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J3 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Jiri-깽이(신은경)
악동이님, 그대의 멋진 도전에
잠시지만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
모란이
왜 화왕(花王)이라 불리는 줄 알아?
꽃 중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너도 언젠가
꽃이 진 모란을 보게된다면
알게 될꺼야.
화려한걸 모두 벗어버리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숨어있던 왕관의 모습이
씨앗을 품고 드러난단다 사실을.
그러니 꽃의 순간을 잘 견디렴.
훌훌 벗어버리며 걷는 너에게서
어떤 왕관이 나타나게 될지
조용히 응원하며 지켜봐줄께.
왕관은 말이야.
꽃의 순간을 지나고 나면
스스로 드러나는거야.
_꽃은 도전이야. jiri-깽이 恩敬,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_
고흥 코리아둘레길 64번부터 77번까지.
주말 9월28일(토) 점심~29일(일) 점심,
코리아둘레길을 원샷으로 걷고 있는
악동이님과 만나 주말 즐겁고 신나게 걷다 왔습니다.
구간은 67코스 남열마을에서 70코스 녹동구항 인근까지 하루동안 약 67km.
67코스 : 16.4km / 약 5시간 / 난이도 中
남열마을 입구->양화->사도-해창만캠핑장 앞
68코스 : 20.8km / 약7시간 / 난이도 中
해창만오토캠핑장->해창만2방조제-남성-중산-도화시외버스터미널
69코스 : 15.7km / 약 5시간 / 난이도 中
도화시외버스터미널->신호제->천등산 철쭉공원
70코스 : 13.2km / 약4시간 30분 / 난이도 下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녹동신항연안여객터미널->녹동바다정원->(녹동구항)->녹동버스공용정류장
새벽 6시 넘어 연무대에서 택시 타고 논산역으로~
논산역에서 익산역으로,
익산역에서 환승 ktx로 광주송정역까지.
다시 지하철로 소태역 이동 후,
버스 타고 고흥터미널 도착.
아~ 논산에서 고흥이 멀긴 멉니다.
고흥터미널 인근에서 먹거리 한봉지 두 손 무겁게 사들고
택시로 67코스 들머리 남열마을 입구에 오니,
점심 12시가 벌써 넘어 버렸어요.
최대한 빨리 온다고 서둘러 온건데...
비닐봉지 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요^^
악동이님이 걸으며 먹는다는 주식들
건빵, 다이제, 사탕(박하/계피), 레쓰비 캔커피, 솔의눈
(근데 시골 편의점엔 없는게 너무 많아요...ㅠㅠ)
되는대로 이것저것~ 그 외 물이며...
식사로는 롯데리아 털어왔어요.
버거에 또 버거, 치킨세트에 너겟...튀김감자도 없으면 서운하고.
아무리 봐도 대략 둘이서 먹기는 많아 보이는 양인데...
어쩐다~
너무 많이 사버렸나?!
먹다가 남아 배낭에 넣고 걸어가려면 어깨 꽤나 아플 듯.
그렇다고 놓고 갈 수도 없고.
혼자 그런 고민 중.
악동이님 걸어올 골목길~ 바라보며
언제나 오려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튀긴감자 야금야금 빼서 표시나지 않게 먹어가며^^
"어서와~ 배고프지?"
근데 악동이님 방실방실 웃는게 고생 아직 덜한듯.
"뛰어왔어?!"
ㅎㅎㅎ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지?!
이제부터 오늘 내일 이틀간
너의 먹거리는 내가 싹다~ 책임져줄께.
맛난 밥도 사주고,
없으면 앵벌이 얻어서라도
악동아~ 누나 믿지?~~ 흐흐.
반가워!
악동이님과는 서로 알고는 지냈어도
실제로 같이 걸음 맞춰보는 건 처음이랍니다.
널 위해
잠시라도 편히 쉬라고
이렇게 빠닥빠닥 돗자리도 깔아놓았지.
저 조그만 체구에 먹으면
뭐 얼마나 잘 먹을까 싶었는데,
먹방tv 보는 듯 입이 떡~ 벌어집니다.
흡입 시작~
우와~ 사람이 저렇게 먹는게 가능하구나.
먹을 거 있을 땐 뱃속에 모두 넣고 간다는 악동이님.
그 말이 처음엔 농담인줄 알았어요.
