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그렇듯이 풀 코스 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해도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공주시에서 열린 백제 큰길 마라톤 대회도 여느 대회와 다르지가 않다. 특히 봄이나 가을에 열리는 메이저 대회가 아닌 대회는 다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많은 횟수의 풀 코스 완주로 인한 타성이 가져다 주는 그런 평상의 느낌 그대로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오늘 아침 까지도 그런 느낌은 나에게 있어서 일상의 하루처럼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없었다. 그런 평상 심으로 산성님, 허브님과 함께 7시쯤 남양주시를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천안까지 간 다음 천안에서 천안 논간 간 지름길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무난히 공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까지 걸린 시간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인원의 참가로 대회장인 공설운동장 입구까지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인근 대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배낭을 메고 대회장으로 걸어갔다. 벌써 많은 마라토너들이 대회장에 도착하여 출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맡기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운동장 트랙을 몇 바퀴 달리니 벌써 출발장소로 이동을 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앞줄에서 다섯 번째 줄에 자리를 잡고 출발총성을 기다렸다.
날씨는 맑고 공기는 청정했으나 햇빛이 강렬해 여름날의 더위만큼이나 무더운 날씨를 예고하였다. 개그맨 김동성의 사회로 분위기가 달구어지자 한 명씩 내빈이 소개되고 그중 비중이 높은 두분이 인사말을 하였다. 대회 출발선상의 긴장감으로 인하여 러너들에게 그러한 인사말은 들리리 없었지만, 그들은 애써 자신들을 나타내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출발총성이 울리고 쌓아놓았던 댐의 둑이 터져 물이 거세게 흘러가듯 그렇게 주자들이 힘차게 달려나간다. 나도 그들 무리에 휩싸여 발걸음을 잽싸게 놀리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1키로 미터쯤 달렸을까. 어느 정도 대열이 갖추어 진 것 같다.
각자의 목표기록과 페이스에 맞추어 달리기의 속도가 셋팅이 된 듯 일정하게 달려간다. 나도 어느 정도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면서 나와 일정한 속도의 주자와 페이스를 맞추어 달리기로 했다.
앞쪽에 노란 옷의 '위아' 소속의 마라토너들 5명이 무리를 지어 달린다. 페이스가 비슷하여 그들과 합류를 했다. 10키로 미터까지 그렇게 그들과 달렸다. 5키로 미터 통과기록... 21분 34초.
10키로 미터 통과기록.... 21분 42초..... 43분 16초.
15키로 미터까지도 그러한 속도로 달렸다. 15키로 미터 통과기록... 21분 44초. 1시간 05분 00초. 달리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래도 실력이 많이 퇴보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봄까지만 해도 매번 풀 코스 마라톤에서 20키로 미터까지는 대체적으로 5키로 미터 랩 타임이 20분대를 기록했는데, 그때보다도 더 힘들게 달리는 데도 기록은 1분 이상씩이나 늦는다.
달리기에 대한 의욕을 꺾는 이러한 기록은 20키로 미터지점의 랩 타임에서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20키로 미터 통과기록... 22분 04초... 1시간 27분 04초.
역시 훈련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월 평균 적어도
300키로 미터를 매월 달렸는데, 올해 들어 200키로 미터를 채우기도 버거운 연습으로 좋은 기록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욕심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다. 발걸음도 둔탁해진다. 완주자체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을 재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차피 틀렸고 편안한 마음으로
걷지 않고 달려서 완주하는데 의의를 두자고 자신을 독려한다.
그렇게 30키로 미터를 통과했다. 편하게 마음먹고 달리니 5키로 미터 당 랩 타임이 25분 정도가 된다. 키로 미터 당 5분 페이스이다. 거리가 30키로 미터를 넘어서자 러너들이 지쳤는지 발걸음이 느려지고 간간이 걷는 사람도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는데도 앞서간 주자들이 한 명 한 명씩 내 뒤로 밀려난다. 나의 발걸음에 다시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진다.
동아마라톤 사무국과 공주시청에서 야심 차게 계획을 했다는 백제 큰길 마라톤 코스는 너무 멋지고 달리기에 적합한 코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판과 그리고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서 이어진 코스의 장점이 아니라도 지루한 직선주가 별로 없고 언덕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깨끗하게 포장된 2차선 도로가 달리는 러너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달리는 주로 곳곳에 시골마을의 마을사람들이 나와 사물놀이로 흥을 돋구는 광경은 지친 러너에게 청량제 같은 활력소를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동안 50여 차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지만 달리다가 춤을 추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까 33키로 미터 지점쯤의 마을 어귀에서 마을의 주민들이
사물놀이로 흥을 돋구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달리다 말고 서서 탈춤 비슷한 춤을 추니까 마을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더 신나게 꽹과리와 징을 울려댄다.
