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간암환자를 놓치고 상심했을 때 많은 환우분들께서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참 민망하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론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저의 태도에 반성의 기회를 주신 것 같아 고맙다는 말씀 지면으로 드립니다.
댓글중에는 알파태아 단백수치로써 미리 예견할 수 없었을까? 라는 물음이 있었었는데 알파태아단백이란 이름 그대로 태아단백 즉 미성숙단백입니다. 암세포란 것이 완전분화된 성숙한 세포가 아니라 미성숙세포 집단이다 보니 이들이 만드는 단백 또한 미성숙한 단백입니다. 그것으로써 간암을 진단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간암의 덩어리가 어느 정도 커져야만 알파태아단백이 증가되는데 간암이 3cm 미만이거나 이보다 크더라도 잘 분화된 암이라면 알파태아 단백이 증가되지 않아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알파태아 단백 수치로써 암을 진단할려면 적어도 500이 넘어야만 합니다. 당연히 간초음파나 CT에서 종양이 발견되어야 하구요...그 이유는 간경변에서 종양의 소견이 관찰되지 않으면서 알파태아단백이 500이 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거던요....
알파태아 단백이 500이 안넘더라도 간암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해 간암이 생기지 않은 경우인데 이때는 알파태아단백이 100정도라도 간암을 의심해 보아야만 합니다.
이렇듯 알파태아 단백은 상황에 따라 그 중요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므로 조기에 간암을 진단하는데는 알파태아단백의 절대치보다는 몇 달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서 그 수치들이 점점 증가되어 가는 것이 더 간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소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 많은 환자분들이 저희 병원을 거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는 더 많은 간암환자들을 치료했었지만 개업이라고 해서 제 병원을 하게 되면서 제 병원에서 진료하던 간암 환자분들을 한분 두분 떠나 보낼 때에는 제 형제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마냥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간경변환자들을 보다보면 환자의 형편에 따라 그 이유가 경제적이던 시간적이던 아니면 지리적으로 힘들던 다소 진료가 소홀해 질 수 있습니다. 지난번 환자도 그런 이유가 있었지만 오늘 간암으로 진단된 환자분은 여자 58세분으로 남편분이 군 장성을 하셨던 분이라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고 집에서 전업주부시라 시간적 여유도 있으셨고 병원과 집이 멀지 않아 지리적으로도 문제가 안되었는데 어쨋던 간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늘 2달마다 오시는 분으로 당뇨가 있어 ...이런 경우를 간성 당뇨라 합니다. 간경화로 인해 생기는 당뇨로써 치료도 일반적인 당뇨보다는 다소 혈당을 높게 150 정도를 기준치로 합니다. 그 이유는 저혈당이 간에는 휠씬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당뇨 치료를 잘 못한다고 저한테 늘 야단(?) 맞으시는 분이신데 지난번 혈액검사상 알파태아단백이 4.6 ng/ml로 정상수치이고 HBV DNA도 20 IU/ml 이하이고 간기능 정상이라 간암을 의심해 볼 만한 검사소견은 없었지만 이 환자분의 초음파는 처음 내원하셨던 2007년에도 경화성 결절이 관찰될 만큼 거칠었기 때문에 3-4개월마다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오던 대로 오늘 검사했더니 S8에 2.0cm 저음영이 나타났습니다. 매우 민감하신 환자분이시라 초음파를 끝낼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초음파를 마친 후에 오늘은 꼭 검사결과를 보시고 가셔야 하니까 대기실에서 기다리세요 하고선 간호사에게 환자몰래 1시간 후 바로 CT을 찍을 수 있게 예약하라고 하고 보호자를 내원하시게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환자분( 12월 29일 수술 날짜가 잡혔습니다)과는 달리 간암 크기가 작은 조기 간암이라 예후가 매우 좋으니까 다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환자분만 이 상황을 잘 이해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 환자분을 따로 부를 기회를 보다가 다른 환자분들이 뜸할 때 환자분을 다시 불렀습니다.
역시 여자분들은 달라도 다릅디다. 평소 간초음파를 할 때는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이래서 나쁘다고 했는데 오늘은 원장님이 초음파할 때 아뭇소리도 안하고 진찰 마쳤는데도 약도 안주고 검사결과 보고 가라고 해서 뭔가 안좋구나 낌새를 차렸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2007년도 때 보였던 경화성 결절중에 한군데에서 암으로 진행된 것 같으니 바로 CT를 찍어 보면 알겠지만 간암일거라고... 그러나 아주 작아 수술할 때 보이겠나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더니 아주 이 여자분 담담해요..... 생겼으면 없애야지요... 하는데 평소에 보던 그 환자분이 아니예요... 참 담담하게 받아들여줘서 의외로 제가 고마웠습니다.
CT를 찍는 병원에서 기사분을 보내줘서 잘 모시고 가셨다가 보내주세요 부탁말씀 드리고 가신 후 한참 지나서 사진을 가지고 오셨는데 역시 S8에 정확히 2.0cm 간암소견을 보였습니다.
마침 남편분께서 영문도 모르고 병원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해드리고 다음주 월요일에 역시 삼성의료원에 예약을 해 드렸습니다.
이 환자분은 2007년에 Child A 정도의 간경변 환자였습니다. 간염이 있어 바라클루드 복용을 하면서 지금까지 HBV DNA는 늘 기준치 이하였고 간기능도 정상이였지만 프로트롬빈 시간이 1~2초 지연되어 있고 혈소판이 10만 이하를 보여 close observation 해야 하는 환자였습니다.
간경변의 자연경과를 보면 간경변이 점차 조금씩 나빠져 가는 경우와 아무리 간경변증을 잘 치료해도 간암으로 진행되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의 핵안으로 들어가 유전자 레벨에서 분화를 하다보면 간경변증은 좋아지는데 엉뚱하게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간경변 소견이 없이 바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에서 자주 보이는데 젊은 청년들에서 간암이 생긴 경우는 거의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이 여자 환자분의 경우는 후자와는 다르지만 간경변을 치료하면서 조금씩 경화성 결절이 암으로 진행된 경우입니다. 평소 간경변을 잘 관리 해오셨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겠지만 경화성 결절이 있는 환자분들은 암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많으므로 주기적으로 간초음파와 CT검사로써 추적검사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이 환자를 통해서 또 깨닫게되었습니다.
대치동 우리들 내과 안 수열 배상
첫댓글 네..저도 간경변증상보이는곳에 의혹이 가는곳이 있어 ct빠지지않고 6개월마다 찍고 검사잘받고있읍니다.
당뇨도 좀있고...간암이 올것이라는 준비는 하고 있읍니다. 늘 글 잘보고있읍니다.
글에서 선생님의 따스함과 참 모습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의 처는 2010. 7.경 간경변에서 이식 받았으며 현재 관리중입니다 선생님 따스한글 감동입니다
음..제 어머니께서도 처기 간경변으로 다수의 결절들이 보인다고 했었는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군요...
항상 좋은 정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경화 6년차 접어드는데 잘 관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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