잘 먹어서 이쁘긴한데
탈나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근데 원래 잘 먹는가봐요. 탈도 잘 안난다고 하네요.
다행이죠.
연신 방긋방긋 행복하게 먹으며
빼놓지 않고 하는 말
"장거리는 잘 먹어야죠!"
ㅎㅎㅎ
악동이님은 걷기 진행하며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등 자료도 올려가며 진행중으로~
배낭 무게도 하루 몇 차례씩 인증하더라구요.
구독, 좋아요~ 눌러주실꺼죠^^
사실 처음 만나서 악동이님 노랭이 배낭 봤을 때는
'에게게~ 작네.'
속으로 그랬는데...
무게 잰다고 직접 들어보니 제법 묵직합니다.
10.22kg
ㅎㅎ 저는 제 배낭이 훨씬 더 무거울 줄 알았는데...
제껀 8kg이 쪼매 넘더라구요. 깨갱~
크기로는 제껏이 훠~~얼씬 컸는데.
제껀 재지말껄 그랬어요.
ㅠㅠ
저 배낭 속에 도대체 뭐가 그렇게나 들어있어서
그리 무거운건지...
시간 되면 저 배낭 속에 든 것들
끄집어내서 펼쳐놔 봐야지 싶어요.
묵직한 보물덩이라도 숨겨뒀나?!
이제 뱃 속도 채웠으니,
꾸물거리지 말고 부지런히 길 떠나 봐야죠.
악동이와 함께하는 코리아둘레길
출발~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산 56
남파랑길 67코스 걷기 시작 지점.
2024년 9월 28일(토)
악동이님이 걷기 시작한지 54일차입니다.
드러난 살이 초콜릿빛으로 거무스레~
제법 걷는 사람티좀 나며
다리 근육도 탐스럽게 아주 이쁩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집에서 뭘 가져가면 좋을까 싶어 가져왔던
사과와 레몬...
근데 과일은 별로 안친한듯
악동이님은 고기파~ ㅎㅎㅎ
^^ 레몬은 악동이님 처음 먹어본대요.
오오~ 첫 경험이네.
통레몬 하나 꿀꺽~ 걸을 때 정신 바짝 들고 좋아요.
해안길 걷기 하며 종종 먹어봤죠.
90%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비타민 섭취용 레몬
껍질까는게 까다로운거 빼고는
작은 것이 아주 실속있고 좋습니다.
걸으며 물 뿐만 아니라
음료수도 많이 먹게 된다는데.
자주 즐긴다는 솔의눈, 환타, 레쓰비 캔커피...
음료수좀 줄이고 물을 많이 먹어줘야할텐데.
몇 달간 매일 음료수 먹으면
몸에는 괜찮으려나. 걱정이 됩니다.
잘 먹는거 치고 배 볼록~은 아니더라구요.
악동이님은 원래 위장 자체가 엄청 큰가?!
걷다가 조금 큰 마을 인근을 지나면
운좋게 화장실도 만나 씻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54일을 걷고 있는데 발이 얼마나 피로하겠어요.
그래도 얼굴은 늘 활짝이라~
누가보면 슬렁슬렁 놀러나온 사람인줄 알겠다니까요.
같이 걷는 저까지도
덕분에 기분이 아주아주 좋았습니다.
그렇게 서해안을 지나 강화도까지
미소로 중무장하고 가렴.
악동이님은 늘 장거리 걷고 나면
클럽 소아암돕기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어요.
하는 사람들은 누가 하고있는지 티나지 않아도 다 알죠^^
이번 걸음 걷고 난 후에도
소아암돕기를 하게될텐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몰라도
악동이님한테는 소아암돕기 삼각깃발 꼭 주고 싶었습니다.
저 삼각 깃발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답니다.
어떤 마법이냐구요?
그건 비밀~ ㅎㅎㅎ
꼽고 걸어보면 알아요.
제가 이런저런 걷기하며 직접 제작해서 만들었던
j3클럽 소아암돕기 삼각깃발.
악동이님 생각했던 것보다
이 작은 선물을 더 많이 좋아해줘서
고맙더라구요.
소아암돕기는 100km당 1만원씩 기부 가능하니까...
코리아 둘레길이 4,544km.
