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덤으로 생긴 달 점괘가 피해간다?윤달 수의는 우리의 오랜 풍습이다. 수의만이 아니라 윤달에는 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조상의 산소를 이장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옛 달력에는 1년 365일 모든 날짜에 대해 무슨 일은 안 되고 어떤 일은 불길하다는 식의 일진(日辰)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윤달에는 이런 경고가 해당하지 않는다. 윤달은 덤으로 들어가는 달이어서 점괘가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12지(十二支)로 달 이름을 붙였는데, 자월(子月, 11월)-축월(丑月, 12월)-인월(寅月, 1월)-묘월(卯月, 2월)-진월(辰月, 3월) 등이 그것이다.
윤달을 두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달을 두는 방법은 무중치윤(無中置閏)법으로, 즉 중기(中氣) 없는 달을 그 전달의 윤달로 하는 규칙이다. 중기란 24절기 가운데 12개를 뜻하는데,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로 이어지는 24절기 가운데 12절기를 제외한 우수 춘분 곡우 등을 중기라 한다.
그런데 음력 달은 중기로 구분하기 때문에 중기가 빠진 달은 달 기능을 할 수 없어 앞달의 윤달이 된다. 예를 들면 올해 2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중기 ‘춘분’은 3월20일(음력 2월30일)에 해당하고, 그 다음날 시작하는 윤2월에는 15일(양력 4월4일)에 절기 ‘청명’이 들어 있을 뿐 다음 차례의 중기 ‘곡우’는 다음달 3월2일(양력 4월20일)로 빠지게 된다. 즉 음력으로 2월을 결정하는 중기 ‘춘분’과 3월을 결정하는 중기 ‘곡우’를 모두 앞달과 뒷달에 빼앗긴 달이 그 사이의 윤달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이사 갈 때 ‘손 없는 날’을 고르는 수가 있는데, 윤달이란 바로 그 ‘손 없는 달’인 셈이다. 물론 과학적 사고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라’는 격언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당연히 ‘손 있는 날’이 따로 있을 이치도 없다.
윤달은 불규칙하게 오는데, 대략 19년에 일곱 번 윤달이 있기는 하지만 윤5월이 제법 자주 오는 것에 비하면 윤4월과 윤6월은 조금 드물고, 윤3월과 윤7월은 더욱 드물다. 그것도 봄 쪽의 윤달은 자주 오지만 가을 쪽은 아주 드물다. 그래서 윤11월은 거의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면 다음 윤년은 언제인가. 2009년(윤5월), 2012년(윤3월), 2014년(윤9월), 2017년(윤5월), 2020년(윤4월), 2023년(윤2월)에 윤달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