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여름. 그것도 한가운데를 향한다.
어딜가든 "냉랭(冷冷)한" 것이 좋다. 어쩔 수 없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조차도 감당하기 힘
든 게 여름 아니던가. 냉랭(冷冷)한 곳 찾으니 영락없이 강원도요, 강원도서 냉냉(冷冷)한 음식 골라잡
으니 막국수가 낙점됐다.
안다. 아는 사람이 들으면 손사래 칠 소리다.
사실 막국수는 한겨울 꽁꽁 언 동치미 국물에 함께 말아 먹는‘겨울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이야 사시
철 즐겨먹고, 외려 여름에 찾는 사람이 더 많으니 철 모르는(?) 막국수의 반란은 눈감아 주자.
강원도지도를 펼쳐보면 지역특산물란에‘막국수’라 적힌 곳이 적지 않다. 그만큼 강원도 어느 곳을 가
든 저렴하고 든든하게 막국수 한그릇 맛 보는 건 어렵잖다. 그중 낙점된 곳은‘막국수촌’을 형성하고
있는 속초-양양의 경계지점인 구 속초공항 부근과 막국수 종주지를 자부하는 춘천이다. |
| 하늘과 맞닿은 속초 바다, 막국수촌은 구 속초공항부근으로 행정구역상은 양양군이지만, 속초시와도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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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속초공항에서 진전사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띄엄띄엄 막국수집이 있다. 사진은 막국수촌 입구
우선 구 속초공항 부근의 막국수촌을 찾았다.
속초에서 구 속초공항 방면으로 내려와 물치해수욕장에서 진전사 쪽으로 올라오면 메밀국수 촌이 나온
다. 도심처럼 가게가 오밀조밀 붙어 있진 않지만, 띄엄띄엄 열개 가량의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구 속초공항 담벼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막국수>간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길동무가 되어준 속초시 관광안내원 김준영씨는“90년대 초 姑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실로암’이라
는 음식점에서 막국수를 먹은 후 이 동네 막국수가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정주영씨가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수행원들이 몇 명이고, 직원이 몇 명이겠습니까. 그사람들
이 한꺼번에 움직이니까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입소문도 많이 났지요. 그전에도 여기선 다들 많이 먹었
어요. 근데 아마 외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걸로 꼽으면 아마 그맘때쯤 되지 싶어요”.
막국수촌의 유명세를 전적으로 姑 정 명예회장이 견인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역음식이었던 막국수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친데는 일조를 했음에 틀림없어 보였다.
구 속초공항 부근은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난 집들이 적지 않다. 최근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다는‘장산
리 진솔 메밀국수’를 추천받았다. |
| 막국수와 짝을 이뤄 판매되는 수육. 새콤한 동태무침이 입맛을 돋운다. | 세트메뉴와 같은 막국수와 수육을
시켰다. 보기만해도 군침도는 수육
이 먼저 나왔다.
헌데 정작 눈길을 사로잡은 건 수
육과 함께 나온 빨간 오징어포같은
녀석. 새콤달콤하다. 밥반찬이었더
라도 밥 한공기는‘뚝딱’해치웠지
싶다.
"속초에선 이걸 동태회라고 불러요
. 가자미는 비싸서 못쓰고…동태회
를 써요.” 토박이라며 한마디 거
들어 주신다. 속초에서 유명한 가
자미식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
다. 최상급 수육에 동태무침 얹고
상추쌈 싸 먹으니 "바다와 육지"고
기의 절묘한 만남이 완성된다. |
예상밖으로 수육이 선전한 덕에 본분을 잠시 잊었다. 막국수 얘기로 돌아가자.
국수그릇보다 수육접시보다 넓고 깊은 곳에 담겨져 나온 동치미에는 무와 파 그리고 얼음이 둥둥 헤엄
을 치는 중이다. 일단 국자째 한술 뜨고 본다. "캬~”맥주 광고에서나 들었을 법한 감탄사가 명치부터
우러나온다. 속초양양지역에선 동치미가 막국수 맛을 좌우한다거니 "옳다구나"싶다. 다른 지역에서는
육수를 붓는데 반해 속초양양에선 동치미 국물로 시원한 국물맛을 내기 때문.