춤을 한바탕 추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 하다. 그런 기분으로 신나게 35키로 지점 급수 대 까지 달려갔다. 파워젤을 하나 먹고
마지막 7키로 미터를 달리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번 대회의 가장 힘든 지점은 37키로 지점의 언덕코스, 경사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후반에 만난 언덕이라서 그런지 주자들에게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안간힘을 쓰면서 겨우겨우 오르니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또 다시 낮은 경사도의 자그마한 언덕이 눈앞에 서있다.
언덕을 밟아라. 그래서 언덕을 눕혀라. 그렇게 최면을 걸고 언덕을 오르니 멀리 긴 내리막이 펼쳐져 있고 내리막을 내려가니 또 긴 다리가 이어진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40키로 미터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 급수를 하고 다시 달려간다. 2.2키로 미터. 짧은 거리지만 마라톤 대회에서 늘 힘든 지점이다. 그러나
마지막이기에 남은 힘을 다 짜내 본다.
직선 주로를 힘차게 달리다 우회전을 하니 멀리 대회 아치가 보인다. 호흡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힘겹게 골인 점을 통과한다.
3시간 21분 58초.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이지만, 내 실력 그대로를 쏟아서 일궈낸 기록이기에 소중하기만 하다.
땀으로 범벅된 몸을 소방호수가 시원하게 씻어 준다.
조금 있다가 산성님과 허브님이 들어오고 하프를 달린 주자불로도 만났다.
산성님은 3시간 35분으로 평년작을 했고 허브님은 첫 풀 코스 도전에 3시간 54분으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주자불로는 자신의 목표보다 조금 못 미친 1시간 21분으로 하프코스를 달려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갈 길이 멀어 운동장에 머무를 시간이 없어 서둘러 대회장을 빠져 나왔다. 아직도 골인 점에서는 42키로 미터를 달려 힘겹게 골인하는 주자들을 격려하는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린다.
마라톤의 골인 점 풍경은 늘 감동 그 자체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도 후미에서 달리는 마라토너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지금쯤 그들도 다 골인을 했을까?????
이번 연천 하프마라톤 대회를 치르고 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 동안 수년에 걸쳐 마라톤대회를 위하여 훈련을 했던 기억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해서 열심히 달렸던 기억들이 영화의 장면들처럼 스쳐 지나간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해서 풀 코스 마라톤에 도전할 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풀 코스 마라톤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했고 그 결과 거뜬히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론 완주가 문제가 아니라 지난 대회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가 되어 또 훈련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러길 벌써 3년째, 마라톤에 열정을 쏟은 만큼이나 완주횟수도 많아지고 기록도 처음보다는 엄청나게 좋아졌다. 그러나 그 엄청나게 좋아진 기록이 이젠 네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기록에 버금가는 기록을 낼 수 있어야 되고, 또 그 기록을 넘어서 또 다시 최고기록을 내야 하는 시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큰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보았을 때 형편없는 기록이 나오면, 이제 나의 기록은 퇴보의 시점에 이르렀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9월 7일의 관광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기록과 이번 연천 마라톤 대회에서의 하프기록은 둘 다 나에게 희망을 주기에 부족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훈련을 할 시간도... 그리고 정신무장을 할 시간도... 이틀 후면 또 백제 큰길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한다. 이번의 대회야말로 춘천에서의 기록을 예측하는데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실력 껏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달리자.
그리고 나서 그 결과로 춘천을 대비하자. 2003년 가을은 또 이러한 잔잔한 긴장감속에 흘러간다. 싱싱한 푸른 잎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듯이.....
화요일 5키로 미터..지속주 20분 21초.
수요일 10키로 미터 지속주...41분 42초.
아침 7시 정각 남양주 시청에서 산성님의 승용차로 허브님, 찍기님과 함께 연천으로 이동을 하였다. 아침시간이라 교통이 혼잡하지 않아 예정시간보다 2시간여가 빠른 8시 10분에 오늘의 대회장인 연천 공설운동장에 도착하였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조깅을 해도 시간은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아 있다.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출발시간을 10시 30분으로 잡았다지만, 무더운 날씨이고 또 돌아갈 때의 시간을 감안한다면 출발시간이 너무 늦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니 출발시간이 다 되어간다.
