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간질환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인 C형 간염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1989년 발견되었습니다. 비록 병원체가 발견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이 바이러스가 존재함은 훨씬 오래전 부터 알려져 왔는데, 즉 B형 간염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수혈 시 B형 간염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은 사용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혈 후 간염이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A형이나 B형이 아닌 제3의 간염바이러스가 존재하리라는 것을 학자들이 지적하였고, 이를 잠정적으로 non-A non-B형 간염바이러스로 명명하였고, 이후 10년 이상 세계적으로 이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공하지 못하다가, 미국의 한 생명과학 회사의 과학자들이 생명공학 기법을 사용하여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를 C형 간염바이러스라고 명명하였습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주로 비경구적인 경로로 전파되는데, B형 간염바이러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주사침이나 바늘이 문제가 되며, 수혈, 오염된 혈액제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성관계나 어머니에서 자식으로 전파되는 수직감염은 가능한 전파경로이기는 하나 B형 간염바이러스나 에이즈 바이러스에서처럼 잘 전염되는 경로는 아닙니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을 때 환자의 배우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전염 위험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들 중에는 전염 경로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전염 경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전세계 인구의 1-3%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인구의 1% 정도가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의 만성화율은 대단히 높아서 70~80% 에 달하고, 일단 만성으로 되면 자연 치유가 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만성C형간염의 특징은 증상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6% 정도 밖에 안되며,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감입니다. 많은 C형간염 환자가 본인은 감염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피로감이 있어 병원을 찾거나 정기적인 신체검사에서 간기능검사의 이상이 발견되어 정밀 검사를 해보고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간기능 수치가 약간만 올라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심지어 지속적으로 간기능 수치가 정상인 사람도 적지 않아 주의를 요합니다.
만성C형간염의 예후는 이 병의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만성C형간염은 시간이 가면 반드시 말기 간질환으로 진행한다고 하고, 혹자는 일부에서만 말기 간질환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최근 학자들이 만성C형간염 환자들을 분석하여 질병의 진행 속도를 계산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 중에는 간경변증으로 빨리 진행하는 사람, 느리게 진행하는 사람, 중간 정도인 사람들이 있으며, 만성C형간염 환자 중 20년 이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30% 정도이고, 30% 정도는 평생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까지 평균 3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조직검사상 간염의 정도가 심하면 간경변증으로의 위험은 더 커집니다. 따라서 만성C형간염은 일부 환자들에서는 서서히 진행하여 간부전, 간암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중한 병이지만, 다른 부류의 환자들에서는 간경변증이 발생한 상태에서도 매우 서서히 진행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질병으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C형 간염환자중 별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안정된 상태의 경우는 평상시의 일상 활동을 하시면 됩니다. 과격한 운동은 바람직스럽지 않지만 적당한 운동은 괜찮으며, 운동이나 활동은 다음날까지 피로가 누적되지 않을 정도여야 합니다. 만성간염도 때에 따라 급성 악화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심하면 급성간염의 수준까지 간염수치가 오르고, 황달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때는 급성간염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안일이나 사업으로 인하여 제대로 안정을 취하지 못할 경우에는 입원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입원하더라도 절대 안정보다는 병동을 거니는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좋고, 회복되면서 서서히 활동을 늘여나가야 합니다.
식이는 만성간염이라고 해서 일반인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습니다. 특정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으며,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몸을 보충하기 위해서 골고루 넉넉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소화가 잘 되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면 되겠고, 지나친 고단백 고열량식은 체중만 느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억지로 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성간염의 급성 악화기에는 토하거나 속이 메스꺼워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라도 사탕, 청량음료, 과즙 등을 먹을 수 있으면 먹고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수액 등을 전해질과 함께 공급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영양제 주사나 알부민 같은 주사제가 특별한 보약이거나 영양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입으로 먹을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 없고, 경구 섭취를 잘 못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만성간염에서 전통적으로 술은 금기시 되어 왔으며,특히 만성C형간염 환자는 술을 많이 마실 경우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장약은 대개 동물 또는 임상 시험에서 급성 간손상에 대한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들이며, 이들은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기보다는 간세포의 손상을 경감시킨다는 의미에서 치료의 보조제이며, 생활 관리나 정기적인 검진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즉, 간장약을 먹는다고 병에 대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며, 비타민이 특별히 간염에 유익하다는 증거는 없는데, 영양 상태가 좋은 분은 비타민을 따로 더 드실 필요는 없으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신 분은 비타민 B를 포함하는 수용성 비타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성분 미상의 생약이나 한약, 민간약제, 자연식품 등은 정상인에서도 이따금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약들을 단기간 썼을 때 누구에게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심한 형태의 간염도 생길 수 있으므로 적어도 이미 간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이런 것들을 피하셔야 합니다. 이들 약제는 간질환에 대해 유용하다는 실험적 근거가 별로 없으며, 이들이 천연물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처방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성간질환에 대해서는 유익한 것 백 가지를 하는 것보다 해로운 것 한 가지를 피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양약 중에서도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들이 적지 않은데, 감기같은 병으로 단기간 복용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으나 장기간 복용하는 약물이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고 정기적인 간기능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 C형간염은 증상이 없고 임상 경과가 완만하지만, 환자의 일부에서는 합병증을 동반하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일 C형 간염바이러스를 박멸하거나 지속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면 간염을 치료하고 간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C형 간염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치료법은 나와 있지 않으며 가까운 장래에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서 다음 세대에 C형간염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인터페론]이 있으나 치료 후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에 성공하는 경우는 10~20% 에 불과합니다. 즉 인터페론 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 또한 인터페론 치료 시 [리바비린]이라는 약제를 병용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