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 뿜어내는 열기로 온도가 높아진 도시 주변에는 이미 봄의 시작을 볼수 있습니다. 베란다 앞쪽에 하늘거리는 연두빛 잎사귀들과 공원의 벚나무에 맺힌 굵은 꽃눈들,목련나무 마디마디 마다 사랑스럽게 맺혀있는 흰 봉오리들과 밋밋하게만 보이던 은행나무에 볼록볼록 솟아나는 길쭉한 잎눈들까지.. 봄이 몰고오는 그 놀랄만한 광경은 봄이 올때마다 언제나 다르고도 새롭게 느껴져 입벌리고 실실거리며 구경 나서게 됩니다.
바로 그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즐기고 싶어졌던 우리의 끝없는 욕심으로 이 봄에 또 새로운 나무 친구들을 심기로 했습니다. 오미자 나무와 가시 오가피 나무와 그리고 ? 그래서 종자골에 나무 종류를 세어보니 총 24가지가 됬습니다. 좋다는 나무는 모두 모아 놓은 셈입니다.우리는 욕심쟁이!! 양평의 날씨와 기온에 적합한 나무라면 훌륭히 성장해서 열매까지 안겨 주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무들은 애석하게도 죽어가겠지요 모든 나무들이 잘자라도록 애써볼 요량입니다. 우리가 나무를 기르고는 있지만 나무가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살찌워 준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보니 알게 됬습니다. 사람과 자연은 공생공존하는 자연의 일부분임을 알게 됬습니다.
지난 11월에 심어놓은 마늘이 드디어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왕겨를 뿌려서 보온 효과를 높이고 또 그 위에 비닐을 씌워놓았더니 용캐도 봄날을 알아맞춰서 얼굴을 쏙쏙 내밀었습니다. 어느것은 막 땅을 비집고 솟아나서 연약한 연두빛이고 어느것은 솟아난지 꽤 지난듯 튼튼한 초록빛깔입니다. 지난 몇년간 새싹이 돋아날때마다 느꼈던 그 환희의 물결이 다시 우리의 가슴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요동치는 가슴의 울림을 들을수 있습니다. 굵고 통통한 마늘을 가마니로 캐어 담을것 같은 부풀은 희망이 뭉게뭉게 구름처럼 피어오릅니다.
겨우내 만날수 없었던 이웃들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윗집 언니는 부지런히 음식을 장만해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도토리 가루로 구수한 전을 부치고 땅속 깊숙히 묻어두었던 묵은지를 꺼내오시고 따끈한 차와 맥주까지 곁들여진 진수성찬입니다. 대접받는 그 기쁨에 다음번에는 내가 먼저 준비해서 초대해야지 마음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어버립니다. 남을 배려하고 대접하는 일은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바탕에 깔려있는 이기심으로 남을 바라보는 눈을 상실한 까닭이겠지요. 그녀가 존경스러워집니다.꼭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저녁 노을이 집니다. 양쪽 산에 검은 그늘이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 앞쪽으로 쭉 퍼져 나간 사다리꼴 모양의 하늘만이 넘어가는 해의 붉은 빛으로 붉게 빛나고 있어 경이로운 광경이 됩니다. '찬미씨! 사진 찍어요' 윗집 언니가 소리치십니다. 그냥 지나칠수 없는 저 아름다움을 다른이들에게도 보여주어야겠지요. 찰칵!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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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왕보리수를 빼 놓았군요. 왕보리수는 일반 보리수보다 꽃이 예쁘면서 오래 피어 있지요. 그 뿐 아니라 수형이 아름다와 정원수로 제격이고요.. 열매도 먹을 수 있고 술도 담아도 맛이 일품입니다. 일석 사조지요...
청솔님 .여기이층집 왕보리수 실컷얻어먹엇는데 십니다 술도시큼할검니다 .나무하나 띠어가라했는데 .열매가익어갈때 보기좋와요 .정원수로 좋와요 .
아기 나무 심어놓고 열매니 술이니..성질도 급하셔라. 그러나 열매나 술맛보다 더 맛있는건 나무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그 변화의 기쁨이지요. 그 맛에 한번 중독되면 세월가는 줄 모릅니다.
세상에 있는 좋은 나무들은 다 심으시는것 같습니다^^ 강원도 사는 친구네가 생각나네요... 거기 가면 정말이지 없는것 빼고는 다 있더라구요.. 추수하면 이것 저것 약재들이며 챙겨주기 바쁜 친구들인데... 우린 챙겨 주는것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심어 놓으신 가지가지 나무들 올해도 언니네 부부 사랑 듬뿍 먹고 잘 자랄 모습이 벌써 보이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