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석독(厚味腊毒)
맛좋은 음식에는 심한 독이 있다는 뜻으로,
여기서 맛있는 음식이란 불법적으로
횡행하는 뇌물이나 뜻하지 않은 횡재를,
석독(腊毒)은 맹독(猛毒) 혹은 술을 이르는 말이다,
厚 : 두터울 후
味 : 맛 미
腊 : 포 석
毒 : 독 독
출전 : 국어(國語) 주어(周語) 하편(下篇)
고기를 두껍게 썰어 말린 육포는 맛이 좋지만
그 속에 독이 있다는 뜻이다.
남구만(南九萬)이 쓴 '숙부께 올림(上叔父)'은
숙부가 임지에서 술을 절제하지 못해
구설이 많다는 풍문을 듣고 조카가 올린 편지다.
편지에 이르기를,
"저는 한때 조금만 쉬더라도
쌓여서 지체되는 일이 너무 많은데,
하물며 아침 저녁으로 쉴 새 없이 술을 마신다면
어찌 업무가 폐하여지고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공적인 일은 그래도 바깥일이라 절박하지 않다 해도
밖으로 마음 끓일 일이 많은데,
안으로 석독(腊毒)의 맛만 맞이한다면
두 가지가 서로 침해할 테니
무엇으로 스스로를 보전하시렵니까?
이 조카의 생각은
만약 술 마시는 것을 자제할 수 없다면
일찍 스스로 사직하셔야 합니다"고 하였다.
술잔을 들고 이 편지를 읽던 숙부는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글 속 석독(腊毒)의 석(腊)은 고기를
두껍게 썰어 말린 육포로 편포(便脯)라고도 한다.
두꺼워 씹는 맛이 좋지만,
잘 마르지 않아 속이 쉬 상한다.
별미지만 겉만 멀쩡하고 속이 상한 것은
맹독을 품어,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국어(國語)' 주어 하(周語下)에서
"높은 지위는 사람을 엎어지게 만들고,
맛난 음식에는 석독이 들어 있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권호문(權好文)은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知止不殆賦)'에서
"슬프다 벼슬아치들 갈 것도 잊고,
석독만 즐기니 어리석구나.
총애가 지나치면 끝내 저자에 버려지니,
상채(上蔡)에서 사냥개 끌고 뒤쫓기 어려우리"라 했다.
이식(李植)이 동짓날을 맞아 지은 시
'견우(遣遇)'에서 "무늬 좋은 표범은 함정에 들고,
미인은 질투와 모함이 많네.
맛난 음식 석독이 가득 차 있고,
큰 거리에도 깎아지른 바위 있는 법"이라고
노래한 것도 같은 뜻이다.
'칠극(七克)'에서는
맛난 음식이 온갖 병을 부른다는 뜻으로
'후미백질(厚味百疾)'을 말하며
"먼저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았는데
또 밥을 더 먹으면 반드시 병이 생긴다"고 했다.
절제를 통해 몸과 정신을 길러야겠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