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시집>, 화남, 2009. 7. 10.
리본을 지키다
맹문재
나는 검정색 리본을
초등학교 때 받은 개근상장을 보관하듯
책상 서랍에 넣고 있다
국민장 리본을 보관하기는 처음이지만
약속한 대로 지키려고 한다
나는 2009년 5월 26일 오후 1시쯤
안양역에 설치된 빈소에서
리본을 받아
지금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할 때는 기꺼이 펼치기 위해
품고 있는 것이다
리본을 요새처럼 지키고 있는 한
나는 책들을 경전처럼 읽을 것이다
밥을 공양미로 먹을 것이고
노란 등불이 밝히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시작 노트>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모두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것이다.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난다. 정녕 인간의 역사는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억울한 사람들의 영혼을 연기처럼 날려버릴 수 없는 것이다.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1991년 『문학정신』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 등이 있다.
첫댓글 같은 마음이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