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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大長今)] 30
줄거리 :
관비가 궁으로 들어갈 유일한 길을 알게된 장금은 의술을 배우겠다며 장덕을 찾아간다.
장덕은 본격적으로 장금에게 의술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장금은 의술 공부에 매진한다.
후원에서 장금를 그리워하며 울고있는 연생을 중종이 보게되고
중종은 이런 연생을 귀엽고 안쓰럽게 여긴다.
결국 연생은 중종의 승은을 입는다.
한편, 장덕과 장금은 열이 많은 환자에게 인삼을 판매한 의원을 찾아 산 속 움막으로 가는데...
씬1 해안 훈련장 일각 수군훈련장(바닷가)
민정호가 있는데.. 달려오는 장금..
장금 : 나으리! 나으리!
민정호 : (보는데)
장금 : (달려와서는) 드디어..
민정호 : ......
장금 : 드디어!
민정호 : ......
장금 : 궁에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민정호 : ......
장금 : 의녀가 될겁니다! 의녀가 될거예요!
하는 희망찬 장금의 표정(29부 엔딩)
그런 장금을 바라보는 민정호의 모습
장금 : (신이나서 설명하는데) 지방감영의 의녀들을 뽑아 궁에서 훈육을 시킨답니다.
거기서 잘하면.. 내의원에 남게 되구요.
민정호 : 맞습니다. 그런 제도가 있습니다.
장금 : ......
민정호 : ......
장금 : ..궁으로 돌아갈 겁니다. 돌아가서 반드시..
민정호 : ......
장금 : 반드시.. (하고는 눈물을 이를 악물어 참는데)
민정호 : 서나인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십시오.
장금 : ......
씬2 감영마당
돌아오는 장금의 모습.
씬3 약방
방으로 들어오는 장금.
그런 장금을 빤히 보는 장덕.
장덕 앞에 무릎을 꿇는 장금.
장덕은 그런 장금을 보는데..
장금 : 의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장덕 : ......
장금 : 가르쳐주십시오
장덕 : (싱겁게) 그럴려고 너 데리고 온거야.
장금 : 예?
장덕 : 궁에 가고싶다며?
장금 : ......?
장덕 : 관비가 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원래 의녀뿐이야. 그래서 데리고 왔어.
이제 길도 좀 든거 같고... 배워!
장금 : 제 사연도 연유도 모르신 채 왜 절 궁으로?
장덕 : 니가 그거 알아 뭐하게?
장금 : 꼭 뭐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장덕 : 고만 중얼거리고 병자들 들어오면 옆에 붙어서 얼굴색이나 적어!
장금 : 예? 얼굴색이요?
장덕 : 그래.. 얼굴색이 청색인지 붉은 색인지 누런지 흰지 검은지 적으란 말야.
또 코가 그런지 뺨이 그런지 턱인지 눈인지 입인지도 적고
또.. 손톱이든 발톱이든 뭐든 이상한 게 있으면 적으란 말야.
장금 : ..예.
방 밖에 있는 관비들 장덕의 소릴 들었는지 불만스럽게 뭔가 중얼중얼 거리더니..
모두 방으로 들어온다.
장덕 : (관비들에게) 왜?
관비1 : 너무하세요.
장덕 : 뭐가?
관비2 : 제가 요기 방 앞에 앉는 데만 5년이 걸렸습니다.
헌데 처음 들어 온 년을 어찌 바로 옆에 앉혀 가르치십니까?
관비3 : 맞습니다. 약재를 고르고 병사를 치우는 일도 하나도 안 시키지 않았습니까?
관비1 : 쟤가 약재를 압니까 아니면 병자를 볼 줄 압니까?
장금 : ......
장덕 : (방안을 슬쩍 살피더니 약재 하날 꺼내 놓으며) (관비1에게) 이게 뭐냐?
관비1 : (당황)
장덕 : 이게 뭐냐고? 니들도 몰라?
관비들 : ......
장덕 : (장금에게) 뭐냐?
장금 : .......
장덕 : 몰라?
장금 : 번행초입니다.
장덕 : 어디에 좋아?
장금 : 바닷가 모래밭에 나는 걸로 갖가지 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음식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장덕 : 됐지?
관비1 : 약재는 저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에겐 병자에 대한 마음을 배워야한다며..
장덕 : 마음? 말 한번 잘했다. 얘는 지 돈 털어서 탕약을 끓여주더라.