DMZ(강화~고성 524km)-해파랑길(고성~부산 750km)-남파랑길(부산~해남1,470km)-서해랑길(해남~강화 1,800km)
금액이 도대체 얼마야??
악동이님 기둥뿌리 뽑히겠다.
^^
이건 특권이야.
고생하며 힘들게 100km 이상 걸은 땀흘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
힘든 순간에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긴답니다.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도 이 악 물고 더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목표를 향해 가는 아름다운 마음~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며 걸을 수 있는 거예요.
악동아 우리, 바른 마음으로 착하게 살자.
늘 서로 서로 응원하며.
너가 걷는거지만
너를 지켜봐주며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너와 함께 걷고 있다는 거
힘들 때나 자신과의 타협하게 되는 순간순간마다
잊지말고 되새기며 걸어가렴.
QR코드가 있는 남파랑길 안내판
코리아둘레길을 걷고 있는 악동이님은
인증도 해가며 진행 중.
제가 해안길 걸을 때는
눈여겨 보지도 않았던 안내판이었는데...
저는 해안길 '도로파'가 아니라 '갯벌파'였었네요~
ㅎㅎㅎ
식당이 언제쯤 나올까 하며 걷고 걸었어요.
"중국집이닷~"
빨간색의 영업중이란 말이 어쩜 이리도 반가운지...
들어가니 저녁시간인데도
손님은 우리둘 뿐입니다.
먹고싶은거 요리나 아무거나 모두 시키라고 했더니
시킨게 고작 짜장면.
사실 오면서 음료수며 과일 등
배낭 속에 든것들 이것저것 먹으면서 와서
배가 고픈건 아니었지만
언제 또 식당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귀신에 홀린듯 반자동
고민없이 들어왔습니다.
사장님 엄청 친절하시구요.
짜장면에 해물 양념이 제법 많이 들어있는 친절 맛집.
잠시지만 충전도 하고
이 친구가 우리나라 한바퀴를 원샷으로
54일째 걷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사장님께서 자고 가도 된다고도 해주셨구요.
앞에 샤워장에서 씻고 가라고 배려도 해주셔서
악동이님 식사 후 시~원하게 씻고 갑니다.
청운반점 사장님...
가져가라며 일회용 물티슈(두 주먹 가득 차고 넘치게 꺼내주시던 그 마음)며
세세하게 챙겨주신 큰 배려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이곳 지날 일 있으면 찾아뵐께요.
이곳 식당은
힘들게 걷고 있는 악동이님을 위해
잠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오늘 저녁만 운영한 곳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곳.
손님도 내내 우리 둘 뿐.
우리가 멀어져가고 나면
청운반점은 구름처럼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았어요.
그리고 진짜로 우리만 받고
이른 시간인데도 문을 닫더라구요.
오늘 저녁 이 식당은 우리들의 천사정거장.
그대가 아름다운 건, 그대가 바로 '꽃'이라서 입니다.
우리에게 '꽃'은 다른 말로 '도전'
도전은 꽃처럼 아름답죠.
인생의 꽃은 한번만 필 수도 있고
아예 안피고 질 수도 있어요.
내가 얼마나 도전하며 사느냐에 따라
우리가 꽃 피우는 숫자는 달라진답니다.
그대의 꽃은 매년 철마다~ 피고 있는지?
매달, 매일 피고 있는지요?
팔영산(608m)은 고흥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팔영산의 여덟봉우리로는
1봉 유영봉(491m), 2봉 성주봉(538m),
3봉 생황봉(564m), 4봉 사자봉(578m), 5봉 오로봉(579m),
6봉 두류봉(596m), 7봉 칠성봉(598m), 8봉 적취봉(608m)
저녁 먹고 걷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다가와 있었구요.
날이 시원해지니 마을분들 모습도 뵐 수 있었습니다.
지나며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니...
어디서 오는 길이냐셔서
"이녀석이요. 54일째 강화도에서부터 걷고 있는 중이예요."
귀한 손님 맞듯 들어와 커피라도 마시고 가라셔서
저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쪼르르~ 들어가 자리잡고 앉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더 이야기 나누며 쉬다 가고 싶었는데...
갈길이 먼지라 잠시..
좋은 시간 갖고 갑니다.
냉장고에서 꺼내다 챙겨주신 시원한 얼음물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악동이님과 함께 걸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사진도 담아줄 수 있으니
마음이 흐뭇~ 행복한 시간들.
