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전의 시기
캄보디아의 사춘기 청소년들은 대체로 동성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가, "명절축제나 잔치"가 있을 때면 소년 소녀들이 함께 참가하는 공동체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러한 시기는 자신의 미래의 반려자를 선택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처녀성(Virginity)이 신부가 되기 위한 상당한 가치로 여겨져서, 혼전성교를 할 경우 몹시 한탄스러워 하기도 한다. 따라서 혼전 임신이나 미혼모들은 가문의 수치로 여겨질 정도이다.(주1)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은 젊은 남녀들에게는 매우 큰 일에 속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부모들과 친구들 뿐만 아니라, 결혼 중매인(매파)까지 개입하는 일이다. 일단 젊은 총각이 신부 후보자를 마음에 두고 있을 경우, 그는 자신의 부모에게 중매를 좀 넣어달라고 말한다. 혹은 젊은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먼저 나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녀들의 선택권이 다소 제한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여성이 배우자가 될 남성에 대한 거부권을 갖도록 되어 있다.(주1)
(동영상) 캄보디아 여성과 한 서양 남성의 결혼식 모습이다. 캄보디아 전통 혼례는 통상 신부의 집에서, 이 동영상처럼 첫날 아침 무렵에 스님들의 축원으로부터 시작되어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
2. 청 혼
캄보디아의 청혼 방식은 같은 크메르인(크메르족)이라 할지라도, 도시와 시골의 관습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 대도시들에서는 서구적 문화의 영향으로 낭만적인 자유연애가 행해지기도 하지만, 시골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사진) 캄보디아 도시에서 진행된 한 현대식 결혼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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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경우, 대체로 19~25세 사이에 결혼한다. 반면 여성들은 16~22세 사이에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근친간의 결혼도 일상적이다.
일단 배우자가 결정되면 중매인이 부모들을 동반한 맞선을 보게 한다. 이후 양가는 각각 별도로 상대 후보자와 그 집안에 대해 조사를 해본다. 이후 양가가 합의를 하게 되면, 예물을 교환한 후 "아짜"(achar: 역술인)(역주1)에게 택일을 받는다. 시골지역에서는 결혼식 이전에 예비신랑이 행해야만 하는 관습도 존재한다. 즉 예비신랑은 이 기간 중에 장차 장인이 될 신부의 아버지에게 서약을 하는 의례를 치르기도 한다.(주1)
(역주1) 크메르어 "아짜"(achar)는 원래 산스끄리뜨어 "아짜리야"(acarya)에서 온 말로, 산스끄리뜨어나 빨리어에서는 "스승"이나 "큰 스님" 등 "정신적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캄보디아에서는 근대에 큰 학자들을 "아짜"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일상적으로는 전통적인 "주술적 역술인"(무당과 유사)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들은 고대 인도에서 전래된 "호라 점성술"을 습득하기도 하고 "약제 조제"나 "마법의 문신" 등을 새겨주기도 한다.
산스끄리뜨어 "아짜리야"는 한문권에서는 특히 불교 경전을 번역하면서 "아사리"(阿闍梨)로 번역됐는데, 오늘날의 한국어에서는 "이판사판 아사리판"이란 다소 경멸조의 문구로 남아서 전해지고 있다. 참고로 불가에서 "이판"(理判)은 승려들 중에서 보다 명상수행에 정진하거나 철학적 연구를 한 정신적 수행자에게 붙여지는 말이고, "사판"(事判)은 사찰의 주지 등 행정적 역할을 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따라서 원래 "이판사판 아사리판"이란 말은 고대의 지식인들이었던 여러 종류의 승려들이 모두 모인 모습을 뜻한 것이었지만, 지식인들이 모이면 말도 많고 분열이 있었다는 현상을 빗대서 사용하다 보니, 오늘날의 한국어 "이판사판 아사리판"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게 된 것이다.
태국어에서는 "아짠"으로 발음하는데, 아직도 음악계나 예술 분야 등에서 "선생님"에 상응하는 호칭으로 사용되며, 특히 불교에서 "큰스님"을 의미하는 호칭으로 사용된다.
원래 산스끄리뜨어 "아짜리야"는 원래 불교의 역사보다 앞서서 사용된 말이다. 불교의 개조인 고타마 붓다는 기원전 6~5세기에 걸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베다>(Veda) 경전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 힌두교"(=바라문교)의 역사는 그보다도 최소 1,000년 이상 앞선다. 따라서 "아짜리야"라는 말은 원래 불교 이전의 힌두전통에서부터 사용된 말이다.
인도에서 "스승"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아짜리야"와 "구루"(guru)가 대표적인 2가지 단어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선생님"이나 "스승"을 의미할 때는 "구루"란 말을 사용하고, 힌두교의 종교적 전통에서 4대 <베다> 경전과 <우빠니샤드> 성전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 즉 4대 베다에 대해 주석서를 썼던 걸출한 종교적 스승들에게만 "아짜리야"란 말을 사용했다.
