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아시안컵을 개최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아랍에미리트는 다음 레바논 대회 예선에서 홈피치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의 막심 샤츠키흐에게 한 방을 얻어맞아 본선에 출전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비록 2002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B조 2위에 오르며 이란과의 플레이오프를 가지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선 아랍에미리트 축구의 모습은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에 깜짝 출전한 이후 일궜던 90년대의 영화를 재현하는 데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국에 0-3 참패를 당하며 예선탈락하기도 했고, 아시안컵 1차 예선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에게 1무 1패의 성적으로 한 때 예선탈락 위기에 몰렸는데, 결국 지난 해 말에 있었던 걸프컵에서도 7개 참가국 중 5위에 그치며 잉글랜드의 명장 로이 호치슨을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부진 속에서도 몇 가지 희망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아랍에미리트 축구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우선 지난 해 자국에서 개최된 20세 이하 청소년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대회 MVP인 이스마엘 마타르라는 스타가 탄생한 점과 자국 클럽 알 아인이 AFC 챔피언스리그 초대 왕좌에 등극한 사실은 앞으로 펼쳐질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청사진이라고 하겠다.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알 아인과 샤르자, 알 와다 등 무려 3팀이 8강 무대에 올랐다는 점도 국내 리그 발전이 곧 대표팀 기량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호지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팀을 임시로 이끈 사람은 청소년 대표 감독이었던 프랑스 출신의 장 프랑스와 요다르였는데, 요다르는 5개월간의 감독직을 수행하고 6월에 네덜란드의 아드 데 모스에게 바통을 물려주었다. 그러니까 이번 아시안컵은 한국의 요한 본프레레처럼 데 모스 감독의 데뷔 무대가 되는 셈이다. 그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데 모스 감독이 이번 대회를 전망하는 관점은 매우 신중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의 전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뱉은 발언은 아랍에미리트가 FIFA 랭킹을 볼 때 B조의 네 팀 중 가장 낮다는 것으로서 낙관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있음을 보였다. 또한 팀의 상당 부분을 올림픽 예선과 세계 청소년 대회에 나왔던 젊은 선수들로 채웠기 때문에 성인 레벨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7월 10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알 아인 소속 선수들을 대거 배치해 단기적인 조직력 강화를 도모했던 데 모스 감독이 자랑스럽게 꺼내 들 수 있는 선수들은 바로 최전방 라인에 위치한 모하메드 오마르와 이스마엘 마타르. 모하메드 오마르는 작년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 이선에서의 빠른 침투능력과 중거리슛 등 아시아 최고의 세컨드 어태커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극찬을 받았던 아랍에미리트의 간판 선수이다. 한편, 단신인 21살의 이스마일 마타르는 일전에 소개했던 것처럼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어 이들 콤비는 향후 월드컵 최종 예선을 준비할 아랍에미리트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겠다. 이스마일 마타르는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모하메드 오마르가 부상으로 이번 대회의 정상적인 출장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그의 부상 회복이 팀의 전력 극대화에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이고, 걸프컵에서 공격진의 호흡이 맞지 않아 극심한 골 가뭄을 겪은 바 있어 두 선수의 호흡 문제를 적절하게 풀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마르가 나오지 못하게 되면 모하메드 라시드가 마타르와 투톱 라인을 구성할 예정이다.
미드필드라인은 한 팀을 통째로 데리고 왔다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알 아인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하게 될 전망이다. 술탄 라시드는 오마르와 함께 공격 라인의 큰 줄기를 구성하는 플레이메이커를 담당하게 되며 챔피언스리그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게 했던 왼쪽 날개 라미 야슬람은 아랍에미리트가 준비하고 있는 비밀 병기이다. 이 밖에 알 아흘리의 대표적인 미드필더 살렘 카미스, 형제 선수인 압둘 살렘 주마와 압둘 라힘 주마도 주전으로 나올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수바이트 카티르는 술탄 라시드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백업 멤버이다.
