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 선운사와 선운산, 고창고인돌.
수많은 유적문화를 간직한 전북과 전남 사이의 조그만 고장.
전라북도 남서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인 입지 덕분에 정읍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고,
전주보다는 광주의 영향력이 더 센 지역이기도 하다.
도로망과 철도망 모두 열약한 지역이기 때문에,
고창은 주로 정읍에서 외지로의 이동을 의존하곤 했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은 고창의 교통 자급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고창터미널의 입지도 나름대로 커졌다.
기존의 조그만 주차장을 건물 맞은편에 무척 크게 조성하고,
시장과 연결된 건물에 따로 승차장을 만들어 독특한 방식으로 확장하였다.
다른 터미널들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고창터미널.
벗겨낼수록 새로워지는 양파같은 존재다.
고창터미널은 고창읍내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부지 확보가 쉬웠던 탓일까, 버스터미널의 규모가 생각보다 꽤 큰 편이다.
스무대가 들어와도 여유공간이 남을만큼 넉넉한 주차장,
그리고 일렬로 쭉 이어져있는 승차장이 인상적이다.
'고창공용버스터미널'.
처음 봤을때는 버스터미널 건물이 두 개인 걸로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승차장 뒷편으로 2층의 길다란 건물이 죽 이어지고,
그 옆으로 간판이 걸려있는 또 하나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창읍내는 터미널-읍성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중심으로 읍내가 길다랗게 이어져있다.
딱히 주변에 별다른 도로망은 없고, 오직 이 도로 주변으로만 모든 시설들이 몰려있다.
어떻게 보면 계획된 도시라고 생각될 정도로 착각할 정도다.
한 도로에 밀집되어 있는 구조지만, 정작 부안과 같이 의외의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정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는 한산한 읍내라고만 생각이 든다.
고창공용버스터미널 간판이 걸린 무척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바로 이 곳이 대합실과 매표소가 있는 진짜 터미널 건물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차된 차량들과 건물 틈이 살짝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상당히 넓은 현재의 주차장을 쓰기 전에는 이 곳에 버스가 들어왔던 것 같다.
건물을 옮기지 않고 반대편의 주차장을 확장 이전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라 더욱 눈길이 간다.
현재 중심이 되는 도로가 신도로라 치고, 저 앞에 있는 도로가 구도로라 생각해보자.
건물과 붙어있는 공간이 옛 승차장 공간이고, 그 오른쪽의 주차장이 옛 버스주차장이다.
오른쪽 앞의 T-world와 모텔이 있는 곳에 버스정비소가 있었다 생각한다면,
정말 모든 것이 옛 터미널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진다.
건물을 옮기지 않고도 주차장을 확장하고,
읍내 정비에 따라 맞은편의 새로운 도로를 통해 버스 이동로를 옮겼다라면,
굉장히 독창적이고 참신하게 터미널을 확장한 셈이다.
승차장 이설 여부와 관련없이 아직도 쓰이는 터미널 건물,
그 너머에 주차된 호남고속 서울행 차량과 고창시내버스 차량.
예전엔 이 곳으로 버스가 들어왔다고 상상해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아마도 그 때엔 터미널 주변이 수많은 자가용과 버스로 뒤엉켜 굉장히 혼잡하지 않았을까.
승차장의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으로 내부 또한 굉장히 혼잡했을 거라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건물을 지은지 상당히 오래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터미널 내부는 의외로 공간이 무척이나 넓은 편이다.
내부의 깔끔한 모습이야 리모델링을 여러 번 했을테니 그렇다 쳐도,
왠만한 시급 규모의 터미널보다도 더 넓직해보인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정읍터미널보다도 넓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시골 마을 한복판의 정자에나 있을법한 평상(平床)이,
이런 터미널 대합실에서 쓰이고 있으니 굉장히 독특하다.
아무쪼록 고창터미널은 다른 터미널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인상깊게 느껴지면서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충청, 전북권 터미널들을 대체적으로 자동발매기가 많이 보급된 편이다.
다만 충청권 터미널은 자동발매기 보편화의 실패로 다시 철수한 사례가 상당하지만,
전북권 터미널에서는 오히려 어느 정도 자리잡아 보편화된 사례가 많다.
고창터미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직행(시외)버스 승차권은 대개 자동발매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강남행 승차권은 전산화된 정식 승차권을 사용하므로 예외로 두지만,
그 외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들은 대부분 단거리 직행버스이기 때문에,
매표소가 있기는 하지만 자동발매기에 더욱 의존하는 편이다.
고창-강남(센트럴)행 고속버스는 세 회사가 나누어 운행하고 있다.
호남, 전북, 대한고속에서 서로서로 공배하면서 50분 간격으로 운행중이다.
대체적으로 금호고속이 호남권 전체에 뿌리깊게 자리잡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것은 전라남도 지역에만 해당할 뿐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다.
센트럴-전주행의 경우 동양, 천일, 중앙의 입김이 거세 금호의 비중이 1/5도 되지 않으며,
센트럴-군산 버스도 천일, 중앙, 금호가 서로 공배하는데다 시외버스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는다.