허브님과 함께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허브님에게 하프코스의 레이스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를 해주고 오늘 열심히 달려 좋은 기록을 내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힘차게 출발을 했다.
하프대회를 참가한지가 오래 되어서 인지 페이스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달릴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서 달리자는 생각으로 힘차게 달려나갔다. 다들 빠르게 달린다. 600미터쯤 가니까 산성님이 달려가고 있다. 힘을 외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3키로 미터쯤 달리니 대열이 갖추어진다. 추월해 가는 사람도 없고 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달리기가 진행된다. 주최측에서 말한 것처럼 4키로 미터 지점부터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신설도로의 비포장 도로에서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달리는데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빨리 하여 앞서가는 주자 2명을 추월했다.
달리면서 보니 멀리 언덕이 보인다. 그래서 언덕을 대비해 속도를 조금 늦추어 달리다가 언덕구간에서 힘차게 올라갔다. 언덕을 오르면서 또 2명을 추월했다. 언덕을 넘어 조금 내려가니 5키로 지점을 알리는 팻말이 나타난다. 통과기록 20분 34초.
예정시간보다 30여 초가 늦다. 속으로 오늘 좋은 기록 내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5키로 지점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는 언덕코스는 10키로 미터 지점까지 이어졌다. 10키로 미터 통과기록 21분 18초.... 41분 52초.
정말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록은 내가 풀 코스를 달릴 때 10키로 지점을 통과하는 기록보다도 늦다. 이러다가 1시간 30분 안에도 골인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고 하프거리를 내가 달릴 수 있는 한 최대의 빠르기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빨리 달릴 수는 없는 거고, 이러한 속도로 끝까지 달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고자 했다. 오늘은 처음부터 한 명의 주자를 눈앞에 두고 달리기를 했다. 고양시의 한 러너인데, 나중에 만나지 못해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달리기의 자세와 일정하게 달리는 속도가 마음에 들어 이 주자만 추월하자고 생각했다.
5키로 지점까지는 엎치락뒤치락 추월과 추월을 거듭하면서 레이스를 계속했으나 7키로 지점에서 내가 체력에 비해 너무 빨리 달리는 것 같아 속도를 조금 늦추었더니 추월을 하여 10여 미터 앞서 나갔다. 그 이후로 이러한 간격의 레이스는 15키로 미터까지 계속되었으나, 15키로 미터 지점에서 내가 충분하게 급수를 하는 동안 30여 미터가 벌어져 갈수록 점차 거리가 벌어지더니 이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15키로 지점까지 이 러너를 따라오면서 단 한 명에게도 추월 당하지 않고 여러 명을 추월하면서 힘차게 달려왔는데, 땀을 많이 흘려 많은 량의 급수를 하지 않으면 레이스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급수를 하게 되어 결국 이 후로 힘겨운 레이스를 하게 되었다. 15키로 미터 통과기록 20분 41초... 1시간 2분 33초.
전곡에서 연천으로 달리는 마지막 코스는 환상 그 자체였다.
활주로 같은 넓은 도로가 멀리 끝이 없이 보이고, 날씨는 청명한 가을 날씨로 시야가 100키로 미터는 족히 될 것 같다. 게다가 하늘 곳곳에 하얀 솜 같은 뭉게구름이 자리하고 있어 일년에 이렇게 아름다운 날씨가 몇 일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높고 길을 끝이 없이 가지런히 뻗어있고 길옆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 가는 환상의 길을 나는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무거운 발걸음과 거친 숨소리로 골인 점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이제 4키로 미터만 달리면 골인점인데, 왜 이다지도 몸은 지치고 발걸음이 무거운지... 그러나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속도를 늦출수도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하여 달릴 뿐이다. 2명의 주자가 추월해 간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의 발걸음에 만족해하며 안간힘을 다해 달려나간다. 20키로 지점 통과 22분 05초.
..... 1시간 24분 38초.
마지막 1.2키로 미터가 남아있다. 스스로를 독려해 본다. 그리고
발걸음을 더 빨리 더 넓게 옮기면서 마지막 1키로 미터만 달리면 골인점이라고 스스로를 압박한다. 그러나 1키로 미터가 왜 이리 먼지... 1키로 미터를 다 온 것 같은데도 골인 점은 보이지 않는다.
