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2 토요일 김장2- 배추 절이기
저 많은 배추를 언제 다 절일 것인가! 그래봤자 제대로 속이 찬 배추 30포기에 그냥 두쪽 정도 나올 시퍼런 배추 20포기인데도 아침밥을 준비하다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내 마음은 무겁게 짓눌려 있다.내년에는 농사를 조금만 지어서 20포기 정도만 김장을 했으면 딱 알맞을듯 싶다.많이 심고 많이 김장을 해서 나눠 먹으면야 더할나위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 일을 누가 다 한단 말인가. 나이게 맞게 일은 줄여가야 마땅하다고 혼자 되뇌인다.
배추를 2등분하거나 4등분하는 일은 남편이 맡아 주었다. 절이는 일은 물론 내가 맡았지만 둘다 단순 반복되는 일인지라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지루한 시간이 3시간이 지난 후에야 일이 끝났다.배추 절이는 일이 이렇게 힘든줄 처음 알았다는 남편의 말에 그거보라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탕탕 큰소리친다.그동안 자기 힘들지 않게 하려는 마음으로 난 어린애도 등에 업고 했었노라고 지나간 내 노고를 스스로 치하했다. 알듯 모를듯한 남편의 표정속에 긍정의 끄떡임이 나를 위로해준다. 많은 주부들이 절인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하게 되는 편리함을 이해했으려나? 우리 남편은? 한국의 남편들은?
점심을 먹은 후에 김장거리 시장을 보러 나섰다. 갓 쪽파 굴 생강 미나리 멸치 액젓을 샀다. 마늘은 올해 농사 지은것을 잘 빻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으니 요긴하게 쓸수 있고(이것도 남편이 한 일) 대파도 종자골에서 뽑아다 두었으니 이용하면 되었다. 뽑아온 무우를 씻는 일도 무겁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맡겼다. 배추 무우 고춧가루 마늘 대파- 직접 농사 지은것을 사용할수 있는 이번 김장이 정말 기대가 된다.이번 김장은 남편의 김장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듯 싶다.심고 가꾸고 거둬들이고 날라오고 올려오고 거기다가 씻는 일까지-시어머님이 들으시면 심하다 하실지 모르겠으나 팔목이 아픈 당분간의 도움이니 당연한 일이나 아무 말없이 즐겁게 도와주는 남편이 고맙고 고맙다. 봄부터 가을까지 공들인 정성이 거기에 꽉 들어찬 셈이니 남편의 김장이 아니고 뭐라 말하겠는가.
저녁 9시에 배추를 씻었다. 항상 배추를 덜 절이는 습성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동안 절였더니 약간 짠맛이 돈다. 잘 절여진것 같다. 익으면 깊은맛이 돌것이다. 이 일도 혼자 하기에는 힘이 드니 남편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큰 다라이를 두개 놓고 한쪽에서 남편이 배추를 씻고 다른 한쪽에서 내가 씻어내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 '자기 너무 일을 잘하는것 같아 혼자 하는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빠르네' 코맹맹이 소리로 없는 애교 부려가며 슬쩍 남편을 바라보니 그의 입가에도 흐믓한 미소가 슬며시 번져간다. 내일 아침까지 물기를 쫙 빼주면 성공!! 일차 큰일은 성공이다. 높은산 중간정도까지는 올라온듯한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긴다. 야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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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니 그럼 김장을 50포기나 하셨다는 말씀이세요 진짜 입니다요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전 한 10포기만 담아도 대단한 일 했다고 뻐길것 같은데 몸살 나지 않으셨나 걱정입니다
근데 자골의 주부는 누구인가요 헷갈려요. 누가 主이고 누가 部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