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7~19일 1박3일 넝쿨산악회 지리산종주.
넝쿨 산악회에서 올해 26주년 창립기념 행사로 추진한 지리산 종주.
올라가기 시작하면서는 처음이라 힘 빠질일이 없었으니 웃고 얘기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면서 지리산 반달곰도 얘기도 하면서 올라가는 중에 나타난 주의 문구. 두둥!!
'곰출현주의..'
그림도 무서운데 아래 안내 문구가 무섭다.. '곰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하하...
그냥 얘기하며 오를 때는 '설마.. 이렇게 사람 소리 들리는데 나타나겠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 문구를 보니 '숲으로 눈 돌리다가 곰이랑 눈 마주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보통 출현주의 해놨으면 바로 옆에 만났을 때의 대처 방법도 있어야 하지 않나... 곰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이 한 동안 머릿 속을 맴돌았다.
어쨋든 곰을 만나면 자극 하지 말고, 갑자기 뒤로 돌아 도망가는 행동 금지.
최대한 조용히 슬금슬금 피해주는 게 상책인 듯. 나중에 본 대처법에는 도망가다 안되면
목을 감싸고 최대한 움츠려서 피해를 줄이라고도...
돼지령. 이번 지리산을 가며 지도와 거리는 열심히 봤는데 봉우리는 엄청 많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하나도 찾아볼 생각을 안해봤다. 가면 알겠지 라는 생각이 컸던 듯..
돼지령은 멧돼지가 많이 나타나서 돼지령이 됐다고 함.
피아골 삼거리.
피아골은 옛날 이 일대에 피밭[稷田]이 많아서 ‘피밭골’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이것이 변해 피아골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표지판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갈 길이 멀어 그런지..
많이도 나왔다...정말 많이도...
임걸령. 옛날 임걸이라는 의적이 은거하던 곳이라 임걸령이 되었다고 하고,
반야봉과 노고단쪽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고봉임에도 아늑한 곳이라고 한다.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고 물맛이 좋다고 하는데...
올라가다가 한군데서 약수를 먹었는데 여기인가보다 ㅋㅋㅋ 먹는 거만 보이면 급급해서
먹는 사진은 없는... 그래도 정말 물은 차갑고 물맛 또한 좋아서 물 한통을 채우고 갔다.
산에서 만나는 약수는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주는 정말 고마운 오하시스 같은 존재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올라가면서 한장.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얼굴들이 빛을 발한다.
역시 산 사람의 얼굴이라 하면 어디에 있어도 밝은 빛이???!
노고단에서 2시간쯤 오르니 노루목에 도착 하였다.
지도 표시 시간 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한거보니 속도가 점점 붙나보다.
여기서 반야봉으로 갈 수 있다는데 아무도 반야봉을 간다는 소리는 없었다.
처음부터 반야봉은 안중에도 없었지만 지도상에 1키로 가는데 1시간 표시되어 있는거보면
안가봐도 오르막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을 거라 짐작이 간다.
우리의 목표는 뚜렷하게 천왕봉을 향해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봉우리들은 큰 목표를 향한 한발자국의 즐거움.
삼도봉.
세개의 도가 만나는 지점이라나??????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점. 사진은 분명 돌려 볼 수 있는 컷으로 찍었는데
핸드폰에서 밖에 안 보이는 안타까운 사태가.....
여기서 쉬면서 간식도 먹고 저 멀리 떠오르는 일출도 보았다.
먼 동이 터오는 모습은 뭔가 어두운 날이 지나고 새롭고 밝은 날이 올 거만 같은
느낌을 준다.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이 느끼는 건 사뭇 다르다.
해가 뜨고 날이 밝으니 더 이상 랜턴이 필요 없어졌다.
마치 언제 어두웠냐는 듯 금새 온 세상이 밝아졌다.
토끼봉. 반야봉을 기점으로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되는 묘방(卯方)에 있다 하여 토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토끼를 닮았을거라 생각했는데...
올라가는 길에 임금희대원이 체기滯氣로 힘들어 하여, 조동환대원께서 잠시 베낭을 들어주셨다.
가방 하나하나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서로서로 돕는 모습이 멋있다.
다만, 장거리를 가야 하니 체력 안배는 무엇보다 중요!
드디어 도착한 연하천 대피소!!
너무 일찍 출발하여 밥 먹을 시간이 애매 해서 연하천 가서 먹자고 하여,
기어이 여기까지 왔다! 노고단에서 5시간만. 오전 8시 15분쯤이 되었다.
시간은 오전인데 느낌은 점심 같은.... 뭔가 정오가 넘은 느낌. 시간의 흐름이
깨지기 시작했다.
밥을 먹기 위해 싸 가지고 온 반찬들과 오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온 전투식량을 꺼냈다.
역시 먹을 거 앞에선 정신 없어서 못 찍은.... 하지만 전투식량... 흠.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하겠는데... 정말 궁하지 않으면 굳이 안 먹을 거 같다.
