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등장하는 영화에도, 숨 막히는 추리소설 속에도 물리학이 숨어 있다. 학자들에게도 어렵다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라플라스 이론’을 책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로, 영화에서는 CG로 즐기면 된다.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재미까지 있으니 일거양득. 물리학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담당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라플라스의 마녀>는 “날짜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지은이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책은 오랫동안 사람이 꿈꿔온 ‘미래 예측’이라는 상상에 과학적 근거들로 현실감을 더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소설. 토네이도를 만나 엄마를 잃은 어린 소녀, 온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놀라운 반전에 이르기까지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곳곳에 장치된 복선들은 다양한 과학적 소재와 만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설가. 첨단 과학이나 의학과 같은 주제를 논리적으로 짜 넣은 작품 속에 과학과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른 개인 정체성의 문제, 범죄 심리, 일그러진 가족 관계나 사랑의 비극과 복수의 고통이라는 주제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소설에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과 라플라스 이론 등 수학과 물리학의 난제들과 신비로운 뇌 과학의 세계, 공상 과학적 상상력 그리고 황화수소를 이용한 교묘한 범죄에 얽힌 주인공들의 가족사와 그들의 사랑과 복수를 응축해 담았다.
엄마와 함께 외할아버지 집에 갔던 마도카는 갑자기 덮친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는다. 뇌 의학계의 권위자인 마도카의 아버지는 한 소년의 수술 일정 때문에 화를 면한다. 그로부터 8년 뒤, 전직 경찰 다케오는 경호 업무 일로 찾아간 수리학 연구소에서 마도카를 지켜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녀에게 왜 경호가 필요한지 의아하게 여기던 다케오는 차츰 그녀 주위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들을 접하면서 마도카에게 어떤 ‘능력’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 무렵, D 현의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육십 대의 영화 프로듀서가 사망한다. 얼마 뒤 또 다른 온천지에서도 유사한 양상의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가 나고 마도카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누군가를 찾는데 ….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_라플라스의 마녀 중
이 책에는 뇌 과학과 물리, 수학, SF 공상 과학까지 담겨 있지만, 차갑거나 날카롭지 않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넌 참 소중한 존재야’라며 다독이는 지은이의 마음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인지오만함과 실력 모두 최고인 신경외과의사 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운전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대가로 두 손의 신경이 끊어지는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스트레인지는 사랑하는 여인마저 그의 곁을 떠나게 만든다. 현대 의학으로는 자신의 손을 고칠 수 없음을 알게 된 스트레인지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했다는 사람을 찾아 네팔로 향한다.
그곳에서 지구를 수호하고 있는 마법사 에인션트 원을 만나 깨달음과 흑마술을 배운다. 그러던 중 한때 에인션트 원의 제자였던 케실리우스가 금기의 주술을 훔쳐가고 세상은 종말의 위기에 봉착한다.
시공간 초월 능력은 기본이고 소환술, 인물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 등을 갖춘 스트레인지는 마블 역사상 가장 강한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을 영화 속에서 구현시키는 것은 강력한 CG. 초현실 영화에 자연스러움과 현실감을 더하는 CG의 핵심 기술은 움직이는 물체, 즉 물이나 연기 같은 유체들을 얼마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느냐다.
이 핵심 기술은 유체의 움직임을 예상해서 실현하는 ‘유체 시뮬레이션’이 기반이다. 유체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 공식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사용된다. 수증기와 공기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어 일기예보에도 사용되고 있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예측하기 어려운 유체의 움직임에 대해 가장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유체의 부피와 밀도, 압력의 관계를 편미분과 같은 수학식으로 나타내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고 싶은 유체의 부피와 밀도, 압력 등을 각 항목에 수치로 넣으면 유체가 움직이는 방향이나 속도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나온 값들로 유체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을 만든다.
여기에 특수 효과와 같은 방식들이 더해지면서 CG가 완성된다. 관객들은 CG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의 손끝에서 구현되는 현실감 있는 시각적 효과에 빠져든다.
<인셉션>의 공간 왜곡, <인터스텔라>의 5차원 세계와 웜홀 등이 연상되는 장면과 마블 영화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마블 코믹스 회장 ‘스탠 리’를 찾는 것도 이 영화 속 작은 재미다.
불행 속에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 악당과 영웅의 대립 구조. 결국, 세상을 구하는 영웅, 그 영웅이 다시 나타날 것을 암시하는 등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지적인 이미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망토 입은 영웅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