저는 사람 하나를 찍는게 아니라 꽃을 찍고 있습니다.
도전하는 아름다움을 찍고 있습니다.
고맙구나. 참 밝고 이쁜 녀석인 악동이님.
둘러보니...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이곳 고흥 땅위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빛나고 있습니다.
내 마음도 더불어 반짝반짝.
상오마을 어르신들의 환대를 받고 나와
500m나 걸어왔을까...
해안가 작은 평상에 가족 세 분이 다과를 즐기고 계시다가
지나가는 저희를 보더니
떡과 샤인머스켓좀 먹고 가라고 또 발길 붙잡습니다.
전해주는 그 따뜻함
손에 받아들고 갑니다.
그래, 걷는다는건 이런거죠.
사람을 만나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해안길은 이런 재미가 있는 길이었지.
^^
해안길을 걸어봤던 저는요.
누군가 호의를 베풀어 주시면
넙죽 다가가서...
감사한 마음으로 주시는대로 모두 받습니다.
그 큰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복을 나누시는데 그 복을 안받으면 실례인거잖아요.
그러면 안되는거잖아요.
그리고 살면서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그 받은 복, 같은 분에게는 아니겠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줘야지
마음에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그렇게들 서로 나누며 배려하며 사는
아름다운 세상.
어둠 속에서 걷는 제 마음이 발효가 되고 있어요.
더욱 깊게 더욱 맛있게 숙성중.
상오마을을 지나며...
가로등이 밝아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 손에 렌턴이 없어요.
어디였을까요.
맛난 커피 얻어 먹고 나오며 놓고 왔나 봅니다.
악동이님 쉬고 있으라고 하고
달려갔다 옵니다.
그렇게 뛰어갔다오며
떡나눔해주셨던 가족분들도 다시 뵙고,
어르신 세 분도 다시 뵙고 왔어요.
그냥 가면 서운하니까
렌턴을 일부러 두고온 것 마냥...
두번째 헤어짐 인사 드리며 행복의 시간을 달립니다.
오도섬의 상오마을에서 취도섬으로 이어지는 오취길.
근데 여긴 코리아둘레길이 아니예요.
마법에 걸린 듯 알바~~ ㅎㅎㅎ
이렇게 예쁜 길은 걷지 않으면 나만 손해
그래서 중간까지 걷다가 나옵니다.
밤에는 잠시만 한눈 팔아도 알바할 수 있으니
지도 켜놓고 계속 보며 걸어야 합니다.
이정표나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아요.
오늘은 하늘도 기분이 좋은가봐요.
별이 어찌나 많이 떴는지...
최근 본 하늘 중 가장 많은 별이예요.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았지만...
이모습만으로도 그날의 하늘이 그려집니다.
대부분 집에서 보는 별은 밝게 빛나고만 있었는데...
고흥땅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짝반짝 별빛"
밝았다 어두웠다...별빛이 저런거였구나.
오늘 밤은 저 수많은 별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어요.
고마워 별님들.
도화버스정류장 도착.
사람은 없는데 환하게 밝혀진 깨끗한 화장실.
일단 이 근처에서 잠시 쉬었다 진행해 가기로 합니다.
걷다보니 29일 일요일이 되었구요. 밤 12시가 넘었어요.
버스정류장 휀스울타리 안에 남파랑길 인증판
사람들 인증을 어떻게 하라고
저렇게 해놨을까요?
악동이님 화장실 가서 씻고 나오는 동안
인근 검색에 들어갑니다.
잘만한 정자가 어디 숨어 있을까나~
도와베이스볼파크 빙 둘러 반쯤 돌아서 가면
짜잔~ 비쥬얼 굿.
도로와도 조금 떨어져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요.
정자 위에 물담긴 패트병도 여러개 있었구요.
악동이님을 위해 돗자리도 하나 저렇게 있더라구요.
12시가 훨씬 넘었는데 피곤하지도 않은지 휴대폰 보고 있길래
"언능 자라~"
날이 쌀쌀하니
우비상의며 우비바지도 꺼내입고...
저는 추워서 은박돗자리 하나 둘둘 말고
담요 커다란거 가져온 것도 그 속에서 말고
번데기처럼 한쪽에서 코~ 잡니다.