우린 1박 2일 간 먹을 식량을 챙겨야해서 무게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가져갔지만,
무게 줄이는데는 성공 했지만 맛에선 실패 ㅎㅎㅎ 그렇다고 완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하천 대피소에 붙어 있던 시(?)
이해는 잘 안간다. 뭔가 반어법인가... 지리산을 견딜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마음이
변덕을 부린 거라는 걸까... 견딜만 하지 못하겠어도 다시 찾아오면 견딜 수 있을 거라는걸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의 이 화두가 문득 떠올랐다.
밥을 먹고 단체 사진 한장. 이번 산행에는 셀카봉이 열일 하셨다.
밥을 먹고 또 발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벽소령 대피소.
보다시피 공사중. 그래도 저 조립식 건물에서 팔거는 다 파는 듯`ㅡ`. 지리산에 물품 나르는 것도
일이겠다.
앉아서 양갱 초콜릿 캔디 소세지 등등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을 폭풍 흡입.
물론 쓰레기는 모두 가방에 잘 챙기기. 나중에 내려오다 봤는데,
국립공원에서 쓰레기 포인트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뭔지 몰라서 그냥 다 갖고
내려와서 쓰레기봉투 사서 버렸지만.ㅎㅎㅎ
그나저나 아직 세석까지는 3~4시간을 더 가야 하네...ㅠ
갈수록 무릎에 뻐근한 감각이 느껴져서 쉴 때마다 에어파스를 뿌려주기도 하고.
무릎 보호대도 차고.. 테이핑도 했지만...
체력은 버티는데 무릎이 못 버틸까봐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걱정이 한 번 들기 시작하니 내리막 계단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움추러 들어
심적 부담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였을까? 선비샘을 보고 신비샘으로 착각한???????????????
유래를 보고나서야 선비샘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물이 워낙 졸졸 나와 목 한 번 축이고 바로 출발 하였다.
다시 걷다가 마주한 미려한 몸매의 나무 한그루.
두 다리가 있어서 옆으로 기울어도 잘 버티고 있나보다`ㅡ`
뭔가 학창시절 사랑의 매를 맞던 게 생각이 난다.
마의 구간이 시작? 갑자기 오르막길이 길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꿋꿋이 끊임없이 올라가는 우리 팀. 대단해요~
지리산은 산이 깊고 큰 만큼 많은 전설을 갖고 있나보다.
칠선봉은 그 전설에 이름 하나 걸치고 있는건가~
뭔가 일곱신선 같은???
칠선봉에서 2키로를 보고 한시간이면 가겠구나 했는데.. 표시를 잘 못 해놓은건가..
길이 자꾸 늘어나는건가... 이넘의 길이 줄지를 않는다.. 가도가도 몇 백m...
오늘의 마지막 고비구나 싶다. 계단도 많은데 마지막에 이런 시련을...
그래도 이 악물고 마지막 남은 거리를 좁혀 간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세석 대피소!!!!!!!!!
대체 이런 높은 산에 어떻게 이렇게 큰 대피소들을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드디어 도착이다. 라는 생각이 겹쳤다.
세석에 도착하기 전엔 장터목까지도 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안되겠다.ㅎㅎ
한 분 두분 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분주히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7시간여만에 먹는 밥.
어찌나 반갑던지... 라면과 누룽지를 끓여 먹고...
이남원대원께서 힘들게 들고 올라오신 고기를 그 자리에서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손맛!!!
아~ 행복해라...ㅎㅎㅎ
국립공원은 올해 초부터 산에서 음주가 금지 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송을 해도 몰래 몰래 음주를 즐기고 있었지만,
본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정도껏 지켜줘야 하겠다.
다음 날 헬기가 다녀가는 모습을 보고 더욱 크게 들은 생각. 그래도 한 잔이 떠오르는 건
내려가서 ㅎㅎㅎ
맛있는 고기를 위해 진공포장과 얼음물로 보관해오신 정성+_+
김치과 더덕 등을 넣고 같이 볶으니.. 만찬 완성!!!!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간다.. 살 쪄서 돌아가겠어요~~~=_+
밥 준비와 식사를 끝내고 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르게 자리 배정을 받아서 우리는 내일을 위해 일찍 쉬기로 하였다.
긴 산행과 무박 산행으로 인해 몸도 많이 지치고 잠도 부족하였기에... 6시가 좀 넘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졌다.
시끄럽고 복잡해서 못 잘거라고도 하셨는데... 5시간 정도는 기절 하듯이 잠든...
거기에는 귀마개도 한 몫 톡톡히 하였다.
그렇게 밤부터 시작된 산행은 날이 지기 전에 잠드는 것으로 이튿날이 지나갔다.
오늘 하루 잘 버텨준 내 몸아 고맙다~~
첫댓글 지나간 시간들에 우리가 행했던 몸짖은 소중한 가치로 돌아 올것입니다,
글도 잘 정리가 됐고---
어느새 추억이 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