더군다나 소금기 있는 물로 끓이면 안 되는 거까지 알아서 허벅을 들고 산중턱까지 갔다오고.
관비들 : ......
장금 : (민망한데)
장덕 : 니넨 귀찮다고 짠기가 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동네 우물물로 끓였지?
관비1 : 그래두요
장덕 : 너 심장 상한다고 얘기했는데 맥문동 심 몇 개나 덜 뺐지?
관비1 : 그건.. 실수로..
장덕 : (머리통을 때리며) 니 실수로 남의 심장엔 구멍 나!
관비들 : ......
장덕 : 아무튼 다 시끄럽고 난 되는 년만 찍어서 가르쳐. 그게 나야. 됐어?
장금 : (계속 민망하고)
관비2 : 아무리 그래두요.. 이 바닥에서 쌓은 경험이라는 게 있는 건데..
장덕 : (버럭 화내며) 이 바닥이든 저 바닥이든 경험을 쌓았으면 된거지.
내가 보기엔 저 바닥에서 쌓은 장금이가 훨씬 낫다니까!
관비들 : ......
장덕 : 아무튼 간에 시끄럽고 앞으로 내 앞에서 이런 소리 두 번 다시 나왔다가는
약방에서 아주 내쫓을 줄 알아.
관비들 : ......
장덕 : 나가봐. (관비들 나가면)
장금 : (이래도 되는 건가 입장이 곤란한데)
장덕 : (책 몇 권을 장금에게 내 던지며)
장금 : ......
장덕 : 나는 세상없어도 말귀 못 알아먹는 것한테는 못 가르친다.
장금 : ......
장덕 : 알아들었어?
장금 : 예.
씬4 일각
관비들 모여서 심퉁맞은 얼굴로 투정을 부리고 있다.
이 때 구만과 민정호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예를 갖추는 관비들.
구만 : 뭔 일인데 입들이 쭉 늘어졌어?
관비2 : 정말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구만 : 왜?
관비2 : 늘상 도망만 가던 관비 년을 저리 끼고 돌아도 되냔 말입니다.
구만 : 장금이 말이냐?
관비1 : 예. 장덕이가 의술을 가르친다고 5년 넘게 일해 온 저희들을 내치고
장금이를 아예 곁에 두고 삽니다.
구만 : 장금이가 장덕이 말은 듣고?
관비3 : 자기가 먼저 가르쳐달라고 무릎을 꿇었는뎁쇼.
구만 : 그래?
정호 : ......
씬5 약방
병자를 보는 장덕.
한 쪽에서 뚫어지게 병자를 바라보곤 뭔가 열심히 적는 장금.
진료를 마친 병자가 나가면 장금은 여전히 뭔가를 빼곡이 적고 있는데..
장덕 : 모두 적었어?
장금 : 예.
장덕 : 보자.
장금 : (서첩을 건네면)
장덕 : (쭉 훑어보는데)
장금 : 그리 하면 되는 겁니까?
장덕 : 면부의 병색을 나눈다면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혹색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눈다.
이를 오색진이라 해.
장금 : ......
장덕 : 면부에 청색이 돌면 한증, 통풍, 어혈과 경풍을 나타낸다.
이는 병자의 면부나 피부 손발톱 그리고 입술에 많이 보여.
면부가 적색이면 열증을 나타내는 것으로
심한 것은 실열을 나타내고 경한 것은 허열을 나타낸다.
이는 병자의 면부 뿐만 아니라 눈 입술 혀에 주로 보이며
실열증인 때는 전체 면부가 몽땅 붉고 눈, 입술, 혀도 붉다.
허열증인 때는 광대뼈 주위가 오후에 붉게 된다. 또한 황색은 허증, 습증, 황달을 나타낸다.
병색이 흔히 나타나는 부위는 면부와 눈이다.
백색은 허증, 한증, 탈혈(脫血), 탈기(脫氣)를 나타낸다.
이는 면부, 입술, 손발톱, 눈구석 등에 많이 보이고..
흑색은 신허(腎虛), 한증, 통증, 수음(水飮)과 어혈을 나타내며 면부, 입술, 눈 주위에 보인다.
장금 : (멍하니 듣고 있는데)
장덕 : 다 외웠지?
장금 : 예?
장덕 : 모두 외워.
장금 : 지금 들은 걸 어찌.. 그리고 처음 듣는 말이라 이해도 안됩니다.