태국이나 캄보디아에서는 이러한 용어 본래의 힌두교적 의미에다 불교적 의미가 혼용되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인도에서의 용법과 더불어 토착적인 의미들도 함께 합쳐져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구루"는 크메르어에서는 "님"(Mr.)을 의미하는 "록"과 합쳐서 "록 끄루"(선생님)로 사용하고, 태국어에서는 역시 "님"(Mr.)을 의미하는 "쿤"과 합쳐져서 "쿤 쿠"(khun khru)라고 한다. 반면 "아짜리야"는 각각 "아짜"와 "아짠"으로 변한 것인데, 자신들의 모국어가 가진 음운론적(발음) 특성을 반영하며 변화한 것이다.
(역주2) 캄보디아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집안에 지불하는 결혼지참금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도 부각되고 있는데, 최상류층에서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한화 10억원 이상)도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사를 참조하라.
[관련기사 바로가기] "캄보디아 정부 TV 연속극 방영중지 명령 : 미풍양속 저해 이유"(AFP 2010-9-16) |
3. 결혼식
캄보디아의 전통적인 결혼식(wedding)은 비교적 긴 시일 동안 진행되며, 상당히 화려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원래는 공식적으로 3일간 치르게 되는데, 1980년대에는 하루 반 정도에 치루는 경우도 많았다.
결혼식은 아짜의 주례를 통해, 신부의 집에서 아침부터 시작된다. 불교의 스님들이 짧은 설법(說法)을 한 후 축원을 해주는 독경(讀經)을 한다. 이 의식에서는 종교적 의미로 약간의 모발을 잘라내며, 성수(聖水)를 적신 면실을 신랑 신부의 팔목에 감아준다.
'크메르루주'(Khmer Rouge) 정권은 가족을 해체시켜 남성과 여성을 분리시켜 놓았다. 따라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들이 수개월 동안 서로 떨어져 있는 일이 잦았다. 따라서 남녀 모두 결혼을 위해 사용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오랜 이별로 인해 부부관계 역시 제한받기도 했다. 혼외정사(불륜관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젊은이들 사이의 희롱조차 엄중한 처벌을 받곤 했다.(주1)
캄보디아에서는 <쁘레아 터옹(Preah Thaong)과 니엉 네약(Neang Neak)의 전설>(역주3)이 크메르 전통결혼식의 여러 형식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랑은 신부의 스카프를 잡고 이동하는데, 이는 신랑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신부의 집안 사람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은 신부가 신랑의 스카프를 잡고 따르는 인도의 결혼식 관습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신랑과 신부는 보석으로 장식된 의상을 착용하고, 가족 친지들과 하객들을 맞이한다. 신랑신부의 의상들은 부모님과 장인장모에 대한 존경을 형상화시킨 것으로, 양가 부모들은 그들을 축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랑신부는 또한 스님들에 대해 행복한 인생을 기원하기도 한다.
(역주3) 이하는 "쁘레아 터옹과 니엉 네악" 전설에 관한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짤막한 설명으로,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또한 본 카페 내의 "캄보디아 역사 제2장 : 푸난 왕국" 게시물을 참조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쁘레아 터옹과 니엉 네악
쁘리아 터옹(=까우딘야, Kaundinya)와 니엉 네악(=소마, Soma)는 크메르 문화의 상징적 인격체들이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앙코르 시대"(크메르 제국) 이전인 "푸난왕국" 시대에 나타난다. 특히 크메르 전통의 결혼식은 "쁘레아 터옹과 니엉 네악"의 일화로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중국 사신 캉 타이(K'ang T'ai)와 추잉(Chu Ying)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푸난왕국은 인도에서 온 바라문 까우딘냐가 세웠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까우딘냐는 한 사원에서 계시몽을 꾼 후, 마법의 화살이 인도하는대로 1세기 무렵에 크메르 지역으로 왔다고 한다. 이후 그는 크메르 지역의 여왕이자 나가 족(Nagas) 왕의 딸인 소마 여왕과 겨루어 승리한 후, 그녀와 결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의 자손들이 푸난왕국의 왕가 계보가 되었다고 한다. |
4. 이혼과 일부다처제
캄보디아에서 이혼한 사람들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새로 결혼하는 사람들의 결혼식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이혼사유 중 가장 일상적인 이유로는 적절한 이유 없이 오랜 기간 집을 비운다든지, 양쪽 모두 서로를 포기한 경우, 남편이 가족의 부양을 하지 않는 경우, 혹은 남편이 음탕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할 경우, 1년 이상 부부관계가 없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이혼과정에 사법적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 남편과 아내는 결혼 당시에 어떤 형태든 소유물을 갖고 온 경우가 있다. 따라서 재산은 공평하게 분할되야 하는 것이다.