맞은편에는 등산마니아인 듯 보이는 중년 부부가 앉았다.‘블랙○○’라는 전문 등산옷과 장비를 갖춘
채다.“어허~. 시워언~하다”숫제 동치미가 담긴 큰 그릇을 들곤 벌컥 벌컥 들이킨다. 보기만 해도 절
로 속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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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양념의 막국수와 얼얼할 정도로 시원한 동치미는 최고의 궁합. 한번 맛보면 잊혀지지 않는 맛.
“시시때때로 담그지 뭐. 쪽파, 마늘, 생강을 자루 통째 넣고…. 시원하게”신비의 비법이라도 숨겨져
있으리라 기대했던 걸까. 진술메밀국수 이상빈씨 내외가 술술 풀어놓는 동치미 국물 비법은 싱겁기 그
지 없다. 그때 즈음 깊은 국물처럼 생활에서 진국같은 한마디를 하셨다.
“사람도 음식도 뭐든 균형이 잘 맞아야지 뭐. 동치미 국물, 메밀면발, 양념, 안 그래?”
속초는 막국수 외에도 함흥냉면으로 유명한데 그 냉면이 매운 것으로 유명하듯 메밀국수 역시 붉은기
가 돌고 살짝 매콤해 감칠맛이 난다. 쪼록쪼록 면을 먹다보면 매콤한 못이겨 동치미 국물을 찾게 된다.
매콤한 막국수가 동치미가 "꼭" 필요한 이유다. |
|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소양호, 그리고 그 위를 가르는 유람선 |
막국수하면 춘천을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막국수에 관한한 전국 최고의‘파워’를 자랑하지만 막국수
촌, 혹은 막국수거리라 부를만한 곳은 따로 없다. 다만 소양댐부근, 시내 곳곳에서 어렵잖게 막국수 음
식점을 찾을 수 있다. |
| 춘천서 원조로 꼽히는 막국수집. 현란한 간판대신 좁은 골목길이 손님을 반긴다. |
춘천시에서 "원조막국수촌"으로 설명하고 있는 곳은 신북읍 천전리 일원 윗샘밭 부근이다. 이곳에서 좀
더 올라가면 막국수체험박물관 이 위치한다.
춘천에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남부막국수’를 찾았다.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휘황찬란해서 남
다른 게 아니다. 외려 그 반대였다. 소위 "유명한 집"에 있을 법한 거창한 입간판도 "○○○방송 출현,
○○○연예인 방문" 등의 그 어떤 문구도 없다. 그저“자네 왔는가!”하는 투다. |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겨자와 식초, 설탕을 조금 넣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두툼한 빈대떡도 별미.
“32년 됐어요. 예전에 어머니가 하시던 데서 메뉴 그대로 그자리에서 하는 거예요. 사실 가게가 아니
라 집이라 해야 맞지요.”
오랜 집과 막국수 맛 그 연륜만큼 오래됐음직한 양은 주전자에 육수가 담겨나온다. 새색시머리 틀어올
리듯 메밀면도 양푼 그릇에 담겨나왔다. 춘천에서는 대체로 육수를 국물로 쓴다.
“육수를 이렇게 자작하게 부어서 겨자랑 식초 조금 넣고, 설탕을 살짝 뿌리면 새콤달콤해요”.직접 시
범을 보이시는 남부막국수 안주인 허정자씨는“부엌에서 육수 직접 우리고, 면도 직접 뽑아”라며 “후
루룩”먹기 바쁜 기자를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속초지역 막국수에 비해‘매운맛’은 덜하고‘담백하고 은근한 맛’이 더하다.
“옛날에는 메밀을 많이 썼어요. 지금도 한 70%는 쓰지. 전분 20%, 밀가루 10%. 메밀만 쓰면 면이 뻣뻣
해서 뚝뚝 끊어져요. 게다가 붇기는 또 얼마나 잘 붇는지. 막국수는 그래서 배달을 못해요. 면 뽑아서
바로바로 만들어야 하는 게 막국수 거든.” |
막국수는 본래 겨울음식이라지만, 여름음식으로 인기가 많다. 칼로리 낮고 비타민 풍부한 웰빙식으로도 인기 |
면을 뽑은 즉시 음식을 내어야 하는 특성상 배달이 불가능한 막국수. 춘천막국수는 육수를 주로 사용한다.
