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낀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어머니들을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한 권 읽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도서관에 오기 전에 반드시 아이들과 이용규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것이 좋겠다. 도서관을 이용할 때 꼭 지키기 바라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해요
사람이 많은 곳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도서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는데 앞, 뒤, 옆에서 웅성거리면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제일 크다. 꼬마들은 엄마를 찾아다니고 엄마는 여기 있다고 대답하고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또 아이가 울면 밖으로 나가서 조용히 시켜야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람실 안에서 아이를 달래기도 한다.
② 걸어 다녀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서가 안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한다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또 사람들이 많아서 미처 말리지 못하면 공이나 스케이트보드 같은 놀이기구를 들고 서가에 들어와서 노는 아이들도 있다.
정도가 심하여 "여기는 도서관이니까,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요 앞 놀이터로 갈래요?"하면 시큰둥한 얼굴이 되어 버린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서 겨우 내보내고 나면 그 사이 서가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③ 책을 깨끗이 봐요
자신이 빌려갈 때는 깨끗하고 좋은 책을 빌려가기 위해서 애쓰면서 반납할 때는 그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아무렇게나 던지듯 정리대에 놓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도서관의 채들 중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가 밑줄이 쳐진 것들이 있다. 논술이나 과학문제풀이에는 답을 써놓기까지 했다. 특히 사회과목이나 역사숙제를 하러 아이들이 많이 왔다 가는 날은 도표나 사진이 오려져 있는 것들도 볼 수 있다. 그걸 오려가면 그다음 사람은 어떻게 보라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꼭 필요한 부분의 자료는 복사를 해서 보면 되는 것이다.
내 책은 깨끗하고 소중하게 보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은 주인이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이고 내 책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책인 것이다.
④ 공공시설을 아껴요
휴게실이나 화장실에 가보면 자기만 사용하고 나면 된다는 마음으로 뒷정리를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음료수를 흘려놓고도 모른척하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휴! 지저분해!", "누가 이래 놓고 그냥 갔냐?" 만을 말할 뿐이다.
깨끗이 치우면서 다른 사람이 이용하라고 배려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남의 건물이니까, 내가 주인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도 하지 않는데 내가 왜 해? 라는 마음에서이다. 조금 더 깨끗하게 치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모르나보다. 누구나 깨끗한 것을 원한다.
⑤ 휴대폰은 잠시 꺼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도서관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벽에 붙여 놓은 포스터의 문구처럼 "내가 하면 긴급통화, 남이 하면 수다통화"인 사람들이 있다. 도서관에 들어오기 전에 끄거나 진동으로 전환하고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 도서관에서 더 이상 "띠디디디 띠디디디..."를 듣지 않게 되기 바란다.
위의 것들은 작은 것이라면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도서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다. 이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모여서 공공질서가 되고 하나의 사회문화가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지켜지지 않는 여러 작은 것들로 인하여 얼굴 찌푸리게 되는 일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이 이 작은 것들을 하나씩 지켜나가면 어른이 되었을 때 미소 지으며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부모님의 모범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