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출', 대표팀 성적의 열쇠
http://blog.naver.com/louie9118/221147147053
국가 대표팀의 성적은 한 나라의 축구 문화, 행정의 결과물이다. 모든 국가의 축구 협회는 대표팀 성적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유명 명장을 선임하고, 장기적으로는 자국 리그, 유소년, 생활 축구 등, 축구 전반에 투자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구 협회는 예산 제약을 마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축구 협회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한 단체의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고, 그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면 보다 더 빠르고, 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 Getty Images
국가 대표팀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리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 경쟁력 있는 리그에서 선수들은 실력 있는 팀 동료들에게 배우고, 상대 팀 선수들과 부딪히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대표팀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더 나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야한다는 주장 역시 매우 설득력 있다. 더 나은 리그로 이적한 선수들은 경쟁력 있는 팀과 무대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더 나은 무대를 경험한 이들은 대표팀 전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목표는 양립하기 어렵다. 실력이 좋은 선수가 다른 리그로 이적하는 일이 많아지면, 리그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남지 못하고, 리그 경쟁력은 점차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두 가지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실증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입증한다. 또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요소 중 어떠한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지 알아본다.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본 연구는 ‘자국 리그의 경쟁력과 빅 리그로의 선수 수출은 대표팀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설정했다. 본 가설을 검정하기 위해 다중 회귀분석 기법이 사용되었다. 대표팀 성적을 종속 변수로, 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출 항목을 독립 변수로 두었다. 그리고 종속 변수와 독립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 UEFA.com
연구 대상은 UEFA (유럽 축구 연맹)에 속한 축구 대표팀으로 선정했다. 연구 대상을 유럽 국가로 한정한 이유는 UEFA의 클럽 대회 운영이 가장 모범적이기 때문이다. UEFA는 클럽 대항전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대회에는 UEFA에 속한 55개 협회의 팀들이 참가한다. UEFA는 이 성적을 기반으로 매 시즌 각 리그의 순위를 발표한다.
본 연구의 종속 변수는 대표팀 성적이다. 국가 대표팀 성적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피파가 산정하는 피파 랭킹이 널리 쓰인다. 그러나 UEFA는 새롭게 출범하는 UEFA 네이션스리그를 위해 피파 랭킹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완하여 새롭게 UEFA 대표팀 계수 랭킹을 발표했다. 이 랭킹은 2012년 9월 이후 치러진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본선 경기와 유로 2016 예선, 본선 성적,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성적을 기반으로 산정되었다.
UEFA 대표팀 계수 랭킹은 피파 랭킹과는 다르게 친선 경기 기록이 배제되었다. UEFA가 발표한 이 순위 시스템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 친선 경기 기록이 포함 된 피파 랭킹보다 실제 전력을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본 연구에서는 UEFA 대표팀 계수 랭킹 포인트를 종속 변수로 두었다.
본 연구의 독립 변수 중 하나인 ‘리그 경쟁력’은 유럽 클럽 대항전 성적을 기반으로 발표하는 UEFA 리그 계수 포인트로 나타냈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리그 순위를 매 시즌 발표한다. 본 연구에서는 2012/13 시즌부터 2016/17 시즌까지 총 다섯 시즌 자료가 사용되었다.
또 다른 독립 변수 ‘빅 리그로의 선수 수출’은 유럽 4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수로 나타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 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는 통상 ‘빅 리그’라고 불리며, 이들을 일컬어 유럽 4대 리그라고 부른다. 본 연구에서는 2012/13 시즌부터 2016/17 시즌까지 각 국가에서 유럽 4대 리그로 수출한 선수의 수를 조사했다.
4대 리그로 수출한 선수의 수를 조사 한 만큼, 4대 리그를 보유한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추가적으로 UEFA에 늦게 소속 되어 통시적 자료가 부족한 지브롤터, 코소보 대표팀도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빅 리그를 보유하지 못한 49개의 유럽 국가가 연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유럽 49개 국가의 대표팀 성적, 리그 포인트, 4대 리그 선수]
* NTCOEF: UEFA 국가 대표팀 성적 계수 포인트
* LEAGUE: UEFA 리그 계수 포인트
* EXPORT: 유럽 4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수
* 기간: 2012년 9월 - 2017년 10월 (2012/13 시즌 - 2016/17 시즌)
※ 1위: 독일, 4위: 스페인, 6위: 잉글랜드, 8위: 이탈리아, 53위: 코소보, 55위: 지브롤터
2017년 발표한 UEFA 대표팀 계수 포인트는 2012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되었다. 이는 12/13 시즌부터 16/17 시즌까지 총 다섯 시즌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독립 변수 중 하나인 ‘리그 경쟁력’은 각 국가의 자국 리그가 매 시즌 획득한 리그 포인트의 평균으로 나타냈다. 또 다른 독립 변수인 ‘빅 리그로의 선수 수출’ 항목은 각 시즌에 유럽 4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해당 국가 선수 수의 평균으로 나타냈다.