이혼자들은 재혼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이혼 직후 10개월 동안은 재혼이 금지된다. 어린 자녀들의 보호는 대부분 여성에게 맡겨진다. 자녀의 양육에 대해서는 양쪽 부모 모두 책임을 공유한다.(주1)
캄보디아에서는 남편이 재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여러 아내들을 거느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드문데, 대부분 첫번째 아내가 두번째 아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남편이 첩(妾)을 두는 경우도 있다. 두번째 아내의 경우 법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지만, 첩은 법적인 지위를 갖지 못한다.(주1)
(동영상) 미국에 살고있는 한 크메르계 교포의 결혼식 모습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크메르인(캄보디아인)들도 상당히 전통적인 결혼식 관습을 지키고 있다. |
부록 : 결혼식 피로연
[추가내용] 캄보디아의 결혼식 기간 3일 동안 펼쳐지는 행사에는 다수의 하객들이 함께 초대되는 피로연도 포함된다. 주로 오후 늦게 시작되는 이 장시간의 파티에 참석해보면, 캄보디아인들이 얼마나 가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생활수준에 따라 그 화려함에는 차이가 있지만, 흥겨운 분위기 면에서는 부유층의 피로연이나 빈민가의 피로연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하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 피로연 동영상들을 모아보았다.
(동영상) 고전적인 형식의 전통 악단을 부른 경우에 해당한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캄보디아 대중음악계에서 중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위어차 선생으로, 그가 전통음악을 노래하는 보기드문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일 이런 유명가수가 포함된 전통적인 명인들로 구성된 악단을 부를 수 있는 가문이라면, 무척 상류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부유층의 잔치마당이 실제 전통적으로 캄보디아 전통음악이 존립하며 발전할 수 있었던 물적인 토대가 되기도 했었다. |
(동영상)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 유지(중산층) 정도 가문의 피로연 모습이다. 통상 3~4인조 밴드와 가수들 몇명을 부르고, 하객들도 대부분 전통적인 대중춤인 람웡 춤 등을 함께 추며 즐기게 된다. |
(동영상) 호주에 거주하는 크메르 교포들의 결혼식 피로연 모습. 캄보디아 국내와 마찬가지로 람웡 음악에 맞춰 참석자 모두가 함께 춤을 즐긴다. |
(동영상) 미국의 포틀랜드에서 진행된 한 크메르 교포의 결혼식 피로연. 해외동포들이지만, 캄보디아 대중춤 람웡과 람끄밧을 잊지 않고 모두들 자연스레 추고 있다. |
(동영상) 프놈펜의 "럭키 스타 레스토랑"에서 열린 한 결혼 피로연의 모습이다. 이 동영상을 보면 캄보디아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람웡이나 람끄밧 형식의 음악이 아니라, 바로 1960년대 전세계를 풍미했던 메디슨 댄스 음악이 처음에 연주된다. 캄보디아인들은 이 장르를 "마디존"이라 부르는데 참석자 모두 자연스레 이 특별한 춤동작을 공유한다. 이후에는 트위스트로도 이어지는데, 이 일행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한 수준의 춤솜씨를 평균적으로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 행사에 초청된 밴드의 연주력 역시 상당하다. 기타 솔로를 들어보면, 매우 관록있는 연주자임을 알 수 있다. |
(동영상) 마지막으로 준비한 동영상은 캄보디아 최고의 인기가수 쁘리업 소왓(Preab Sovath)이 동일하게 RHM 기획에 소속된 유명 여가수 소꾼 깐냐(Sokun Kanha)와 함께 들려주는 메디슨 곡이다. 제목은 <유행하는 메디슨>(마디존 뻰니욤)으로 바로 배경이 피로연 컨셉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이다. 캄보디아의 음반산업에서는 피로연 형식으로 제작된 카라오케 VD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바로 캄보디아 대중음악 산업의 주수입원 중 하나가 결혼 피로연과 같은 시장임을 추정하게 해준다. |
첫댓글 다문화(아내 캄보디아) 가족으로써 중요한 핵심적 내용이 많이 있어 몇 번을 읽으며 공부해야될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사진과 링크 작업이 충분히 안되었습니다.. ^^
동영상을 포함해서 향후 좀 보강할 계획이고..
그나마 초보적인 연구를 한 것입니다..
결혼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수준의 게시물이 아직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좀 더 깊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나중에 다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
저희 부모님이 옛날에 전통혼례(구식결혼)로 결혼하셨는데,
사진을 보면 3일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옛날 농경문화권에서는 대체로 3일 결혼식을 했던 것인지..
참, 향후 공부를 더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마디존 춤 4시간 추고나면 결혼식 피로연 가기 싫어 집니다. 더운데 춤 4시간추고 하루는 몸살나서 누웠던 기억이 나네요 ㅜㅜ;;
하하, 옹냐 님은 역시 노는 물이 다르시네요~~ ^^
옹냐=대 부호에게 국왕이 하사하는 호칭,
한문권에서는 불교 경전을 번역할 때
이 용어를 "장자"로 번역했었지요~ ^^
우리 카페에 옹냐 님도 계시니,
이제는 섬다잇(태국어: 솜뎃) 님 한분 오시면
더 그럴듯해질 것 같습니다.. ^^
태국에서는 "솜뎃"은 왕위계승권자들(주로 왕자나 공주)에게 붙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재상급 대신들에게 붙여주는듯 합니다..
훈센 : 섬다잇 데쪼 훈센
기타 2명의 섬다잇 - 찌어 심 상원의장, 헹삼린 국회의장..
그렇지만 "섬다잇" 용어 자체는 산스끄리뜨어나 빨리어가 아니라
원래 크메르어인데, 태국도 차용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