장덕 : 두 번 말 않는다.
장금 : ......
장덕 : 앞으론 듣는 즉시 외워.
장금 : ......
장덕, 작은 서첩같은 것을 장금에게 툭 던져주고는
장덕 : 내일까지 다 외워와.
장금 : ......
씬6 약재창
약재를 정리하고 있는 장금.
그러면서 장덕에게 배운 것을 혼잣말로 외우고 있다.
장금 : 청색은 한증, 통풍, 어혈, 경풍 적색이면 열증을 나타내는 것이고
심한 것은 실열이고 경한 것은 허열이다. 황색은 허증, 습증, 황달
백색은 허증, 한증, 탈혈(脫血), 탈기(脫氣)를 나타내고,
흑색은 신허(腎虛), 한증, 통증, 수음(水飮)과 어혈을 나타낸다.
한 쪽에서 함께 일하는 관비들은 장금에게 어쩔 수는 없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투덜대고 있는데..
장금 : 청색은 한증, 통풍, 어혈, 경풍.. (외우다가 관비들 얼굴을 유심히 보면)
관비1 : 뭘 봐?
장금 : 아..아닙니다. (시선을 빼선 혼잣말로) 얼굴을 보면서 해야하는데..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어디론가 나가는 장금.
그런 장금을 여전히 불만스레 보는 관비들.
씬7 관아 일각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관비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장금.
장금이 빤히 들여다보다가는 호통을 당하는데..
관노 : 어서 관비가 고개를 쳐들고 사람을 쳐다봐!
장금 : 잘못했습니다. 수의녀께서 제게 과제를 내주시는 바람에..
관노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러다가는 몰매 맞기 쉽상이다!
지나가던 민정호가 호통을 당하는 장금을 본다.
호통을 치던 자가 가면..
민정호 : 무슨 일이오?
장금 : ..(고개만 숙이고 있고)..
민정호 : 무슨 일이냐는데요?
장금 : ......
씬8 수군 훈련장 일각
병사들이 한 줄로 쭉 서서 밥을 타고 있는데.. 장금은 한켠에 서있다.
민정호 : 지금부터 감영의 의녀가 너희들의 얼굴색을 살펴 몸이 어떠한지 시진을 할 것이다.
그러니 밥을 타면서 얼굴을 잘 보여주어라
하면.. 병사들 한명 한명 밥을 타며 장금에게 얼굴을 보여준다.
밥을 받는 병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서첩에 적고있는 장금.
병사들은 민정호의 지시인지 장금 쪽으로 얼굴을 한 번 보이곤 귀찮다는 듯 빨리 배식을 받으려 하고..
장금은 병사들과 달리 진지하고 정성스레 적고 보고 있다.
장금 : 이름이 어찌 됩니까?
병사1 : 홍태춘이요.
장금 : (병사1 얼굴 살피고 꼼꼼이 적는)
그런 장금의 모습을 한 쪽에서 보고 있는 정호.
구만이 배식을 받을 차례다.
하지만 구만은 배식을 하는 병사를 보지 않고 장금을 빤히 본다.
장금 : (그런 구만이 좀 이상해선) 왜..왜요?
구만 : (갸웃거리며 혼잣말로) 암만 봐도 곱단말야.
장금 : 예?
구만 : 아니다.
배식을 받은 구만.. 가면 또 열중하는 모습의 장금.
씬9 해안가(저녁)
장금과 정호가 해안을 끼고 걷고 있다.
장금 : 제주까지 와서도 늘 부탁만 드립니다.
정호 : 병사들의 얼굴을 뵈주는 일인데 부탁이랄 게 있습니까.
장금 : ......
정호 : 더구나 병사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이 아닙니까. 이는 병사들을 돌봐야 할 제 임무기도 합니다.
장금 : 수의녀님께서 워낙 독특하셔서 사람을 정신을 못 차리게 하십니다.
정호 : 지금 그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장금 : ......
정호 : 헌데..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장금 : 예?
정호 : 병사들은 다 봐주고 저는 왜 망진을 아니 해주십니까?
장금 : ......
정호 : 봐 주시지요.
하면 장금.. 아무 생각없이 보는데..
정호도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그렇게 둘이 마주 서니.. 이상하다. 어색해지는데..
정호 : (어색해 분위기를 바꾸려고) 어떻습니까?