결과표의 ‘계수 (Coefficient)’ 항목은 각 독립 변수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두 독립 변수는 유의 확률이 모두 0.05 미만이고, 종속 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출'은 모두 유의 수준 내에서 대표팀 성적에 정(+)의 영향을 미친다.
이에 더하여, 표준화 계수 베타 결과에 따라 유의 수준 내에서 ‘빅 리그로의 선수 수출’ (0.552) 이 ‘리그 경쟁력’ (0.323) 보다 근소하게 더 대표팀 성적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 '리그 경쟁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빅 리그 수출 선수'를 배출한다는 결과를 만큼,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국가는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4대 리그에 이어 유럽 리그 순위 5위를 기록했으며, 매 시즌 약 75명의 선수를 유럽 4대리그로 수출했다. 프랑스의 수출 선수 숫자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프랑스가 오랜 기간 최고 수준의 대표팀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프랑스 리그의 리딩 클럽 파리 생제르망은 지난 다섯 시즌동안 유럽 4대 리그의 주요 클럽 못지않은 경쟁력을 과시하며, 리그의 호성적을 견인했다.
벨기에와 포르투갈의 호성적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리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리그: 7위, 벨기에 리그: 9위) 30명이 넘는 많은 선수들이 주요 리그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을 이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스위스, 크로아티아, 네덜란드는 이 두 팀에 비해 리그 순위는 낮지만 (스위스 리그: 12위, 크로아티아 리그: 16위, 네덜란드 리그: 13위), 이들 역시 30명이 넘는 선수가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리그 6위)와 우크라이나 (리그 8위)는 훌륭한 리그를 보유한 것에 비해 저조한 대표팀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더 나은 리그로 진출한 선수의 수가 매우 적어서, 대표팀의 경쟁력이 리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슬란드 (리그 35위), 북아일랜드 (리그 47위)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약한 리그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적은 수의 선수가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의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 중소리그에서 활약하거나, 잉글랜드 2부리그,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북아일랜드는 잘 갖춰진 조직력과 장수 감독의 지도력으로 (할그림손, 마이클 오닐) 전력의 열세를 극복했다. 두 감독은 오랜 기간 대표팀을 맡으며, 수비 조직력을 완성시켰다. 또한 이들은 ‘남미 챔피언’ 칠레처럼 대표팀을 클럽과 같이 운영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두 팀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월드컵 성공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을 떠오르게 한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조 1위로 본선 무대에 진출했으며, 북아일랜드는 선전했으나,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에게 아쉽게 패하며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벤투라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팀 운영 끝에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게 패하며, 월드컵 탈락이라는 비극을 맞이했다. 이러한 사례는 대표팀 감독의 역할이 선수 자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본 연구는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다음 명제를 실증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자국 리그가 강하고, 더 나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많을수록 대표팀이 강하다.
그러나 계량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독의 역량'이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유럽 4대 리그 밖 국가에서 강한 국가 대표팀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리그를 보유함과 동시에 보다 더 나은 리그로의 수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축구 행정 정책의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만 미시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리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 리그의 산업적 성공과 리그 경쟁력의 상관관계 연구,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유소년 지도자의 역할 연구 등과 같은 실제적이고, 미시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
저작권자: 이범수
내용: 러프버러 대학교 석사과정 졸업 논문 활용, 요약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첫댓글 그동안 명제로 나타내던 걸 수치화한 걸 보니 조금 더 설득력있네, 그리고 부가적인 영향인 코치,감독진 역량에 대한 걸 어떻게 수치화 할 지가
맞습니다. 감독의 역량에 대한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더 설득력 있는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자국리그가 탄탄해야 유럽 빅리그로 진출하는 선수가 늘어난다는게 지금 일본을 보면서 체험하고 있죠.
왜 우리는 유럽 진출하는 선수가 없냐고 한탄만 하시는 분들 보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