사력을 다해 달려가니 연천 종합운동장이 보인다. 이제 운동장에 들어가서 트랙 한바퀴만 돌면 되니 대략 500미터 남았구나 하고
달려가니, 운동장을 들어가기 전 입구에 기록매트가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 스퍼트도 하지 못하고 매트를 밟으니 전자 음이 띵하고 울린다. 1시간 29분 39초.
그러나 레이스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마라톤 대회 글씨가 새겨있는 아치를 통과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선 경기를 마치고 알게 되었다.
연천군청 관계자들이 폼 나게(?), 아니면 편안하게 골인하는 러너들을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또, 러너들로 하여금 운동장으로 들어와서 골인을 하게 해야 그들 스스로 러너들을 관리하기가 편하기 때문에. 코스가 대회직전 바뀐 것도, 출발선에 매트가 설치되지 않고 주자들이 달려나간 후 골인지점에 급조로 기록체크 매트를 설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천 마라톤! 너무 멋진 환경에 멋진 날씨에 잘 달린 대회였지만
대회 관계자들의 미숙한 진행은 내내 아쉬움을 남게 한다.
그러나 9월 어느 청명한 가을날! 찍기님, 산성님, 허브님과 함께한 연천에서의 하프마라톤대회 추억은 영원히 나의 기억에 자리할 것이다.
****************************************************
9월 19일 금요일(10km, 122km)
연천마라톤 대비 마무리 훈련
이번 주 일요일 참가할 연천 마라톤대회를 대비해 10키로 미터 지속 주를 하였다. 퇴근하여 7시쯤 창현 신설도로에서 준비운동을 간단히 하고 출발을 하였다. 이제는 조석으로 날씨가 제법 시원하다. 달리는데도 그다지 땀이 많이 나지 않는다.
지난번에 이곳에서 4세트, 10키로 미터를 달려 40분 59초에 통과를 했는데, 오늘은 기록이 얼마나 나올까 궁금했다. 처음부터 연천대회 페이스 정도로 달렸다. 대략 시간은 키로 미터 당 4분 페이스 정도로 달린다고 생각하며 달렸는데, 밤이라 컴컴하여 달리면서 기록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 세트 최선을 다해서 달린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달리고 나서 기록을 확인해 보니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이다. 1세트 9분 57초. 2세트 10분 21초. 3세트 10분 30초. 4세트 10분 19초. 도합 41분 07초이다.
이번 연천에서 1시간 27분 이내를 목표로 정했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달려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내일은 휴식을 취하고 모래는 대회 날이다.
어쨌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마라톤 동지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월요일은 달리기 휴식 일이라 쉬었고, 화요일은 바빠서 쉬었고,
수요일은 정모라 쉬었고, 그리고 오늘은 기필코 달리기를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데, 오후까지 비가 온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는 하지 못하고 집에서 트레드밀을 이용하여 6키로 미터를 달렸다. 매번 달리는 방식으로 16.5키로 미터로 놓고 2분 5세트를 달렸다. 어찌나 힘이 드는지 마지막 세트에서는 거의 사력을 다하여 달렸다. 작년엔 이렇게 힘들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트레드밀에서 훈련을 자주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방안 기온이 너무 높은 것도 원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2년을 주기로 개최되는 남양주시 체육대회에 올해도 화도읍 대표로 단축마라톤에 참가하게 됐다. 지난 2년 전 2001년도에 전체 6위로 골인하여 개인적으로 다소 실망을 하여 이번에는 참가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막상 읍사무소에서 연락을 받으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금 참가를 하게 되었고 오늘 선수 상견례를 겸한 첫 모임이 마석 중학교에서 오후 5시에 이루어졌다. 3명이 참가하는 단축마라톤 부분에 나와 찍기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한 명이 나왔다.
나이는 비슷하고 차산리에 사는 마라톤 경력이 4년쯤 되는 김영수라는 분이다. 첫 느낌에 지구력이 강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달리기 실력은 그다지 좋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기록을 물어보니 10키로 미터가 50분 정도 된다고 했다.
100미터 선수들, 그리고 400미터 계주 선수들과 마석 초등학교로 이동을 하여 그들이 단거리 연습을 하는 동안 우리는 운동장 외곽으로 30바퀴, 대략 6키로 미터를 달리기로 했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일정하게 달려갔다. 다섯 바퀴를 돌고 시간을 체크해 보니 3분 41초다. 다음 다섯 바퀴는 3분 46초. 그리고 그 후론 3분 54초. 3분 51초. 3분 49초가 기록되었다. 토탈 19분 01초다.
