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맥주처럼… '하우스 막걸리'의 탄생?
입력 : 2015.02.05 09:00
하우스 막걸리에 대한 과제와 기대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흥미로운 발표가 나왔다. 바로 ‘하우스 막걸리’에 대한 도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하우스 막걸리란 산업적으로 이야기하면 하우스 맥주 같은 형태로 작은 식당 규모에서도 양조면허를 주어 소비자가 다양한 막걸리 맛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우리 농산물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근데 왜 이제까지 도입되지 않았을까.
가양주와 주막 문화의 복원 ‘하우스 막걸리’
옛 문헌에도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겐 가양주와 주막 문화가 있었다. 가양주란 말 그대로 각 가정에서 빚는 술을 의미하며, 주막에서는 숙박도 하지만 음식과 술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곳이었다. 다만 이러한 문화는 일제 강점기 들어와서 산업화란 명목으로 사라져 갔으며, 1990년대 후반까지는 아예 집에서 술 빚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판매용이 아닌 자가소비 목적으로 한 가양주 문화가 커지면서 일률적으로 만들던 술의 모습에서 탈피,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전통주를 바라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역 막걸리이고, 무첨가 및 장기숙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현재 이러한 막걸리는 식당에서 2~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즉 새로운 시장이 탄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혜원 신윤복의 주막. 하우스 막걸리는 주막 문화의 현대적인 복원 중 하나이다.
일부 양조장 중심으로 진행하는 하우스 막걸리의 성공사례
하우스 막걸리라고 하기에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일부 양조장 직영형태의 식당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과 신평 양조장의 셰막인데, 모두 강남역, 가로수길, 을지로 등 번화가에 위치해 젊은 층에게 새로운 문화로써 다가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속적인 확장을 하는 등 사업적으로 성공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식당에서 파는 3, 4천 원짜리 막걸리가 아닌 조금 더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색다른 맛을 체험하는 문화, 막걸리에는 무조건 파전이 아니라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다는 스몰 럭셔리 문화가 전통주 산업에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차별화된 제품과 맛은 소비자가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느린마을 강남점 내의 발효시설
술 빚기가 간단하다 생각하면 오산
이러한 새로운 시장의 탄생과 더불어 하우스 막걸리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쉽지만은 않다. 술 빚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리도 물론 어렵겠지만 술은 무엇보다 발효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통 누룩을 만들어 발효시키는데도 15일~30일이 걸리며, 이러한 누룩으로 술 빚기를 하는 경우 15일~30일 정도가 소요된다. 숙성이 들어가면 100일도 쉽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발효되는 당분의 향으로 초파리가 찾아오는 등 관리가 만만치 않다. 식품위생법의 위생 기준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그리고 쌀 씻기, 불리기, 고두밥 찌기 등 상당한 육체노동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술 빚기는 상당한 육체노동을 요한다. (출처 찾아가는 양조장 전남 해남 해창 주조장)
만만치 않은 설비
설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식당 주방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발효조 3kL 정도가 필요한 데, 일반적인 10평 내외의 주방에서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주방까지 포함한다면 최소 30평 정도의 규모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철저한 술 빚기 연습이 필요하다. 결국은 돈도 돈이지만 우리 가양주 문화에 뜻을 둔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자신의 철학을 넣고 그것을 소비자와 소통해야 진정한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업적으로 저렴한 원가에 많이 판다는 목적 하나로만 접근했다가는 빚는 이도 소비자도 실망만 할 수 있다. 인스턴트 라면 끓이는 식으로는 절대 좋은 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가양주 방식으로 약주를 뜨는 모습. 용수라는 긴 채를 넣고 스며드는 맑은 술만 채취한다.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야 하는 하우스 막걸리, 그래야 가치가 증대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야 있겠지만, 하우스 막걸리는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본래 이 문화는 본래 우리에게 있었고 그것을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료사용에 규제는 필요하다. 기존에 수입 농산물을 써도 되는 하우스 맥주와는 달리 하우스 막걸리만큼은 우리 농산물만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수제를 통한 프리미엄이라고 말하면서 수입 농산물을 써서 만든다면 소비자는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잘 정해지고 우리 술이 가지고 있는 계절성, 지역성, 그리고 술 빚는 이의 철학이 하우스 막걸리를 통해 소비자와 공유한다면 과음 일색인 우리 음주 문화도 바뀌지 않을까? 하우스 막걸리의 모습을 통해 우리 세대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가양주와 주막 문화를 현대인의 모던함에 맞춰 느낄 수 있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