건너편테이블에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두분이 육수가 아니라 김 폴폴 나는 주전자에서 뭔갈 따뤄드시
고 계셨다. 면 삶은 물이란다.“메밀이 몸에 좋잖아요. 저기에다가 간장을 살짝 타가지고 먹으면 구수
해요. 몸에도 좋고. 오후쯤 되면 국물이 노랗고 뽀얗다고. 그걸 먹는 거지. 해장하기에 그만이예요. 어
르신들 혈압에도 좋고”
속초에서도 춘천에서도 한결같이“다들 잘 먹어요”라고 말한다. “주로 어른들이 많이 찾으시죠”라는
다소간 의도적 질문을 한 기자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막국수는 텁텁하다”는 편견을 깨고 어른아
이 가릴 것 없이 잘 먹는다는 의미였다.
특히 최근에는 메밀이 건강식품으로 소개되면서 찾는 연령대가 더욱 낮아졌다고 한다. 포만감은 높여주
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진 것도 한 몫. 실제 막국수의 메밀성분에는 칼로리가 적을 뿐 아니라 비타
민 B나 E가 풍부해 저렴한 웰빙식으로 사철 각광받고 있다. |
<막국수 여행 정보>
☆속초*양양권 막국수 먹기
자가운전
①속초*양양 (미시령터널 이용하는 길)-소요시간 2시간 50분
서울→팔당→양평(6번 도로)→홍천(44번 도로)→인제(56번 도로)→원통→미시령→속초→강현삼거리→
(구)속초공항→두갈래 길에서 오른쪽 길 따라 가다보면 막국수집 10여곳 띄엄띄엄 나옴.
②속초*양양권 막국수 먹기 (3시간)
서울→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원주→대관령→강릉→속초→(물치항에서 2km) 구 속초공항방향으로
들어가면 막국수촌이 나온다.
대중교통
①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버스편은 없다. 택시를 이용하면 시간은 15분 이내. 비용은 10000원 가량.
②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하루 세 번 버스편이 있다. 상복, 석교방향 버스를 타면 된다.
시간은 8시10분, 11시40분, 4시30분(시외버스터미널 기준)1일3회 ☏양양시내버스터미널 033)670-7317
☆어디서 먹을까
메밀국수 5000원, 수육 15,000원(장산리 진솔 메밀국수 가격 기준)
*장산리 진솔 메밀국수 ☏ 033)671-0689
*영광정메밀국수 ☏ 033)673-5254 *실로암막국수 ☏ 033)673-5254 등이 유명하다.
☆춘천 막국수 먹기
춘천 막국수촌 윗샘밭 가는 길
*시내에는 딱히‘막국수 촌’을 형성하는 곳은 없으며 윗샘밭 부근에 원조격인 막국수 집이 다수 위치
해 있다. 춘천시내에서 14번 버스를 타면 된다. 명동시내나 소양댐 부근 막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강촌삼거리를 지나→의암터널→팔미삼거리→학곡사거리→구봉산→감정
삼거리 46번 국도→삼거리 좌회전→세월교→윗샘밭
춘천에서‘원조집’으로 유명한 남부막국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부로타리 방면 대원당 제과 옆에 있다. 입구가 좁은 골목일이라 자칫 놓치게 될
수도. 막국수는 4000원으로 몇 년째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도톰한 빈대떡도 별미다. 편육, 총떡 등
을 판매한다. ☏ 033)254-7859
☆문의
속초관광안내소 ☏ 033-635-2003
양양관광안내소 ☏ 033-670-2397~8
춘천관광안내소 ☏ 033-255-0088 | |
첫댓글 여주 천서리 막국수타운 -그중에서 강계봉진막국수 하루종일 붐비더군요. 가족들여행갔다 24명이서 들렸는데 하나같이 이거 먹을려고 이렇게 줄을서냐며 혀를 찹니다. 그래도 특(곱빼기)를 4명이나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