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 시대란다, 아날로그는 낡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디지털 방송은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는 것일까? 본격적인 HDTV 시대를 맞이하여 8월 13일부터 4주 동안 매주 금요일에 (590-593화)이 방송된다. ‘TV 영화’를 제작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MBC HD 베스트극장은 전 드라마 제작 과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심도 있는 드라마 화면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가능했는지와 어떤 방식의 변화를 통해 가능했는지를 베스트극장 최병길 조연출을 만나 알아 보았다.
ZIME: 이번에 베스트극장에서 ‘HD방송’을 한다고 들었는데, 먼저 아날로그 방식, 디지털 방식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 쉽게 복사와 컴퓨터 파일 인쇄를 비교해 보면요. 아날로그 방식은 카피를 한 번 뜰 때마다 영상이나 오디오에 손실이 생겨요. 그렇지만 디지털 방식은 그 손실이 없죠. 복사를 하는 경우에는 만약 이물질이 끼어 있다 하면 이물질이 낀 자리는 복사가 안 되겠죠. 복사 토너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한 번 복사하는 사이에 아날로그 신호는 변인 요소가 개입되어 그 요소들을 고스란히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반면에 디지털 방식은 프린터에서 저장되어있는 파일을 계속 뽑는다고 할까요. 프린터의 파일은 삽입되어 있는 파일이 있는 한 계속 그대로 뽑을 수 있잖아요. 복사는 원본이 있으면 카피 뜰 때마다 계속 질이 저하되지만, 프린터는 정상으로 작동하는 한 계속 똑같잖아요. 디지털 방송도 그런 개념이죠. 디지털 신호는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화면상과 오디오상으로 변화는 없는 거죠. 디지 베타 포맷으로 변하면서 이미 그것은 실행이 되어 있어요. 우리는 이미 디지털 포맷으로 모든 방송을 만들고 있는데, 이번 베스트극장의 관건이라면 디지털 방송에 더해서 HD방송을 하고 있다는 거죠.
ZIME : HD방송은 무엇인가요?
- HD는 ‘high definition’이라 해서 TV방송의 해상도가 5배 정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쉽게 설명하자면 디카의 화소가 200만화소에서 1000만화소가 되는 거예요.
ZIME :: 그렇다면 HD방송을 제작하는 방법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과는 매우 다르겠네요. 그렇다면 방송국 안에
HDTV 방송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완비되어 있나요?
- 장비는 다 갖춰져 있는 상태인데, 양산체제를 위한 준비는 아직 안 되어 있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100프로 HD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장비 교체가 다 안 되어 있어서요. HD 전송 방식이 확정된 게 불과 한 달 전이잖아요. 그때까지 구매를 미루고 있었죠. 이번에 베스트극장의 특이점은 드라마 제작 전과정에서 최상의 화면과 오디오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기존의 HD방식으로 제작된 드라마의 경우에는 카메라만 HD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똑같은 상황에서 HD카메라로 찍어서 HD포맷으로 나갔다 정도였어요. 근데 <다모>부터 HD카메라를 빌려서 찍고, 음향도 스테레오로 제작했던 거죠. 이번에 몬테카를로 상을 받은 <늪>을 할 때 본격적으로 HD sony F-900 카메라로 찍고, 조명도 영화적인 환경을 많이 취해서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베스트극장은 HD sony F-900 카메라와 HD단렌즈, 5.1채널 서라운드, 포커스 풀러 등등을 사용해서 보다 높은 질을 가진 화면을 위해 노력했죠.
ZIME :: 그럼 구체적으로 그 장비들이 어떤 것이고, 드라마 제작 과정이 어떻게 변하는 것인가요?
