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설도 쇠고,
뒤안간에 판넬 창고공사를 한답시고
집에만 있다보니 만사가 답답하고 신경이 곤두서
심신도 풀고 허파 정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6주만에 가는 산행은 내장산이다.
단풍놀이는 댓 번 다녀오긴 하였지만
내장산 겨울산행은 처음이라 구미가 당겼고
운이 좋다면 설산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있는 산이다.
1971년 우리나라 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높이는 최고봉 763.2m 신선봉이다.
마산역에서 8시 출발 11시경 내장산국립공원
추령탐방로 입구 주차장 도착.
오늘 코스는 추령-유군지-장군봉-연자봉-
신선봉-까치봉-내장사-주차장까지 13㎞ 코스다.
추령 구간에는 잔설이 수북히 쌓여 있고
구름이 심심찮게 흐르는 맑은 하늘에
설풍이 매섭게 불어대는 영화 2도 정도 기온.
경사도가 심해 힘들긴 하지만 땀은 나지 않고
차츰 기억을 찾아가는 몸 상태를 알 수 있다.
암릉구간에는 눈 밑으로 얼음이 숨어 있어
안전을 위해 아이젠은 필수.
인곡은 귀찮이즘 병으로 아이젠은 꺼내지 않고
그냥 걷는데도 그만그만 갈 만 하다.
등로 우측으로 벗어나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장동 방향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장군봉이 나타났는데
눈은 아이구 어떡하나. 하고 게으름을 먼저 보고
몸은 기억이 되살아나며 무심코 걷기만 한다.
유군치를 지나 암릉을 덮은 잔설이
무리지어 구름처럼 움직이는 듯
스스로 구름이고 싶었겠지...
장군봉을 오르는 구간은
대부분 눈으로 덮여있고
산우들의 숨소리와
매섭게 몰아치는 설풍만이 침묵을 깬다.
1시간 소요 장군봉(696.2M)에 섰다.
눈만 수북하게 쌓여 있고 조망은 많이 가려진다.
장군봉에서 조금 전진하다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설산 조망이 경이롭다.
누구나 인증샷을 날릴 것 같은...
맞은 편 서래봉 아래 백련암이
남향으로 포근하게 앉았고,
우중앙 케이블카 상부탑승장,
하중앙에 내장산 공원 상가가 얼핏 보인다.
연자봉 직전에서 되돌아본
우측 장군봉앞으로 펼쳐진 산하
그리고 연자봉(675.2m)을 만나고 인증샷을 날린다.
시간이 훌쩍지났는데 점심을 언제쯤 먹나 했더니
연자봉 아래 한풍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남향에 자리를 잡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는 쪽쪽 둘러 앉아서
주린배를 간단간단하게 채운다.
신선봉으로 향하는 등로에는
돌계단이 다 덮혔으며
길에서 벗어나면 무릅 위까지 빠지는 걸 보아
50㎝는 넘어 보인다.
1시간 40분 만에 내장산 최고봉 신선봉(763.2m) 도착.
정상마다 잡목으로 인하여 조망이 어지럽다.
그나마 눈마당이 펼쳐지니 상기된 표정들이고,
내심 이런 신선봉을 만나고 싶었다.
신선봉에서 인증샷도 하고 한참을 놀다가
여기서 하산할 산우는 내려가고
일부는 까치봉으로 진군한다.
오랜만에 온 인곡도 컨디션이 좋아
갈데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태운다.
봉덕리 대가제가 내려다 보이는 암릉에서
사진을 찍고 더 내려가다 보니
코스를 오판한 것을 산우들이 알아채고
4-500m를 알바하는데 힘을 소비하고 말았다.
ㅜㅜ
다시 신선봉으로 올라와
까지봉 가는 등로를 제대로 잡고 재출발이다.
까치봉 가는 길도 흥미진진할 뿐
힘듦은 제쳐두고 호기심으로 간다.
정읍 상교동 방향
까치봉이 바로 앞에 서니 희망이 보인다.
까치봉도 순순이 허락하지 않는다.
난코스를 통과하는 기백을 시험하는 것이다.
마지막 봉 까치봉(717m)을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신선봉을 배경으로 내장산 겨울산행
마지막 표정을 담는다.
까치봉 하산길도 난코스중 난코스다.
계단과 안전시설이 있긴하지만
얼음길은 조금만 방심하도 찰라에 당한다.
2012. 10. 31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내장사 대웅전이 소실되고 지금은 재건중.
내장사를 지나고
기대에 찬 우화정을 만났다.
눈은 거의 녹아사라졌지만
기와위에 아직 잔설이 남아 있어
겨울 우화정의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설마 눈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내심 마지막 겨울 설산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설풍은 심심풀이로 맞으면 되고
기온도 하늘도 우리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설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갖출 건 다 갖췄고 체력만 따라주기를 바랐는데
처음 추령을 오를 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신감이 바닥이었지만
서서히 찾아가는 몸의 기억이 살아나면서
장군봉을 오르고 체력도 자신감도 완전 회복.
함께하는 산우들과 나누는 우정으로
까치봉까지 승락을 받은 명쾌한 산행이었다.
2025. 2. 19
내장산에서 인곡
첫댓글 연자봉 한 컷
감사합니다
까치봉까지 함께 달렸더라면 한 장은 더 건질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ㅋㅋ
겨울의 또다른 내장산의
풍경들도
인곡님 상세한 산행기록으로
즐감합니다 ^^
항상 웃음으로 봉사하는 이슬 총무님 덕분입니다.
점심 이후로 줄곧 함께 동행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멋진 흔적도 남길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명쾌한 산행기 즐감하였습니다^^
요즘 동행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다음에도 정원님 배신하고 멀리까지 갑시다,ㅋㅋ
@인곡 정금수 배신의 배신은 신뢰일까 또다른 배신일까 한번더 배신해보면 알 수 있을까 ㅋ
이면의 이면은 정면일까 또다른 이면일까 내 첫 시집의 제목인데 ㅎ
배신을 하던 이면이던 자주 보입시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