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 연습 🈶️
토요일 오후 2시 나는 지하철역의 경노석에 앉아 자그마한 독서 수첩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들을 기록하고 소가 되새김을 하듯 이따금씩 다시 보아왔다.
그래야 영혼 깊숙이 각인이 된다.
“그게 뭡니까?”
바로 옆에 있던 등산복 차림의 남자가 궁금한지 내게 물었다.
내가 대충 설명을 해 주었다.
“그렇군요... 나는 나이가 일흔 여섯 살인데,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자꾸만 머리를 써야 하는 프로그램을 봐요...”
숫기가 없던 나는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불편해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는 내가 다가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얘기를 “아, 그렇군요”하고 겸손하고 정중하게 들어주니까 그의 속마음이 금세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저는 육군 대령 출신 이예요...
군에서 나와서도 매주 관악산에 오르면서 몸을 단련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일도 찾아가면서 했어요. 지금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보내고 있죠.
예전에 듣던 팝송들도 선별해 올리고 그래요. 하여튼 늙어가면서 좀 더 바쁘려고 노력하죠. 주변에 보면 나같이 연금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일찍 죽어요... 너무 편하면 빨리 죽는다니까요... 인간은 아등바등하고 정신없이 힘이 들어야 오래 사는 겁니다...”
그는 나보다 열 살이나 위인데도 외모는 오히려 젊어 보이는 것 같았다.
늙어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그런 것 같았다.
그는 내려야 할 정해진 역이 있지만 나는 아무데서나 내려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이따금씩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무 역에서나 내린다.
그리고 낯선 동네를 혼자 산책한다.
그게 나만의 고독 연습이고 늙어가는 법이다.
🗻 일본인 소노 아야코 여사는 인간은 늙어갈수록 점점 외로워진다고 했다.
친구도 가족도 점차 없어지고 마지막에는 홀로 남는다고 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낯선 동네를 혼자 산책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마음을 잡으라고 했다.
나는 그걸 실행에 옮겨보고 있는 것이다.
🪞 어머니한테서도 배웠다.
아흔 살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육십대 중반의 아들이 걱정스러운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살아보니까 나이 먹으면서 고독이 제일 뼈가 저리도록 힘들더구나! 누구나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니? 너도 고독을 잘 견뎌내고 오너라!”
그래서 나는 요즈음 고독을 견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늙어가는 법’이라는 책을 쓴 소노아야코 여사는 돈도 아끼지 말고 쓰라고 했다.
돈 때문에 궁상을 떨지 말라는 것이다.
돈이 없어질 때면 죽는다는 것이다.
혹 돈이 있어도 몸이 쇠약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면 이미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돈으로 가족과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하게 한마디 한다.
노인이 되어 정말 돈이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마지막 행진을 하라고 했다.
몸이 쇠약해지면 길을 가다가 어렵지 않게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의 옆에서 만난 남자가 갔다.
그 다음의 신당역에서 내렸다.
조금 걷다가 보니 중앙시장이 나타났다.
한가한 걸음으로 재래시장안을 걷는다.
🥬 건어물 집, 떡집, 족발 집, 칼국수 집, 과일 가게, 옷 수선 집 등이 나란히 있다.
🍠 가게 안의 모습들이 보인다.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앞에 놓고 마주 앉은 부부도 보이고,
혼자서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들 살면서 늙어가나 보다.💫
🙏 엄상익 에세이 중에서 ✍️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홀로 가는 길/ 남화용
https://www.youtube.com/watch?v=4TpOb2pw32c
늦가을
따사로운 햇살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빙그르 떨어진다
눈을 떠 시계보니 새벽 한시
잠깐 더 자다 일어나야겠다며 그대로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새벽 4시 반
잠깐 잔다는게 무려 세시간을 넘게 자 버렸다
왜 이리도 잠이 많을까?