- 이번에 우리가 ‘TV영화’라는 말을 하는 것은 더 영화에 가깝게 찍어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HD 포맷은 조금 더 필름의 감도에 가까워진 거거든요. 아직까지도 아날로그 필름에 대항할 만한 디지털 비디오 포맷은 아직 개발이 안 됐어요. 아날로그는 있는 그대로 모든 걸 받아내는 건데, 디지털은 있는 사물을 가지고 변환할 수 있는 한계치를 가지고, 200만 화소면 200만 화소어치만 변환해서 나타내는 것이고, 400만 화소면 400만 화소어치만 변환해서 나타내는 거잖아요. 지금 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필름까지는 접근을 못 하죠. 그렇지만 기존의 SD(standard digital) 포맷보다는 훨씬 필름에 가깝게 많은 색을 재현할 수 있게 된 거예요. 필름에 가까운 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카메라, 조명을 새롭게 시도하고, 색보정 작업도 필수적으로 하고, 음향도 기존의 스테레오 작업 하던 것에서 5.1채널 서라운드 작업까지 하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순서대로 제작 과정을 설명해 보면요. 드라마 한 씬을 찍으러 나갈 때, 카메라가 나가고, 조명을 설치하는데 그 카메라와 조명이 기존과는 다른 거죠. 먼저 조명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요. 사실 TV 드라마 조명과 영화 조명은 차이가 좀 있어요. 영화 조명은 보다 contrast가 강하게 묻어요.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확실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그걸
TV로 보면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경계를 잘 알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반면에 보통 TV 조명은 플랫하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의 조명을 많이 쓴다는 얘기에요. 암부와 명부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 거죠. 그런데 <다모> 이후 <늪>부터 해서 영화적인 조명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좀 더 심도있는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카메라는 현재까지 나온 HD카메라 중 최상급인 HD sony F-900을 사용했고요. 카메라 렌즈도 바꿨는데요. 기존 SD 포맷에서는 줌렌즈 하나를 가지고 모든 화면을 표현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보다 영화적인 촬영을 위해서 HD단렌즈로 바꿨습니다.
단렌즈와 줌렌즈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요. 렌즈 밝기에도 큰 차이가 있고, 단렌즈는 줌렌즈보다 훨씬 더 심도 있는 화면을 잡을 수 있어요. 이미 영화는 대부분이 단렌즈를 사용해서 깨끗한 화면을 만들고 있었는데, TV는 사실 그렇게 못하고 있었거든요. 시간적인 제약이 많아서요. 단렌즈를 사용하면 거리에 따라서 렌즈를 바꿔 껴야 되는데 그런 작업이 오래 걸리거든요. 이번에는 베스트극장이 제작 기간을 두 배로 잡았기 때문에 단렌즈를 교체해 가면서 찍어서 보다 더 심도 있는 화면을 만들어냈죠. 포커스 풀러(Focus Puller)라는 장비도 있는데, 그것은 초점을 카메라 모니터로 맞추는 게 아니라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와 노출을 정확하게 계산을 해서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이제 이렇게 찍어온 화면을 편집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최종 편집본이 나오면 음악을 체크합니다. 그 다음에 더빙 작업이 들어가요. 이 때 사용되는 5.1채널 서라운드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하고 달라요. 5.1채널이라는 것은 스피커, 오디오 채널 6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소리를 만들어서 하나로 뭉치는 거예요. 보통 더빙할 때는 테이프를 레코더에 꼽고서 사운드를 만들어서 바로 테이프에 입력을 하는 방식을 사용했었거든요. 지금은 프루툴즈(오디오 채널을 분리해서 소리를 믹싱하는 기계)에 컴퓨터 파일로 변환을 시켜서 받아놓는 거예요. 거기에다 폴리 작업(음향 만들어 넣는 효과 작업)을 다 해서 채워 넣어요. 이러한 사운드 디자이닝 작업이 2주가 걸립니다. 그리고 나서는 비디오만 따로 카피를 떠서 색보정 작업을 하는 거죠. 다만 보정이 아니라, 연출자의 의도에 맞게 색을 만들어내요. 필름에 가까운 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죠.
ZIME: 그럼 시청자들이 보다 높은 퀄리티를 가진 화면을 접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각 가정에서 HD 수상기가 없어도 이러한 화면을 볼 수 있나요?
- HD수상기가 있어야 볼 수 있죠. 수상기가 있는 사람만 월등한 화면을 볼 수 있는 거예요. 물론 그냥 TV를 갖고 있는 사람도 일반 SD보다는 괜찮은 화면을 볼 수 있어요. 워낙해상도 자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작업한 HD 원화면대로는 못 보죠. 드라마국 내부에서는 그런 얘기도 많아요. 이 화면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지금 몇 프로나 되겠느냐, HDTV를 가지고 있는 집도 적을뿐더러, 거기다 5.1채널을 구비한 집은 없다, 이렇게 회의적인 목소리도 많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1프로라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컨텐츠를 제공하는 게 의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시작을 해 줘야 전체적으로 앞으로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거죠.
