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하늘은 늘 그렇듯이 맑았고,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아츠의 집안은 그렇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다시 말해 보거라.."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천천히 말을 내뱉은 저 중년의 노신사는 바로 아츠의 아버지, 아니 아츠의 양아버지이자 체벨제국 수도기사단장 베리트 클레이모어이다..
그의 앞에는 그의 양자 아츠 클레이모어가 비록 슬픈기색 이기는 하지만 당당한 기세로 서있었다. 베리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말해보거라..지금 그게 나에게 한 말이더냐..?"
아츠는 말이 끝나자 약간 긴장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예, 그렇습니다. 양부님.."
아츠는 비교적 차분하게 말을 했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전 더이상 기사로 남기 싫습니다. 아버지도 아실테지요. 우리 기사들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경멸에 찬 시선을요.."
"후우..."
베리트는 낮게 한숨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알고있다. 분명 우리를 경멸과 원한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있다. 허나.. 네가 이대로 떠난다니 난 이해할 수도 없고, 너의 말을 허락할 수도 없다.."
"양부님, 전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미 부패한 이곳 체벨의 기사가 아닌, 기사다운 기사로써 세상을 볼 것입니다. 저의 떠나감을 허락해 주십시오."
베리트는 고민했다. 어릴적에 입양해와서 여지껏 이런 말을 꺼낸적이 없던 자신의 양자였고, 자신의 말에 반기를 들던 자신의 양자가 아니었다. 베리트는 당혹스러웠다. 아츠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 허나 이대로 아츠를 떠나보내면 자신의 직위를 계승할 전승자가 사라진다. 그리고 또다시 외로운 삶을 시작해야한다. 베리트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어릴적 부모가 모두 죽고, 친척들에게 버려져서 거지로 떠돌며 성인이 된 그였다. 그는 그의 은인이자 장인인 에르토를 만나게 되어서 그의 딸인 슈리아와 결혼하였다. 허나 둘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그리하여 베리트는 양자를 맞아야 했다. 아츠는 9세의 나이에 양자로써 들어왔지만 두사람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성실하게 자라왔다. 그러나 아츠가 입양되어 들어온지 8년후, 그러니까 아츠가 17세의 나이때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후로 아츠만을 믿고 살아온 베리트였다. 아츠를 이대로 보낼수는 없었다. 베리트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아츠.. 나의 양자여.. 나는 널 차마 보낼수가 없구나..
이 양부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므나.."
베리트는 말을 한후 일어서서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다..
"후우..."
터져나오는 한숨을 막을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