유일한 서울행 고속버스 독점지역인 익산조차도 시외버스의 강세에 크게 위협받는 실정이며,
남서권인 정읍, 부안, 고창에서는 아예 손을 뻗지도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호남권을 전체적으로 '금호 천국'이라는 도매금으로 묶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역시나 전주행 버스가 15분 정도의 조밀한 배차간격으로 운행한다.
정읍 경유 노선과 전주 직통으로 나뉘는데, 정읍 경유의 노선의 수요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무주와 함께 전북 지역에서 전주와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광주, 정읍의 영향력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23번 국도의 선형개량으로 전북 서해안권 연계의 중요성이 강력해지고 있다.
그 중점지역에 있는 곳이 고창인지라 그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는데,
전주, 익산, 군산 등지에서 출발해 목포로 이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시외버스가 경유한다.
그 때문에 영광, 함평, 무안, 목포와의 연계가 무척 전주 못지않게 잘 되고 있다.
해리, 상하라고 쓰여진 버스가 눈에 띈다.
고창군 서부와 북부가 바다와 맞닿아있고, 읍내가 군의 동쪽 산자락에 치우쳐진 지리적 입지.
그 때문에 서쪽의 무장/해리/상하 지역은 외지와의 연결구인 고창과의 연계가 절실했다.
그래서 저 지역들이 인구가 많지는 않아도 연계 시외버스망이 잘 확충되어 있다.
철도가 연결되지 않는 탓에 익산, 군산행 버스가 정읍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광주행의 경우는 의외로 40~50분의 짧지 않은 배차간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전주보다는 광주와 더욱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열약한 편이다.
물론 수요 문제가 가장 커다란 이유겠지만, 광주로의 생활권 집중 문제를 의식한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도 약간 든다.
고창터미널 매표소 오른편에는 또다른 출구가 있다.
시장골목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실제로는 터미널 승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승차장 옆에 있는 건물은 터미널 상점 역할을 대신해서 도맡아 하고있다.
멀리서 보면 터미널처럼 보이는 건물이 알고 보면 터미널 상가 역할만을 하는 평범한 건물인 것이다.
까도 까도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 양파처럼,
계속해서 깊숙히 파고들어갈수록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흔적을 통해 추측해보았던 주차장 이전.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승차장 또한,
만든지 근 10년은 훌쩍 넘어보일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단지 보도블럭만 새롭게 바꿔끼었을 뿐,
승차장 지붕과 기둥 등 여러 곳에서 구승강장 만만치 않은 세월의 녹이 느껴진다.
고창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시외,고속버스 승차장이 자리잡은 반면,
건물과 멀리 떨어진 지점에는 시내버스의 승차장이 자리잡고 있다.
고창 이곳저곳으로 통하는 버스들과 정읍, 영광으로 오가는 버스들의 종점.
수많은 버스들의 기점이자 종점인 곳.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시작되고 끝맺는 곳.
그런 면에서 터미널이란 존재는 정말로 소중한 것 같다.
터미널 너머로 붉은 노을이 서서히 물들어 간다.
반나절을 비추었던 따스한 햇살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고창터미널은 또다른 새모습을 보여주려 대기한다.
아무리 이것저것을 벗겨내도 좀처럼 실체를 알기 힘든 고창터미널.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낮을 보내고 밤이 찾아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너무나 기대되고 또 한편으론 설레인다.
첫댓글 지방터미널의 경우 저런 식으로 시내버스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게 설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연계성도 좋구요.광양의 경우 터미널 리모델링 하면서 시내버스를 들이지 않는데,그 때문에 연계성이나 지역 주민들의 이용 면에서 많이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렇다고 시내버스 정류장이 가까이인 것도 아니구요.
확실히 터미널 내부로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터미널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수요성, 편의성 등등 알게 모르게 많은 차이가 나지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정읍은 올리셧는데...고창은 안 오시나 하고..살짝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금호 호남선 고속노선 같은경우 전남은 각 시 군에 서울노선이 있지만...전북지역은...시 지역에만..운행을 하고 있죠...그리고 후딱 고창에서 수도권 노선이 생격야 할텐데..물론 대한고속이 생존권 이유로.....태클을 심하게 걸고 있죠..
사실 군산, 김제, 부안을 갔다왔을 때 고창도 같이 다녀왔습니다. 정읍보다 더욱 일찍 방문한 셈이죠. 고창에서 수도권 노선이 없는 이유가 단순히 수요가 적어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대한고속의 훼방도 없지않아 있군요.
전북지역에서 금호고속은 김제하고 익산이 그나마 알아주는 노선일텐데.. 이 나마도 수요가 줄어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특히 김제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센트럴시티와 김제를 이어주는 금호고속 단독 터미널이 있음에도 사람이 없고 오히려 동서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고속터미널이 있으나 마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김제-동서울의 저가공세 덕분에 김제-센트럴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는 듯 합니다.