다섯 바퀴를 더 돌아 6키로 미터를 채울까 생각했으나 함께 달리던 두 명이 중도에 달리기를 멈춰 혼자서 달리는 것도 그렇고 해서 달리기를 종료했다. 어제 인터벌 훈련을 했는데도 오늘 달리는 데 큰 무리는 없었으며, 오히려 속도감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를 끝내고 육상 팀 10여명이 식당에 모여 체육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앞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함께 모여서 훈련을 한다는 육상감독님의 훈련계획에 우리 마라톤 팀은 각자 알아서 하기로 의견을 교환했다.
올해도 입상은 힘들겠고, 그냥 실력대로 달리도록 해야겠다.
오랜만에 인터벌 훈련을 한국체대에서 했다.
쉼터에서 찍기를 만나 금곡에서 허브님을 태우고 한국체대 운동장에 도착하니 모임시간보다 20분이 빠른 2시 40분이다.
조금 있으니 레오파드가 도착하고 오늘의 모임 공지를 한 주자불로는
조금 늦는가 보다.
스트레칭을 하고 조깅을 한 다음 3시 정각에 인터벌 훈련을 시작했다. 800미터를 하자는 의견과 1600미터를 하자는 의견이 제기 되었지만 1600미터를 하기로 하고 스타트를 한다. 첫 세트는 늘 빠르게 달리게 된다.
페이스를 잡기가 어려워 무조건 빠르게 달리고 보자는 생각에서 이기도 하지만, 달리기 초반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자연스레 빠르게 달려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무튼 첫 세트는 빠르게 달렸다. 첫 바퀴를 돌면서 시계를 보니 1분 19초였다.
나의 1600미터 인터벌 목표기록이 6분 10초 이내이기 때문에
바퀴 당 1분 30초 정도 달리면 무난한데 너무 빠르게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2바퀴를 돌고서 시계를 보니 2분 52초이다.
이건 아마도 800미터 인터벌 속도쯤 되는 것 같다.
그래서 3바퀴 째부터는 속도를 늦추어 달렸다. 1세트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5분 54초다. 목표기록보다 10여 초가 빠르다.
아니나 다를까. 2세트 째에서는 기록이 너무 느리게 나왔다. 6분 17초. 첫 세트에서 너무 빠르게 달려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2세트가 끝나고 주자불로와 칼릴지브란이 왔다.
다들 1600미터는 너무 힘드니 800미터로 바꾸어 달리자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칼릴지브란과 허브님이 함께 달리고
그리고 우리는 주자불로를 선두로하여 레오파드, 찍기와 함게 네명이서 무리를 지어 달렸다.
800미터 역시 첫 세트에서는 너무 빠른 기록이 나왔다. 2분 39초. 목표기록보다 10여 초가 빠르다. 2세트 역시 2분 46초가 나와 목표기록보다 빨랐고 3세트도 2분 47초가 나왔다.
4세트에 이르러 목표기록인 2분 54초, 5세트 2분 58초, 6세트
2분 57초, 7세트 2분 56초가 나왔으며, 마지막 세트에서는 2분 54초 나왔다. 800미터 8세트를 뛰고 달리기를 마치려고 하니
아직 2세트가 남아있는 주자불로가 혼자 뛰는 것이 좀 그렇겠다 싶어 400미터 2세트만 달려 보기로 했다. 400미터 첫 세트 1분 14초, 2세트 1분 13초를 달리고 마무리 운동을 하고 달리기를 마쳤다.
종아리 근육이 묵직하고 얼굴이 당기는 게 조금 훈련을 하긴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인터벌 훈련을 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못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1600미터, 800미터, 400미터를 골고루 달려보아서 어느 정도 나의 달리기 실력을 점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소득 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참가한 국제 관광 마라톤 대회의 기록을 확인하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게시판이 온통 항의 성 글들로 도배가 되어있다.
그 동안 수년간 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면서 '마라톤 투어'와 '전마협', 그리고 '싸카'에서 개최하는 대회는 항상 좋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만은 그렇지 않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우선 러너들이 가장 중요 시 하는 거리문제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짧아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만 규정 거리보다 너무 긴 거리는 주자들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달리고 나서도 자기의 실망스런 기록에 더욱더 대회본부를 원망하게 한다.