톡을 보내고 나니 여섯시가 다 되간다
체조와 스쿼트를 하는데 집사람이 목욕가잔다
마지막 한셋트만 더 한 뒤 가자고
5셋트를 했더니 땀이 난다
스쿼트를 하는데 무릎과 엉덩이쪽 근육이 아프다
스쿼트를 시작한지 2개월이 넘었으니 적응될 때가 된 것 같은데도 아프다
적응이 늦는게 나이든 탓일까?
목욕장에 가니 대만원
마치 명절 전날처럼 목욕장이 붐빈다
추수가 끝나 한가해 졌나 보다
샤워한 뒤 반신욕 20여분
아직 눈이 정상적이질 않아 땀을 흘리면 안될 것같다
땀이나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면 좋을 게 없다
그래서 머리 감으며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매우 조심
몸무게를 재어 보니 변화가 없다
이제 이 몸무게를 유지하려나?
된장국 데워 밥 한술 먹자니 집사람은 고구마와 홍시를 먹어 생략하겠다고
나만 한술 말아 먹었다
집사람은 오늘 로얄미디스 배 대회에 나간다
3그룹에 속해 오후 1시 반부터 시작하지만 우리 클럽 선수들이 1,2그룹에 있기 때문에 일찍 나가 보겠다고
내가 회장이니 가서 응원해 주는게 좋겠다며 같이 나가자는 것을 난 오늘 대회에 나가지 않고 고관절도 아프니 집에 있겠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난 집에서 몇가지 일을 해야겠다
동물들 챙겨 주었다
미강이 떨어져 싸래기만 주었다
사돈네 집에 가서 몇 포대 얻어 와야겠다
기러기 한 마리가 모이주머니가 부풀어 있다
무얼 잘못 주워 먹어 부풀었을까?
모이도 먹질 못한다
저럼 죽을건데...
낼 모레 더 지켜 보고 나을 수 없으면 처분해 버려야겠다
아래 밭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땄다
어제 집사람이 두나무를 따 놓아서 남아 있는 한나무의 감을 땄다
모두 한 30여개쯤 된다
솔밭에 있는 감나무에도 몇 개 열린 것 모두 땄다
여기도 30여개
집사람이 베어서 널어 놓은 서리태 콩을 포장 하나 더 깔고 얇게 널어놓았다
그래야 잘 마를 것같다
서리태 콩밭에 있는 지주와 비닐끈도 모두 걷어 버렸다
대봉감이 모두 다하면 접반이나 되겠다
몇 개 안되더라도 여기저기 좀 나누어 먹어야겠다
대봉을 배 상자에 담아 보니 작은게 30여개쯤 들어 간다
사과 박스엔 20여개정도
박스에 담아 두어야겠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고구마를 찌면서 청소기를 돌렸다
내가 집안 청소 담당을 해야할건데 난 청소하는 걸 싫어해 집사람이 시키면 겨우 한다
이 나이에 고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잠 한숨 깜빡하고 나니 12시가 다된다
집사람 전화
점심 먹게 오란다
난 집에서 먹겠다고
집사람이 오후 1시 반부터 경기한다는데 응원이라도 해주어야겠다
고구마 하나로 점심 때우고 황룡파크장으로
도착하니 1시가 넘었다
집사람은 선수 등록한 뒤 준비하고 있다
오전 경기에선 집사람과 포섬을 즐겨치는 순자씨가 1위를 했단다
와 잘 했다
나보다 한 살 위인데 같이 쳐보니 티샷도 잘하지만 펏팅이 정확하다
멀리서도 쏙쏙 집어 넣는 걸보고 이번 대회엔 괜찮은 성적을 낼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이다
파크볼도 마음을 비우고 차분하게 쳐야 성적을 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나온 우리 클럽회원들과 반갑게 인사
모두들 평소 실력만큼 치지 못했다고
경기는 운칠기삼이라던가?
