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내 짬을 내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뜯어온 쑥으로 오늘은 쑥떡을 만들었다... 아주 어린 새싹쑥들만 골라서 만든 떡이라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 사실 얼마전(보름전)에도 쑥떡을 한번 시도해 보았지만 물의 양을 잘못 조절해서 쑥떡이 아니라 쑥죽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번엔 제대로 된 떡을 한번 만들어 볼려고 친정 엄니한테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신경을 엄청 썼다... 지금 쑥떡을 앞에 두고 한입 두입 먹고 있자니 갑자기 고향생각 엄니생각에 목이 메인다.. 나의 유년시절 때에도 이맘 때쯤이면 고향의 논두렁 밭두렁엔 싱싱한 쑥으로 가득하였다. 친정엄니는 그 바쁜 농촌일에도 잠시잠시 짬을 내어 쑥을 캐러 다니셨다...나도 물론이고... 매일 끼니 때마다 쑥국이 밥상에 올라오고 또 쑥떡도 심심풀이 간식으로 얼마나 자주 해 주셨는지... 나는 그 당시 그 씁쓸레한 쑥이 제일 싫었다. 아마도 너무 자주 먹어서 질렸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그때 당시에는 쌀이 귀한 때라 쑥떡에 쌀가루는 조금만 넣고 쑥만 잔뜩 넣어서 먹으면 얼마나 질기던지... 그래서 일명 쑥개떡이라 불리었나보다... 먹을 때도 잘 씹어 먹어야지 잘못 먹으면 입속에 쑥만 가득 남아 내내 입속에 머물었지. 내내 입속에 머문 쑥을 엄니 몰래 뱉어 버리다가 혼줄난 일... 이 쑥떡은 개들이 좋아해서 쑥개떡이라 불리었나 싶어서 하루는 먹기가 너무 싫어서 강아지에게 던져 주었는데 강아지가 이빨에 끼어서 깽깽 울어 대길래 그 쑥떡을 빼 줄려고 강아지 입속에 손을 넣었다가 강아지에게 손이 물려 엄청 피가 났던 기억들...
그 후 난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하면서도 쑥떡이라하면 쳐다도 안봤다. 어린시절 쑥냄새에 너무 신물이 난 탓이겠지.. 푸른 빛 도는 색깔의 떡이라하면 아예 고개를 반 바퀴나 돌려 버렸다... 그런데 지금와서 새삼 그때의 쑥떡이 그립고 먹고 싶은 것은 왜일까? 많은 세월이 지나 어느덧 나도 그 때의 내 친정엄니 나이가 되니 그 시절이 그리운 게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게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그 쑥떡이 그 모진 가난을 이기게 해 준 디딤돌이었던 것을... 가난을 이기게 해준 그 디딤돌이 이제는 내 마음속에도 깊이들어와 살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쑥의 효능'이란 책을 흘겨 보았다. 한방에서도 쑥은 중요한 약재로 쓰이며 특히 부인병에도 탁월하고 백병(百病)을 구할 수 있는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고...등등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큰 병 한번 없이 건강한 것은 어릴 적 먹었던 친정엄니의 쑥국과 쑥떡 덕분이 아닌가 싶다... 오늘 저녁엔 이 쑥떡을 한상 가득 차려 울 가족과 오손도손 얘기하면서 먹어야 겠다... 울집 두 녀석에게 그 옛날 나의 어릴 적 쑥떡 먹던 추억도 들려 주면서... 그리고 외할머니의 삶을 이겨내는 지혜도 깊게깊게 들려 주리라... 그리고 이번주 주말에는 울집 두 녀석과 나란히 손잡고 뒷산에 쑥을 뜯으러 가야겠다... 그 날은 날씨도 화창하고 맑았으면 참 좋겠다... -2006/05/11/ -푸른나뭇잎의 쑥떡 해먹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