이번 대회도 분명히 거리가 길다는 확신이 든다. 그것도 1키로 미터 이상씩이나... 이것은 어느 정도 마라톤 경력이 있는 러너들은 자기의 주력을 알기에 쉽게 감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러너들의 전체적인 기록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거나하는 통계적인 데이터에서도 쉽게 거리의 부정확성을 알아낼 수 가 있다.
혹자는 날씨와 주로의 특성이 기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리의 부정확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하겠지만, 내 경험상,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파악한 주자들의 기록을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경우 10키로 미터의 경우 선두주자를 기준으로 2-3분이, 하프의 경우 5-6분이 차이가 나며, 풀 코스의 경우는 대략 10여분이 차이가 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내가 달리면서 기록체크를 한 것과 또 오늘 대회 본부 측에서 공지한 기록을 보고 알게 되었다.
어제 대회는 가뜩이나 비가 내려 고생했는데 거리까지 틀리다는
정보에 의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다. 거기다 힘들게 달렸는데 나의 소중한 기록까지 누락되어 이걸 전화를 몇 번씩 해서 수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이번에는 잘하겠지 하는 생각은 이번 대회로서 끝내야 하는 건가.
어제 마라톤을 완주했지만, 오늘 특별히 몸에 이상신호를 나타내는 곳은 없다. 내일부터는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대회장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남문광장에 산성님, 허브님과 함께 도착한 시간은 7시 10분이다. 대회시작시간인 9시까지는 아직 1시간 50분이 남아있다. 남양주시와 월드컵 공원을 연결하는 북부 순환도로, 그리고 내부 순환도로를 이용하여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빠르게 도착하였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그치지 않고 여전히 내리고 있다. 대회 관계자들이 비옷을 입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늘 보는 광경이지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셋이서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출발 40분전이다. 마라톤 복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고 웜 업을 하고 출발선으로 이동을 하였다.
오늘 출발은 특이하게도 하프주자와 풀 주자가 함께 출발을 한다. 하프주자들 때문에 페이스를 잡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은 기우로서 그치지 않았다. 초반부터 전력 질주하는 그들과 발걸음을 같이 하기에는 왠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느린 속도로 천천히 앞 주자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의 레이스를 생각해 보았다. 비속에서, 그리고 후반기 들어서 처음인 풀 코스 대회, 또 그다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참가한 대회이기에 기본만 하자는 생각으로 가볍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겨본다.
2키로 미터쯤 달렸을까. 내 앞쪽 10여 미터 앞에서 한 여성 러너가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함께 동반을 할까하고 다가가서 발걸음을 맞춰 보았다. 달리기에 비교적 편한 속도였다. 말없이 그렇게 500미터쯤 달린 후에 말을 걸어 보았다.
기록을 물어보니 1시간 32분이고 이름은 조선희님이라고 했다.
여성 러너 중에서 이름이 비교적 알려져 있는 그녀와 동반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페이스를 이끌어 줄 테니 함께 달리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그래서 5키로 미터까지 함께 달렸다.
그러나 5키로 미터가 지난 지점부터 그녀는 따라오지 못했다.
6키로 미터를 통과한 지점에서 나를 가볍게 스치며 지나가는 외국인 여성이 있어 달려가서 말을 걸어보니 미국인이며, 최고기록이 1시간 27분이고 이름은 로라 라고 했다. 함께 10키로 지점까지 달리다가 그녀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보내 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하프코스이고 나는 풀 코스이기 때문에....
오늘은 웬일인지 초반부터 기록이 너무 느리게 체크되었다.
5키로 미터 22분 17초도 그렇고 10키로 미터 23분 24초도 실망스러운 기록이고 15키로 미터까지 23분 40초도 너무 느린 기록이다.
15키로 미터를 지나서 또 한 명의 러너와 동반을 하게 되었다.
배 번호를 보니 풀 코스 주자여서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최고기록이 얼마이며 목표기록이 얼마인지를...
놀랍게도 풀 코스 첫 도전이며 목표기록은 3시간 40분이란다.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의 주력이 빠른 것 같아 함께 동반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 20키로 미터도 가기 전에 그의 페이스가 떨어져
더 이상 동반을 할 수가 없었다.
20키로 지점에 급수대가 없었다. 함께 달리던 하프코스 주자들이 골인 점으로 들어가고 풀 코스 주자들은 한강변으로, 달리는 방향이 나뉘어 지면서 급수 대를 설치하지 못한 것 같다. 참으로 난감했다. 마라톤 전략상 20키로 지점은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파워젤을 복용해야 하는 지점인데 물이 없는 관계로 파워젤을 먹지 못해 레이스에 크나큰 지장을 초래했다.
