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정읍에 폭우 내리더니 이번엔 폭설이…….
지난여름이었습니다.
“따르릉”
용인에 사는 저의 집에서 유선을 타고 빠른 속도로 정읍 이평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 앞으로 전화 한 통이 들어갔습니다.
“여, 여보쇼?”
“어머니 저예요. 덕길이에요. 비가 많이 내린다는데 괜찮으세요?”
“야야 말도 마라! 시방 온 천지가 물바다여! 안방 허리까지 물이 차버렸어야! 나는 시방 오도 가도 못하고 말캉 비료포대 쌓아놓은 곳에 올라가 있당께!”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형이 내려갔어요. 기둥 꽉 붙들고 계세요. 떠내려가면 큰일 납니다. 아셨지요?”
텔레비전에서는 지금 정읍에서는 시간당 100mm이상의 폭우가 내린다고 난리였습니다. 이평중학교 앞에는 천태산이란 산이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 산봉우리가 찢어졌다고 합니다.
훗날 시골에 가 본 즉 거짓말이 아니라 산은 황토 흙이 흥건하게 고인 채 두 동강이 나 있었습니다. 바로 산사태가 일어난 것이지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해마다 올라갔던 치마바위위의 그 천태산이었는데 자연의 이 엄청난 위력 앞에서는 모두가 속수무책일 뿐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가까스로 비가 그쳐 천만다행으로 그 위기를 넘길 수가 있었습니다.
형님 혼자서 내려가 흙투성이가 된 집안을 청소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팔십 오세가 된 어머니께서는 그 와중에도 밭에 고추를 따러 간다고 나가셨다는 군요.
바로 그 물난리 때문에 정읍 지방의 논이란 논은 거의 물에 잠겨 탈곡을 반타작도 못했다는데 이번에는 또 폭설이랍니다.
“따르릉”
“어머니 접니다. 눈이 많이 내렸다면서요? 괜찮아요?”
“야야 말도 마라! 마당을 못 나간 당께! 눈이 엄청나게 와 버렸어. 중학교 애들 코배기도 안보인당께!”
“어머니! 오늘 임시 휴교령이 내려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요. 수돗물은 잘 나오고요?”
“응 물은 나온다. 낮에 녹았는가 벼”
“그나저나 큰일이랑께 동네 하우스들이 다 주저앉아버렸데. 어쩌면 쓰냐? 큰일이여!”
실로 65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고 방송에서는 말합니다.
호남고속도로가 막혀 11시간동안 도로에 갇혔다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읍 지방에 내린 눈이 46.6cm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제가 고향을 떠난 해가 스무 살 때 이었으니 벌써 18년이나 되었습니다. 그 동안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고향인데 간간히 들려오는 고향의 아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고향을 지키지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고향을 다시 지키러 내려가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어디 그게 쉽습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렇게 글로나마 고향의 아픔을 대신 이야기 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읍을 기억해 주고 조금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는 정읍 시골에서 홀로 계시는 우리 어머니에게 또한 건강을 빌어드립니다. 올라와 같이 살자 수없이 여쭈어도 어머니께서는 한 일 년 같이 살아보더니 안되겠는지 시골에 내려가셔서는 돌아올 줄 모르십니다.
어머니! 불효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언제든 방문 활짝 열어놓고 어머니 마중 나갈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발길 옮기고 싶거든 말씀을 해 주세요. 당장 모시러 가겠습니다.
첫댓글 !..... 만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