ZIME : 네. 그럼 제작 기간과 제작 비용은 원래 베스트극장과 많이 차이가 나나요?
- 순수 제작 기간만 따지고 보면 기존 베스트극장은 순 제작 기간이 한 달 정도였어요. 대본 작업 일주일 해가지고, 촬영 기간만 7,8일 찍고, 후반 작업을 일주일 사이에 다 했거든요. 더빙, 색보정 등등까지를 한 달 동안에 해서 한 편이 다 끝났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순 제작 기간이 대본이 나온 이후 2달로 잡았거든요. 촬영을 하고 난 후에 3주 반을 후반 작업에 하례를 하고 있어요. 5.1채널 서라운드 작업도 하고. 색보정도 전체를 다시 작업하고요. 촬영의 경우에도 하루에 10씬 이상씩 찍었는데, 이번에는 하루에 5-6씬 정도밖에 못 찍었죠. 조명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렌즈도 교체해야 하니까 그렇게밖에 안돼요. 거의 제작 기간은 두 배 정도 걸린 거죠. 제작비는 1억 4-5천만원 정도 들었어요. 기존의 베스트극장은 9천만원 정도 가지고 제작을 했는데, 약 1.5배 정도 더 들어간 거죠.
ZIME: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지금 얘기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이 되면 드라마피디 많이 힘이 든다고 얘기 들었거든요. 어느 면에서 그렇게 되는 거죠? 그리고 제작 형식이 변하는 거니까 촬영 감독이나 엔지니어 분들도 지금 혼란이 일 것 같은데요.
- 피디가 힘든 것은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하면 모든 결점들이 다 보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찍을 때 아예 정확하게 찍으려고 해요. 세트를 지어서 찍는 게 보통 하룻밤 사이에 세트를 뚝딱뚝딱 지어가지고 그 날 한나절을 가지고 세트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세트만 짓는 것도 일주일을 지었어요. 세트가 허름해 보이는 것들이 기존 카메라와는 다르게 HD카메라는 정확히 잡아내니까요. 또 여자 배우들의 경우는 해상도가 워낙 높으니까 화장을 해도 모공이나 피부트러블 등이 다 보이게 되어서 피디들이 그것까지 잡아주고 가려니까 힘이 들죠. 디테일한 작업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 거죠. 촬영의 경우에 기존 카메라 감독들이 하시지만, 그 분들도 지금 한창 배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카메라 감독들에게도 지금 도전의 시기에요. 피디가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은 많아지지만, 오히려 옛날처럼 권력을 가지고 위에서 군림할 수는 없어졌어요. 워낙 다들 전문 영역들이 강화가 된 거죠. 피디 혼자서 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버린 거예요. 기술적인 면이나 의상, 분장 이런 것까지도 피디가 혼자서 생각한대로 나올 수가 없이 모든 스텝의 전문화가 되어야 하는 거죠.
ZIME :<늪>을 보니까 화면과 음향적인 측면에서 훌륭한 부분도 있지만, 대본이나 연출력이 뛰어나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것이 기술적으로 심도 있고, 좋아 보이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요.
- 음.. 사실 <늪>이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최고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정도 형식을 갖췄으니까 그 안에서 컨텐츠를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외국에 출품을 해 보면, 기존의 방송 제작 방식으로 가지고 나가면, 아예 화질도 안 좋고, 소리 자체가 이상하니까 봐주질 않아요. 우리가 오래된 음악 잘 안 듣고, 오래된 영화 잘 안 보는 것도 그 영화나 음악들이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잘 안 맞고, 낯설기 때문에 안 보는 부분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늪>이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연출력과 대본을 기본으로 해서 해외 수상할 수 있는 형식적 퀄리티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봐요. 이제 형식이 바뀌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면,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이 많이 이루어져야죠. 지금 시스템에서 이렇게 HD방송을 만드는 것이 사실 벅차거든요. 그래도 자꾸 이렇게 끌어가는 이유는 언젠가는 이렇게 제작해야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선도해야 하겠다 하는 욕심이 있는 거니까요.
ZIME :많이 힘이 드셨겠지만, 또 많이 뿌듯하셨겠네요.
- 많이 뿌듯했죠. 단만극이라는게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또 많은 도전들이 용이한 장르에요.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죠.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시도 뒤에는 포부를 무기로 가진 사람들의 도전이 숨어 있다. 그것이 TV 드라마의 작품성을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시켜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