모기 한마리가 윙윙~
위로 아래로 찬바람은 슝슝~
그래도 좋아요. 걸으며 비박하는 이 즐거움.
'아~ 근데 진짜 춥네.'
잠시 자고 새벽 3시 넘어 일어나 채비 중인 악동이님.
발 정비만해도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발가락 접히는 부분도 살이 약해져서 빨갛게 올라왔고
깔끔하게 그때그때 쓸 분량을 따로 준비해뒀다가 쓰더라구요.
코리아 둘레길 4,544km 걷는동안
스포츠테이프며 대일밴드 등 얼마나 쓰게될지...
협찬 어디서 안들어오려나?!
채비 마치고 이제 69코스 천등산 구간으로~
산길을 가야해서 이렇게 한템포 쉬었다 진행합니다.
ㅎㅎㅎ 저 야광봉 큰건 어디서 가져온건지...
안전이 중요하긴하지만
장거리하는 너에게 커도 너무 크다~ ㅠㅠ
어둠속에서 어딘가에 붙어 있는 남파랑길 스티커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ㅎㅎ
배낭에서 뭘 찾는다고 열었길래 봤더니
저건 뭐야? 비닐 롤 팩이며...
'1000원짜리' 저건 뭘까 꺼내보니 지퍼백 묶음.
저 배낭 속에는 또 어떤 것들이 들어있어
배낭 무게를 늘리고 있는지...
그래 모두 필요한 물건이겠지.
무게가 조금만 줄어도 더 편한 걸음이 될텐데...
악동이님도 그동안 오래 장거리 산행을 해왔고
마라톤도 해왔지만,
짐 꾸리며 싸는건 아직도 어렵다고 합니다.
저는 저만 그런줄 알았어요.
싹다 버리고 갈 순 없을까!
그믐달이 하늘바다에 떠서 무엇을 낚고 있는지...
어느새 밝아온 세상~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행복들을 낚으며 걷게될지 기대도 해봅니다.
오르막이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천등산 구간~
산길오르막 굽이굽이 돌고 또 돌고
이제 다 왔나 싶으면 또 돌아나오고...
천등산 높이가 554m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악동이님도 나도
우리 각자의 '달'
잘 바라보며, 마주하며 늘 포기하지 말며 가자.
악동이님의 달은 뭘까?
남은 인생에서 앞으로 어떤 달이 또 악동이님 앞에 펼쳐질까?
사진 찍는데 바람이 스~으윽~
"누나 모자 안써도 되요?"
뭐 어때요.
이 공기가, 이 바람이
나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하는데...
그동안 피부발진 가려움으로 어디 다니지를 못해서
온몸이 근질근질
걷고 싶어서 죽는줄 알았는데
아~ 이제 살겠네요.
숨통이 트인달까~
왜 우리는 V(브이)를 할까요?
어쩜 막힘없이 어딘가로 뻗어나가고 싶은 열망이 담긴
표현은 아닐까?
나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두 직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악동이님 화이팅!! 뿜뿜.
저곳은 거금도~
우리나라 섬 크기 10위 안에 들지는 못하지만
15위권 안에는 드는 대략 큰 섬입니다.
천등산 철쭉공원을 지나 이제는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길~
저 녀석은 벼락산.
천등산에 벼락산이라...
이곳 고흥 땅의 산들, 팔영산이며
이름도 생긴 모습 못지 않게 범상치 않습니다.
ㅎㅎㅎ 악동이 왔다고
온동네 강아지들 구경 나왔어요.
이녀석은 사람 손 덜 탄 녀석
가까이 오진 않고 쭈뼛쭈뼛~
아랫집 강아지도 구경 나왔어요.
이녀석은 겁도 없이 사람에게
직행~
아고~ 이뻐라~
안아도 주고 뽀뽀도 해주고...
토실토실
지 이쁨은 지가 받는거죠.
먼저 다가가야 사랑도 받죠.
양갱이도 꺼내서 잘라 주니 잘 먹네요.
귀여운녀석들...
유기농 명인이라...
고흥이 유자로 유명한거 다들 아시죠?!
그리고 한우로도 유명하구요.
더 유명한건, 유자 먹여 키운 한우~~
여기 한우 맛은 어떨지...
고흥 땅 벗어나기 전에 유자먹인 한우 맛 한번 볼 수 있을런지...