즐겁게 놀았으면 된다고
집사람이 경기에 들어 갔다
3홀부터 시작
울타리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몇컷 찰칵
6홀까지는 큰 실수 없이 쳤는데
7홀에서 그만 오비를 내버린다
버디나 이글을 잡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오비를 내버리면 타수가 쑥 올라가버린다
1회전은 32타로 마무리 했단다
2회전에선 9홀에서 오비를 내버려 30타로 마무리 해서 총 62타를 쳤단다
아이구 등위 안엔 들 수 없지만 경기에 나와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만하면 잘 한거지
집계를 내는 동안 흥겨운 노래잔치
경기 후 모두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의미한 일
주최측에서 음식도 충분히 장만해 각 클럽별로 나누어 주었다
각 클럽 회장은 앞 좌석에 앉아 달란다
앞에 있는 좌석에 앉으니 회장들에겐 따로 간단한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난 대회에도 나가지 않고 선물을 받으려니 미안하다
집게가 나와 시상
남자는 백암 클럽 회원이 51타로 1위
여자는 백양클럽 회원이 52타로 1위를 했다
이번엔 나이 드신분들이 젊은 분들보다 훨씬 더 잘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희망 있다
내년엔 올보다 더 잘할 수 있겠지
시상을 보고 난 먼저 집으로
다섯시 다 되가니 집사람도 왔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해
들깨밭에 있는 마른 풀등을 태워 버리잔다
나무 밑에 놔두면 퇴비 될건데 그걸 꼭 태워 버리려고 한다
신문지와 라이터를 가지고 솔밭으로
잡풀등을 태우고 있는데 아산형님 전화
혹 무얼 태우냐고
마른 잡풀등을 태우고 있다고하니 불피운다는 신고가 들어 왔단다
아산형님이 산불 감시위원으로 일한다
그래서 아산형님에게 연락이 간 것 같다
우리집은 산밑이라 불조심하라고
물 떠다 놓고 태우고 있으니 걱정 하시지말라고
산이 가까우니 내가 더 조심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잡풀등을 어느 정도 태우고 다음에 한번 더 태우자며 물 뿌려 불을 껐다
집사람이 저녁 미사 다녀오잔다
그도 좋겠다
고구마 하나 먹고 미사 드릴 시간되어 성당으로
성당에 가니 이미 많은 분들이 나와 미사 드릴 준비하며 묵상하고 있다
집사람은 얻어 온 쑥떡을 한순 원장님께 드린다
위 수술하셨어도 쑥떡은 좋은 거라고
그래 그런거라도 생각해 주면 좋지
오늘은 연중 제 32주일로 평신도 주일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진 것을 형제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자며 미사 시작
신부님께서
마르코 복음 12,38-44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를 봉독하시고
오늘 강론은 한국천주교 평신도 사제직협의회에서 낸 성명서를 사목회장이 낭독한 것으로 대체한다고
교회안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평신도들이 자신을 주님께 봉헌할 때 교회는 바뀌게 된다고
나같이 발바닥 신자가 되어선 안되는데...
아직 성령이 내게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을 교회에 봉헌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오늘은 퍙신도 주일이면서 본당의 날이기도
미사 끝나고 나오니까 입구에서 떡을 하나씩 준다
본당의 날 기념 떡
맛있게 보인다
각자 떡을 받아 우린 두 개
집사람이 아산아짐에게 하나를 드리자며 오다가 아산 아짐 집에 들러 갖다준다
그래 나누어 먹으면 좋겠지
마사 드리러 가기전부터 고관절이 아프더니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아프다
미사 드리면서도 서 있기가 불편했다
왜 이렇게 아프지
오늘은 무거운 물건도 들지 않았는데...
집에 와 진통제를 먹었더니 좀 가라 앉는다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맞아야할까보다
사위가 쥐 죽은 듯 고요
동네 입구 가로등만 깜빡깜빡 졸고 있다
님이여!
즐거운 주말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단풍 찾아 나들이 해보심도 힐링이리라
오늘도 님의 행복한 미소로 주위가 아름답게 물드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