어, 대표팀의 경쟁력이 리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약한 리그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적은 수의 선수가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의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 중소리그에서 활약하거나, 잉글랜드 2부리그,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두 팀은 잘 갖춰진 조직력과 장수 감독의 지도력으로 (할그림손, 마이클 오닐) 전력의 열세를 극복했다.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폴란드, 덴마크는 또 다른 유형의 사례다. 이들은 유럽 주요리그로 선수들을 많이 수출하여 좋은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리그는 유럽 내에서는 중위권에 해당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이를 통해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길러낼 수 있었다.
이 논의는 대한민국 대표팀으로도 충분히 확장 시킬 수 있다. 대표팀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할그림손, 마이클 오닐처럼 유능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선임하고 신뢰를 보낸 슈틸리케는 실패로 끝났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수 가용 폭을 넓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르비아, 폴란드 처럼 많은 선수들이 더 나은 리그에서 뛰는 것은 대표팀에게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 산업의 크기가 작은 만큼, 중국, 중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적료가 구단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와 구단은 더 많은 이적료를 남길 수 있는 아시아 타 리그로의 이적을 더욱 반기기도 한다. 선수 역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사진 = DFCO]
현재 다수의 유럽파들은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했다.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히 도전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권창훈은 유럽 이적의 모범 사례 중 하나다. 그는 K리그 수원에서 데뷔해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는 프랑스 리그 디종으로 이적해 더 큰 무대 진출을 위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입단하지 않은 유스의 이적과 달리, 권창훈은 팀에 이적료도 남겼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여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이 늘어날 때,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K리그가 산업적으로 성공해야 하며 대표팀은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팬들의 노력보다는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대한축구협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난국을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