고흥 택시 기사님 말에 의하면
고흥은 미역도 유명하다고 했습니다.
물을 아껴 먹으며 가고 있어요.
이제 물병이 찰랑찰랑~
이걸로 부족할거 같은데... 어쩐다.
매곡마을에 들어서는데...
점방도 없는것 같고.
마침 아주머니 한분이 재활용품을 버리러 나오고 계시더라구요.
기회는 늘 잘 잡아야죠.
"안녕하세요~"
인사드리며,
혹시 물좀 받아갈 수 있는지 양해를 구합니다.
흔쾌히 집으로 따라 오라셨어요.
주방의 정수기에서 맘껏 물 마실 수 있도록 해주시고
커피에 사과까지 챙겨 주셨습니다.
쇼파에 앉아 쉬었다 가라는데
몸에서 냄새도 나고 땀도 나고
깨끗한 집 더렵혀질까봐서
마당으로 나와 잠시 댕댕이랑 냥이~랑 놀다 갑니다.
이녀석들 기품 있어 보였습니다.
족보 내력이 궁금해지는 두 녀석.
아주머니는 서울에 사는데 한번씩 이곳에 들르신대요.
덕분에 잘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구하라. 그러면 얻게 되는
세상의 지극히 당연한 이치들.
매곡마을 마을회관 앞 남파랑길 표지판에서 인증하는 악동이님.
천마로 둑방길을 걸어갑니다.
둑방길 안쪽으로는 간척되어진 땅.
고흥땅도 간척된 곳들이 꽤나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단한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이렇게 걸으며 몸이나 배낭에 태극기를 달고 가거나
무궁화를 만나게 되면
애국심이 뿜뿜 솟아나는 거 같아요.
"사랑한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악동이님, 앞으로의 행보에
열정 가득한 도전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크리미빵은 산행하는 선배님들 중
산에서 먹거리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장거리 산행할 때 챙겨 가지고 다니며 드시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제가 돈주고 사보기는 처음이었어요.
사랑은 내리사랑~ 저도 선배님들께 받아서 먹어봤으니...
악동이님에게도 투척~
다이제과자 저 한개를 한번에 흡입하는 악동이님.
먹는 것들 칼로리도 살펴가며 나름 똑똑하게 섭취하더라구요.
저는 먹는거에는 늘 대충대충인데...
먹는거에는 달리 욕심이 없어서.
저는 양보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쉽게 탈나는 몸이라
화장실도 자주가게되고...
그래서 늘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해요.
곱게 다져놓은 저 밭에는 무얼 심으시려나~
내 마음밭에는 또 뭘 심어야할까.
어르신께서 가만히 서서 계시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기계가 시동이 안걸린대요.
여기까지는 시동 걸려서 끌고 나왔는데...
악동이님 다이제 먹은 힘 여기서 다 쓰고 갑니다.
걸릴듯 걸릴듯 걸리지 않는 시동~
제발 걸려줘라~ 빌고 빌었건만...
어쩌나 악동이님 힘만 뺐네...
어느 집 앞에 수도꼭지가 보여
틀어보니 물이 나옵니다.
더위에 땀좀 닦아가며...
코리아둘레길이라고해서 모두 좋은 길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이런 숲길도 지나야하고.
저는 요즘 풀 공포증이 좀 생겨가지고요.
이 길을 걷는데 괜찮으려나 걱정 잔뜩~
지난번 8월초 안면도 다녀온 후로
온몸에 모기 물린것처럼 벌겋게 피부 발진 가려움이 생겨서
병원 옮겨다니며 거의 두달간 고생좀 했거든요.
온몸 곳곳에 200군데도 더 발진이 올라왔던 듯 싶어요.
한번 가려움증이 생기면 대책이 없어서...
지금은 피부 발진은 모두 들어갔는데
가려움증은 아직도 완벽하게 나아지질 않고 있는 거 같아요.
순간 순간 긁적긁적~
그래도 번지진 않아서 다행.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을 지나갑니다.
앞에 보이는 조각상은 소록도 병원에 있던 음성 나환자들이
오마도간척지 공사 하던 모습을 형상화해서
만들어 놓은 것.
해안을 낀 다섯 개의 섬 형태가
말(馬)의 모습을 닮아
오마도(五馬島)라 불린 간척지.
