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들어간 후부터
아침마다 식사 전쟁입니다.
원래도 잘 먹지 않는 아이였는데,
일찍 깨워 먹이려고 하니
아이는 먹지 않으려고 하고
아침마다 진을 뺍니다.
시간 맞춰 가야하는데,
이러다가 나도 일이 늦는데,
놀기만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아이.
먹고 나서
한참을 씹기만 하는 아이.
먹은 후에
퉤~ 뱉는 아이.
처음에는 달래도 보고
음식도 바꿔줘 보고
밥 잘 먹으면 사탕 준다고도 꼬셔보고
밥 안 먹으면 뽀로로 안보여준다고 협박도 해보고
정말 갖가지 방법을 써보지만
잘 먹히지도 않고요.
어찌어찌해서 아이를 먹이고 어린이집을 보내도
아침에 아이에게 소리지르던 모습
아이가 엄마 눈치보는 모습
아이가 결국 울고 만 모습
이런 저런 즐겁지 않았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엄마로서 지금 잘하고 있는게 맞나...
내가 지금 아이한테 뭐하고 있는건가..
나는 육아가 적성에 안맞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자괴감, 죄책감, 후회감
이런 마음들이 한껏 올라옵니다.
그리고 내일은 이렇게 해봐야지!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도돌이표처럼
아침시간 식사전쟁은 끊이지 않아 좌절만 됩니다.
아침마다 식사전쟁.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함께 알아가볼게요.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 부모는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일까요.
그저 먹지 않는 것에 대한 염려나 걱정을 넘어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심지어 화도 나고
밥을 먹이는 일에 집착하게 됩니다.
저는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잘 먹지 않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먹이는 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뭐든지 역지사지.
경험해봐야 안다!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잘 먹이려고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우선,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아이의 몸이 쑥쑥 잘 크죠.
몸이 잘 크는 것은 신체발달 뿐 아니라
모든 심리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발달까지 모두
골고루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니
당연히 아이가 잘 먹고 잘 크는 것은
영유아 시기 최으뜸! 중요한 일입니다.
건강한 어른은 하루를 굶어도 괜찮지만,
아이는 절대 안되죠.
영양 섭취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잘 먹이려고 애쓰는 부모님 마음은 당연해요.
아침에도 빵 점심에도 빵 저녁에도 빵만 주고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아
한쪽으로 치우친 편식을 해도 먹기만 하면 괜찮아
이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울어도 식전에는 사탕을 안주고
아무리 아이가 달라고 떼써도 알러지 음식은 안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미스테리 탐정 모드 이모티콘 같은 것 재밌게 넣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밥 먹이는 일이라도,
아이가 먹지 않는 것에 우리가 유독 화가 나는 일이 많고,
아이와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문제 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것은 바로!
마음의 허기!
입니다.
아이들은 두 가지 밥 그릇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진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위장’ 밥그릇
하나는 사랑을 소화시키는 ‘마음’ 밥그릇
‘위장’ 밥그릇만 채우면 그만일 것 같지만
사실 ‘마음’ 밥그릇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유는,
식사 문제로 인해 식습관 장애가 되는 경우는 높지 않지만
식사 문제로 인해서 부정적 부모자녀 관계를 갖게 되거나
또 다른 심리정서 행동 문제를 수반하게 되는 경우는 더 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시간에
음식물도 고루고루 ‘위장’ 밥그릇을 채우면서
사랑도 고루고루 ‘마음’ 밥그릇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우리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지려면
역시 아이가 잘 먹어주는 게 제일 좋겠죠?
하지만 그게 되면 고민이나 하겠냐고요~
안먹으려는 아이와 즐겁게 식사시간을 가지려니
아주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즐겁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화내며 아이를 먹이고
힘든 식사시간을 보낼 만큼
정말 문제가 있나?
알아보도록 해요.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기 위한 체크리스트
# 현재 영유아 검사에서 지나치게 아이가 작은 문제로 소아과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거나
대학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을 받았는가?
# 현재 아이가 배변에 관련하여 어려움이 있어 (설사나 변비문제 등) 매우 괴로워하거나
응급실에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가?
# 현재 아이가 지나치게 편식하여 영양의 문제가 있을 정도라 판단되는가?
#현재 아이가 식사 시간 이외의 간식시간에도 대부분의 음식을 거부하는가?
위의 체크리스트에 YES 라는 대답이 많고,
아이와 식사시간마다 전쟁을 치르시는 중이라면
전문 기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만약 위의 체크리스트에 NO! 라는 대답을 하셨다면,
아이는 아마 정상 발달 중일 거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은 잘 먹을 것이며
어떤 날은 안 먹지만 어떤 날을 잘 먹는 높낮이가 있을 수 있고
노느라 바빠서 먹는 걸 잊거나
먹는 것을 빌미로 부모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이미 충분히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 먹어서
더 이상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동안 이만큼이라도 해서 먹여서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맞아요!
정말 100% 옳습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식사전쟁을 치루면서 먹일 순 없잖아요.
게다가 잃은 것이 아이의 ‘마음의 허기’가 된다면 더더욱요.
그래서 우리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구요.
잘 크고 있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즐거운 식사시간으로
‘위장의 허기’ 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까지 잘 채워줄 수 있을지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해 보는 거에요.
“내가 왜 이렇게 먹지 않을 때 화가 나지?”
“내가 왜 이렇게 아이에게 지나치게 화를 낼까?‘
“나는 아이를 먹이는 것을 통해서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 봐요.
이 질문과 생각들이, 부모님의 마음을 보는 것이
식사전쟁을 끊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칼럼에서
차근 차근 아이의 식사시간이 즐거워질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나눠볼께요.
부모 i 추천 포스트입니다.
'아동상담사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최혜진 선생님은
까다로운 기질의 민감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누구보다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놀이심리상담사.
명지대학교 대학원 심리재활학과 놀이치료 전공 박사과정,
놀이치료사 1급, <<하루 5분 육아 기술>>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