비단 전북쪽 뿐만 아니라 연고지인 전남지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노선은 서울행 고속버스가 전부이던 지역들이 최근에는 동서울은 기본에 시급 지역들은 성남/인천 등등 수도권 대도시들까지도 직접연결해줌으로서 결과적으로 서울행 고속버스 수요가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죠. 사실 고속이건 시외건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도태되는건 당연하지만 눈앞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두의 공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네요~^^
왜 고창 터미널은 안나오나 했는데 이제야 나오는군요 고창은 에전부터 광주나 목포 같은 전라남도 지역의 영향이 강한 동네지요 전주는 배차간격이 15-20분이라고 하지만 별로 사람이 안탑니다 주말에나 사람이 많이 타고요 그리고 대두분 정읍까지 가는 승객이 대부분이죠 전주행 버스를 보면 그리고 광주행도 배차 간격이 길어진 이유가 기름값 인상으로 광신고속이 정읍 직통하고 고창 노선을 좀 줄인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큰 이유는 고창에서 광주까지 고속도로가 뚤려서 45분정도면 가기 때문에 광주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졌죠 출퇴근도 많이 합니다
1895년에 전라도가 남, 북으로 갈라질 때 고창이 전라남도에 잠깐 속했었다고 합니다. 지리적으로도 광주와 가까워서인지 북도 사투리와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왜 광주행 버스 배차간격이 전주행보다 안좋나 싶었는데... 고속도로의 영향이 있었군요. 고창-광주 버스가 대부분 장성을 경유하는 식으로 운행하다보니 고속도로를 직접 이용하는 자가용 수요에 많이 밀리는 듯 합니다.
고창 터미널은 화장실을 찍으셨어야 하는데요 ㅎㅎ 지금은 군수가 바뀌었는데 전 군수는 터미널은 고창의 얼굴이라고 매일아침 화장실을 점검했다고 합니다.
전 군수께서 터미널 화장실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계셨군요.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화장실도 찍었을텐데 말입니다. ㅎㅎ
작년엔가 제작년에 인천-고창선이 중부고속에서 생긴다는 후문이 있었는데요... 고대우님 정도가 진상을 아실듯한데요...
인천-고창 노선이 뚫렸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Maximum님 관찰력이 상당히 높으시네요...^^ 화장실건물이 드러서기 전엔 서울행 시외버스(고속버스)가 승차대기를 하는 장소로만 보았었는데 님 글을 읽고나니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군요... 그리고 금남고속이 철수한 영향때문인지 대한고속의 서울행 운행횟수가 2회에서 4회로 늘었네요...
금남고속 철수 직전까지 전북4 호남4 대한4 금남4 였습니다.
단순히 승차대기를 했던 장소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의심쩍은 구석이 많았었습니다... 센트럴-고창 노선에 금남고속이 영업을 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네요. ㅎㅎ
센트럴-고창 노선 말고도 부안도 금남고속이 운행하다가 호남한테 넘겼지요^^;
80년대까지는 광주고속(현 금호고속)이 광주발 장성/정읍/고창방면 노선을 운행하다가 91년에 광신여객에서 새로 만든 시외버스회사인 '광신고속'한테 팔았죠. (단, 정읍-광양-서부산 제외) 그 이후로 금호고속의 이 지역 신규 노선 운행은 90년대말경에 중앙고속에서 단독으로 운행하던 서울/동서울-정읍 지분 일부를 얻어온 것 말고는 없네요.
그나마 서울/동서울-정읍노선의 금호고속 지분도 서울-익산노선과 맞교환한거라고 들었습니다. 정읍-서부산 노선의 유래가 의아했었는데 예전 광주고속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지분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던거군요~ 좋은 소식 잘봤습니다. ^^;
예리하십니다. 그자리는 서울 발 버스가 한대씩!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지금의 높은 턱은 건물과 보행자 보호차원인 것 같습니다. 가끔 승용차 범퍼 밑을 긁어주는 역할도 하지요^^ 아참...그리고 고창은 광주 문화권에 가깝습니다. 우리 고등학교 때 옷사러가면 90%이상은 광주로 갔으니까요! 한가지 아쉬운점은 광신고속의 차량이 문제입니다. 우리 집사람이 광주~고창을 매일 출근하는데 버스가 넘 불편하다고 합니다.(광신고속을 비하하는것은 절때 아닙니다) 보라색 버스??는 극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괜히 제 생각에...북도라고 대충보내는 것은 아닌지...몇년 전 대한고속이 백양사 ic를 경유하는 직통도 있었는데...
광신고속 단거리 노선 전체가 그런 형국입니다. 광주-정읍 직통에도 보라색 LD 차량이 운행중이죠. 어차피 광신고속 노선이 광주에서 장성 경유하여 전북쪽으로 가니 전노선에 운행되는 차량은 똑같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과거에는 충주나 이천에도 LS급 차량도 들어가기도 했을만큼 고급차종이 적은 편입니다. 그나마 공항 노선에 HD급 차량이 투입되면서 많이 좋아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