수비진에서 발생한 가장 큰 고민은 리베로로서 공격 지원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파하드 알리가 부상으로 대회 결장이 확정되었고, 노련미가 넘치는 압둘 라흐만 모하메드가 아랍에미리트 축구협회로부터 2년간 출장 정지를 당했다는 것. 그러나, 라시드 압둘 라흐만, 후마이드 파케르, 모하메드 카심, 바시르 사이드 등 네 명의 선수가 오랫동안 주전 자리를 유지하며 수비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에 오버래핑을 통한 측면 지원등은 부족하더라도 수비력 자체는 안정감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에는 어린 나이에 알 아인의 주전을 획득한 왈리드 살렘이 무난히 대표팀 선발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전망이다.
B조 다른 팀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아랍에미리트의 가장 큰 취약점은 조 수위가 예상되는 한국에게 극도로 약하다는 점으로서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한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그들은 한국에게 1승 4무 5패라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개인기를 바탕으로 상당히 끈적끈적한 축구를 구사하는 다른 서아시아 강호와 달리 아랍에미리트의 축구 색깔은 개인기가 조금 약한 대신 유럽식의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먹혀 들지 않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조별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역시 올림픽 대표팀 출신의 어린 선수들 위주로 참가하는 쿠웨이트와의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남은 한국과 복병 요르단 전에서 사활을 걸 수 있다. 다행히 최근 걸프컵을 통해 쿠웨이트 홈에서 2-0 완승을 거둔 전례가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96년의 아시안컵 준우승과 작년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이뤘던 8강 돌풍이 결코 자국 개최라는 이점을 등에 업은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지, 아랍에미리트의 모습은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예비 엔트리
골키퍼/ 주마 라시드(알 샤밥), 왈리드 살렘(알 아인), 무타즈 압둘라(알 아인), 이스마일 라비(알 샤밥)
수비수/ 옴란 모하메드(알 샤밥), 라시드 압둘 라흐만(알 샤밥), 바시르 사이드(알 와다), 할리드 알리 자베르(알 자지라), 후마이드 파케르(알 아인), 모하메드 카심 주마(알 아흘리), 압델 살레 나시브(알 자지라), 살레 압둘라 오바이드(알 자지라)
미드필더/ 수바이트 하테르(알 아인), 타우피크 압둘 라자크(알 와다), 압둘 살렘 주마(알 와다), 모하메드 아메드(샤르자), 라미 야슬람(알 아인), 셰밥 아메드(알 아인), 술탄 라시드(알 아인), 나와프 무바라크(샤르자), 살렘 카미스(알 아흘리)
공격수/ 모하메드 오마르(알 아인), 사드 알 압둘라(알 샤밥), 모하메드 라시드(알 샤밥), 이스마일 마타르(알 와다), 하산 모하메드(알 칼리위)
FIFA 랭킹 71위(2004년 7월 현재), 아시아 13위
월드컵 본선 전적 - 예선탈락(90)
아시안컵 본선 전적 - 준우승(96), 4위(92), 예선탈락(80, 84, 88)
1차 예선 전적(G조 2위)/
對 투르크메니스탄 0-1, 1-1
對 시리아 3-1, 3-1
對 스리랑카 3-1, 3-0
2004년 A매치 전적/
7월 10일 對 중국 2-2 (호핫, 중국)
6월 9일 對 예멘 3-0 (알 아인, 아랍에미리트) -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월 31일 對 바레인 2-3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3월 31일 對 북한 0-0 (평양, 북한) -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월 18일 對 태국 1-0 (알 아인, 아랍에미리트) -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월 11일 對 예멘 3-0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
1월 7일 對 바레인 1-3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
1월 3일 對 카타르 0-0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
12월 31일 對 오만 0-2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
12월 29일 對 쿠웨이트 0-2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
12월 26일 對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시티, 쿠웨이트) - 걸프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