(오마도는 고발도, 분매도, 오마도, 오동도, 벼루섬)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 입구쪽으로 나오면 화장실이 있구요.
정자가 있어 쉬어갑니다.
악동이님 새벽 조금만 자서 많이 피곤하고 졸린가봅니다.
10분만 쉬어가자고 했는데...
잠이 들어서 일어나질 않아요.
깨우질 못하고 조금더 자게 둡니다.
그렇다면 나는 몰카~ 악동이님, 딱걸렸어. ㅎㅎㅎ
바람길이 통하는 시원한 정자, 이곳이 바로 명당입니다.
저도 잠시 누었다가 꿀잠잤어요.
악동이님 언제 일어나려나 기다리며... 구경 중.
보이는 섬은 거금도
갑자기 쎈 바람이 슈우웅~~
정자에 손수건이 날아가길래 잡으려다가
우당탕~
악동이님 눈을 뜨네요.
"악동이님아, 가자~"
발 곳곳이 굳은살~
살이 약해져서 뻘겋게 일어난 곳들도 보이고
물집이 생겼다 아문 곳들도 보입니다.
스포츠테이프며 대일밴드
매일 계속 붙였다 뗐다하면 발 더 약해질텐데...
저는 어지간하면 발에는 뭐 안붙이고 다닙니다.
제 발도 참 못났는데...
이녀석 발도 참 못났네요.
초록은 동색이라~
색안경이 씌여서 그런지
이런 못난발이 기특하다~ 토닥토닥
그 어떤 발보다 사랑스럽게 봐집니다.
몸에서 가장 낮은 곳을 담당하는 최전방수비수인 발.
니가 무너지면 사람하나 그냥 무너진단다.
일부구간 운동화 대신 이걸 신고 걷는다고 합니다.
이 슬리퍼는 걷다가 주어왔다고 해요.
어찌나 발에도 딱 맞는지...
운동화가 잠시 숨통 트이는 시간~
오래 걷는 자에게 실내화 하나쯤은 필수.
하늘은 현실 세계가 아닌 듯 하고,
나도 오늘만큼은
'악동이 이형기라는 세상'에 소풍 나온 듯
딴 세상 사람.
내가 걷는 내 걸음에서 한발 물러서서 보니
어쩐지 안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숫자 중에 4를 좋아하는데...
왜냐면 남들이 싫어들 하는 숫자라^^
측은한 마음에 저는 4를 좋아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악동이님과 함께 걷고는...
'악(惡)'이라는 단어가 또 측은해서
좋아해줘야지 싶었습니다.
악마, 악몽, 악취, 악조건, 악천후, 악바리, 악전고투...
'악바리'의 사투리인 '악동이'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말썽 부리는 사람을
악동(惡童)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亞(버금 아) + 心(마음 심)의 악( 惡 )
사방이 꽉 막힌 집을 그린 亞자에 心(마음)을 결합한 것으로
'갇혀있는 마음'이라는 뜻에서
'악하다', '미워하다'라는 의미합니다.
사람은 이름따라 인생도 바뀐다고 하죠.
그러고보니 악동이님 닉네임이
썩~ 잘 어울리네요. 잘 지었다^^
갇혀있는 마음, 나쁜 마음, 미운 마음
잘 깨부수며 인생길 잘 걸어가자.
갑자기 400km 해안길 걸을 때 마지막 순간
"악~ 악~"
소리지르며 걸어가던 내 모습이 생각나며 피싯~ 웃음이 납니다.
그래, "악"은 그랬었지.
어느 순간 나에게 힘을 내는 구호가 되어주기도 했었지.
악동이님, 걷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악~~~~ 악~~~~"
하며 소리질러봐. 그 힘으로 또 걷게 될테니.
어떤 위대한 것도 열정 없이 생겨나진 않고,
무엇인가를 행한 사람만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어.
사진에도 진심인 악동이님^^
스스로 새롭게 볼 때에야
그동안 내가 장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문이 열릴 때에야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게
사람일테지.
고흥 땅은 벌써 추수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모작 하는 곳들도 많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도양읍 봉암리 마을을 지나갑니다.
몸 엄청 시커멓죠?
근데 며칠만 지나면 또 금방 원래 색으로 회복된다고하네요.
역시 몸이 건강하니 회복력도 으뜸.