힘든 몸을 이끌고 겨우 겨우 25키로 지점에 이르러 파워젤을 보충할 수 있었다.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지 이 지점부터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달리고픈 마음도, 완주를 해야할 당위성도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비는 끊임없이 내려 온몸은 비로 젖어 흘러내리고 신발은 이미
질퍽한 상태로 착지를 할 때마다 미끄러지고 있다. 갈등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만 레이스를 중지하고 비에 젖은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고 뽀송뽀송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 뿐 이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 보니 30키로 미터 급수대가 보인다. 억지로 몸을 독려하면서 겨우 겨우 급수 대에 도착했다.
스트레칭을 하고 급수를 하고 파워 젤을 입안에 짜 넣었다. 그리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힘든 레이스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 그래! 천천히 라도 달려서 완주를 하자.
천천히 달려서 4시간 안에라도 들어가면 되지 않는가"
이러한 완주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지난 19회의 마라톤 레이스에서 한번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만약 이번에 포기하면 후반기에 남아있는 3개의 풀 코스 대회에서도 그런 나약한 마음이 계속 몸 안에 남아 나의 마라톤 레이스를 방해할 것 같았다.
레이스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다리는 묵직하고 몸은 천근 만근이다. 시간도, 그리고 추월 해 가는 러너도 멍하니 쳐다보며 자포자기 상태로 달려간다. 그러나 완주를 해야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간다.
2키로 미터, 1키로 미터.... 드디어 골인점이 보인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카메라맨에게 포즈를 취해본다.
나의 골인을 눈이 빠져라 기다렸을 산성님과 허브님의 응원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골인을 하였다. 3시간 39분 51초.
나의 마라톤 역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나 자신에 박수를 보낸다.
수고했노라고..... 골인하고 나서도 한동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옷을 갈아입고 산성님 차에 앉아서도 그저 졸리기만 하다.
금곡에서 셋이서 식사를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저녁 9시. 오늘 비속에서 달린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
9월 5일 금요일(6km, 27km)
마라톤에서 요행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실력이라는 게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며 기록 또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10키로 미터 경기나 하프마라톤 경기도 그렇지만
풀 코스 마라톤의 경우 더더욱 환상적인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내가 수 차례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혹자는 풀 코스 마라톤의 경우, 연습시의 기록 이상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 연습 시에 급수와 급식 시간을 제외한 시간이 대회에서의 기록이라고 말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주자들은 출발점에 서있는 스스로에게 환상적인 기록이 나오지 않을 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초반부터 무리한 속도로 달리게 되고 결국 35키로 미터를 넘어서면서
마라톤이 안겨준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환상적인 기록은 없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풀 코스 마라톤을 20여 회 가까이 완주를 했음에도 지금도 출발점에 서면 늘 내 실력 이상의 기록을 기대하곤 한다. 그리고 기록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날씨가, 컨디션이, 코스가,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인하여 기록이 나오지 않았음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을, 그리고 내 실력을 직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국제 관광 마라톤 대회에서 내 실력에 걸맞은 속도로 페이스 표를 짜서 처음부터 차분하게 달려볼 생각이다.
오늘도 어제 이어서 5키로 미터 지속주 훈련을 했다. 기록도 변변치 않는데 힘은 왜 이리 드는지.... 정말 실력이 는 건지, 그대로인지, 아니면 후퇴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무래도 이번 주 일요일에 개최되는 대회에 참가를 해 보아야 알 것 같기도 하고...
퇴근을 하고 나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최근에 늘 달리는 신설도로. 오늘도 그 곳으로 달리기를 하러 간다.
어제 트레드밀에서 인터벌 방식으로 달렸더니 허벅지 근육이 묵직하다. 그래서 오늘은 조깅속도로 달리기로 한다.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서서히 달려나갔다. 대략 키로 미터 당 5분 정도의
속도이다.
모란터널을 지나고 긴 다리를 지나 400미터 정도의 언덕길을 올라 턴을 하여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온다. 이제 7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날은 어둑어둑하다.
달리면서 내일 할 언덕달리기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내가 달리는 언덕코스의 중간에 허름한 빈집이 두 채가 있어서
깜깜한 밤에는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든다. 함께 달릴 사람이라도
있으면 괜찮겠지만, 늦은 밤 시간에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도 없는 외진 길을 혼자 달린다는 게 좀 그렇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 해가 길 때는 괜찮았지만....
훈련 코스를 바꾸기로 한다. 모란터널 지나서 시작되는
다리부터 녹촌리 언덕길까지 1키로 미터를 훈련코스로 하기로...
내일 이곳에서 10키로 미터를 달려보아야겠다.
지난 일요일 런클 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여 단체축구를 하다가 붉은 하늘과 부딪혀 넘어지면서, 반사적으로 얼굴이 운동장의 모래에 긁혀 상처가 입는 것을 방지하려고 오른 손바닥을 땅바닥에 갖다 댔는데, 달려가는 속도에 비례한 엄청난 중량의 몸무게가 팔에 충격을 가하여 그만 부상을 입고 말았다.
처음의 느낌은 '팔이 부러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통증 또한 엄청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금씩 통증이 완화되었고 팔도 조금씩
들어올릴 수 있었다. 다행이다 싶어 한편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축구를 한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났다.
그러나 어떠랴. 이왕에 다친 팔.... 치료나 잘 해야지..
집에 돌아와서 찜질을 하고 파스를 붙이고 온갖 호들갑을 다 떠는 나를 보면서 아내가 화가 난 표정으로 한 마디를 한다.
" 그러게 마라톤 모임에서 축구는 왜 하냐고요? 지금은 괜찮지만 내일 자고 일어나면 퉁퉁 부어서 깁스를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병원에 가보세요."
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소파에 누어 TV를 보는데 온갖 상념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제일 걱정되는 게 이번 주 일요일 참가할 마라톤 대회다. 팔도 제대로 흔들 수 없는데 달리기를 할 수 있을는지?.....
그러나 마라톤을 하면서 부상에 대해 연구하다가 경미한 부상의 완쾌 법칙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근과 근육의 경미한 부상은 24시간에 이르러 최고조의 통증을 느끼게 하다가 48시간이 지나면 점차 통증이 해소됨과 동시에 부상에서 회복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그렇게 퉁퉁 부어오르던 팔이 오늘 오후부터 통증이 제거되면서 팔이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다행이다. 좋은 경험을 했고, 앞으로는 절대 축구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퇴근 후 언덕 인터벌 훈련을 하려고 했으나 비가 내려 트레드밀에서 인터벌 방식으로 7키로 미터를 달렸다. 트레드밀에서 달릴 시 14부터 1분씩 17까지 달리는 것하고, 17부터 시작하여 1분씩 속도를 내리면서 14까지 1분씩 달리는 것하고 어느 것이 더 힘들까? 궁금하시면 직접 해보실 바랍니다.^^
9월의 첫날이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앞으로 진행될 마라톤 대회를 위하여 열심히 훈련을 하고 성실하게 훈련일지를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9월에 참가할 대회는 3개이다.
9월 7일 국제 관광마라톤 대회.....풀 코스
9월 21일 연천 하프마라톤 대회.... 하프코스
9월 28일 백제 큰길 마라톤 대회....풀 코스.
위 3개의 대회와 연이은 10월의 대회를 위하여 빡시게 훈련을 해야 되겠다. 일단 언덕훈련과 10키로 미터 지속 주 훈련을 매주 1회 이상하여 스피드를 증가시키고, 장거리 훈련을 통하여 지구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대회준비를 마무리해야겠다.
대회에서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이요법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더 중요한 것은 컨디션 조절이다. 금년 봄에 내가 이렇다 할 기록을 내지 못한 건 훈련부족의 영향도 컸지만 그 보다는 컨디션 조절의 실패가 결정적 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이론에 능통해도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기록을 내지 못하면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것이며, 특히 마라톤에서는 기록을 내지 못하면 그걸로서 끝나는 것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변수가 많다. 많은 변수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하고
좋은 기록을 쉽게 얻을 수 없게 한다. 많은 훈련, 철저한 식이요법, 최상의 컨디션조절, 그리고 대회에 임해서는 몸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강약을 조절하여 레이스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이 좋은 러너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당장 이번 주 일정은, 화요일 언덕 인터벌 훈련 5회, 수요일 조깅, 목요일 10키로 미터 전력달리기, 금요일 조깅을 끝으로
일요일 있을 대회 준비를 마무리한다.
9월의 첫날,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상쾌하다.
이제 점차 기온도 내려가고 마라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올 가을이 그저 가을이 아닌 2003년의 멋진 가을이 되도록 최선의 달리기를 해 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