고흥구간 복주머니처럼 볼~록해서
언제 다 걸으려나 걱정했던 악동이님
저보고 와서 요술을 부리고 간다고 하네요.
뾰로롱~~~
하루 65km이상 뽑았으니...
힘들게 걸은건 아니구요.
쉴땐 쉬어가며 즐겁게.
그렇지, 혼자 걸으면
때론 지루하고 지쳐 진도가 안나가겠지요.
발맞는 동무가 있어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가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되는게
신통방통 길이란 녀석이지요.
아주큰 번화한 녹동마을에 도착했어요.
저는 식당에서 밥 사주고 언능 가야합니다.
집까지 가는 길이 또 멀어서~
악동이님이 찾아낸 식당 맛집.
소고기 육회를 시키니 고흥의 명물 유자청이 접시에 담겨나오네요.
역시 고흥답다.
육회에 유자청을 척~하니 올려서 먹으면...
음~ 그 맛은... 궁합이 어찌 이리 딱인지.
유자 리필이요^^
육회에 삼겹에 후식 냉면까지
대식가 악동이님 너무 적게 먹은건 아닌지...
실제 시작한 날짜는 하루 늦은 2024년 08월 06일(화)
악동이 이형기의 한반도 지도 그리기
코리아 둘레길 4,544km
DMZ(강화~고성 524km)-해파랑길(고성~부산 750km)-남파랑길(부산~해남1,470km)-서해랑길(해남~강화 1,800km)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없다.
즐기는 자는 막을수가 없다.
악동이님은 지금 한단계 성장중
2025년 또다른 목표를 향해~
지금은 등산보다는 마라톤에 진심인 악동이님.
우리나라 한반도 지도그리기 하겠다고
무조건 배낭챙겨 시작한 걸음
준비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잘되면 좋겠지만
장거리에서 그렇지 않은게 다반사~라고 하네요.
간절곶에서의 멋진 일출이며
남파랑길 진행중
휴대폰을 쉬던 곳에 놓고오면서ㅠㅠ...
한달만에 집에 갈뻔했던 이야기 들으며 걸었던
꽉 채운 하루, 감사한 시간들.
지금 악동이님이 한발한발 디디며 걷는 그 길마다
꽃이 피고 지고 있다는 것 늘 생각하며
그 아름다운 발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4년 10월 03일(목) 현재 59일차
남파랑길 80코스 장흥구간
이제 곧 남파랑길 날머리 해남땅에 우뚝 서서
만세부를 모습이 살며시 그려집니다.
고흥과 보성을 지났고
장흥, 강진, 해남, 완도 한바퀴 돌아 나와~
다시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파랑길 부산에서 해남까지 1,470km 잘 마치고
서해랑길 해남에서 강화까지 1,800km도
무탈하게 행복하게!!
악동이 이형기 화이팅!!
왕관은 말이야.
꽃의 순간을 지나고 나면
스스로 드러나는거야.
힘든 순간이 오면 오히려 기뻐하길.
문제와 맞닥뜨리는 순간에 감사하길.
우리는 그런 악조건, 악천후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낼 때의 성취감을 아는 사람들이니까.
악동이 이형기님
코리아 둘레길 4,544km 길 위에서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보왕(步王)이 되시길.
(사실 악동이님이 산행 시작 경험으로는 저보다 한참 선배였네요.)
ps. 선배님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하는 악동이님.
응원의 메세지도 한번씩 부탁드리구요.
혹시 악동이님이
본인이 사는 인근 구간 지나가게 되면
악동이님 좋아하는 건빵, 솔의눈 등 사들고
한번도 안봤던 사람인데 만나러 가봐도 될까
그런 걱정은 하지말고
잠시 살펴봐주세요.
사실 저도 악동이님과 아주 잠깐씩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발 맞춰 걸어본 것은 처음.
해안길 따라 걷게되면 잘 먹질 못해요.
문닫힌 매점이나 식당들도 많구요.
사람 만나기 힘들때도 많아요.
자야할 때 모텔이나 여관 등이 제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악동이님은
먹을 수 있을 때는 왕창 먹고가게 되고
없을 땐 건빵등에 의지하며
때론 물도 아껴가며 먹어가며
그렇게 인내하며 걷고 있습니다.
|
출처: J3 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Jiri-깽이(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