장금 : ..붉습니다.
정호 : ......
장금 : ..붉으면 열증이 있는 것인데
정호 : ..열증이 있습니다..
장금 : ......
정호 : ......
정호의 손이 장금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데..
장금.. 얼어붙은 듯 서있다가는 뒤돌아 도망간다.
씬10 약재실(밤)
어둠속에 들어오는 장금..
들어오자마자 털썩 앉아 장덕이 준 서책을 보고는 외우기 시작하는데..
장금 : 백색은 허증, 한증, 탈혈(脫血), 탈기(脫氣) 흑색은 신허(腎虛), 한증, 통증, 수음(水飮) 어혈.
적색은
하며 외우는 장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 어둠 속에서 슬그머니 보이고..
점점 장금의 목소리를 커진다.
장금 : (크게) 적색은 열증을 나타내는 것으로.. 심한 것은 실열을 나타내고 경한 것은 허열을 나타낸다.
이는 병자의 면부 뿐만 아니라 눈 입술 혀에 주로 보이며
실열증인 때는 전체 면부가 몽땅 붉고 눈, 입술, 혀도 붉다.
허열증인 때는 광대뼈 주위가 오후에 붉게 된다.
씬11 병사
장덕이 병자들을 쭉 훑어보고 있다.
그런 장덕 옆에 바짝 붙어선 따라다니는 장금.
장덕 : 어떠냐?
장금 : 예? (하곤 장덕을 보는데)
장덕 : 날 보지말고!
장금 : 예예. (하곤 병자를 유심히 보곤) 붉은 빛이 돕니다.
장덕 : 뭐냐?
장금 : 붉은 빛이 심한 것으로 보아 실열이고 액부(額部:이마)는 심화(心火)에 속하는데
이마가 붉은 것은 울화병이 있다 했습니다.
따르던 관비들 놀라지만 장덕은 태연하게 다른 환자한테 걸음을 옮긴다.
따르는 관비들과 장금.
장덕 : 보거라.
장금 : (자세히 보더니) 병자의 면부와 눈에 황색이 돕니다.
이는 허증이나 습증 황달일 수 있다 했습니다.
장덕 : 이 병자는 황달이다. 황달일 때는 어떠냐?
장금 : 황달은 간과 담낭이 사기 (邪氣)의 침습을 받아 담즙이 정상으로 순행하지 못하여
생기는 것인데.. 노랗고 선명한 것을 양황이라 하고
누렇고 선명하지 못한 것을 음황이라 한다 했습니다.
듣던 관비들 더욱 놀라고 장덕은 그래도 태연하게 다시 다른 병자 앞으로 가선..
장덕 : 무슨 병이냐?
장금 : (환자를 유심히 보고선) 병자의 면부가 푸른 것은 한증 통증 혹은 어혈과 경풍을 나타나는데..
이 병자는 콧등과 눈썹 사이와 입술주위가 푸릅니다.
이는 기혈이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고 근맥이 가늘어 생기는 것이라 했으며,
풍을 맞기 전의 징조라 했습니다.
관비들 :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고 있는데)
장금 : (혹시 아닌가 하는 빛이고)
장덕 : 망진은 어디까지나 사진법 중에 하나야.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장금 : ......
씬12 책방
가득 꼽혀있는 서책들을
아무렇게나 막 꺼내 집어 장금앞에 수북하게 쌓아놓는다.
장덕 : 기본이 되는 의서들이다. 모두 읽어.
장금 : 예? 이 많은 걸 다요?
장덕 : 왜?
장금 : ..아뇨.. 저.. 읽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겠습니다.
장덕 : 귀찮다.
장금 : .......
장덕 : 무조건 니가 알아서 읽어.
장금 : .......
장덕 : 그리고 읽었으면 몽땅 외워.
장금 : 이..이걸 다요?
장덕 : 그래 몽땅 다. 한 줄도 빠짐 없이 외워.
장금 : 아무리 그래도..
장덕 : 참 말 많네.
장금 : ......
장덕 : 일단 몽땅 외워. 뭘 알아야 말귀를 알아먹을 게 아냐.
그런 뒤에 병자를 봐야 그 경험이 네 것이 된다.
장금 : 그래도 이해는 되어야 외워도 외울 것인데요..
장덕 : 이해 안 해도 돼.
장금 : 예?
장덕 : 외워두면 나중에 다 이해돼.
장덕 그러고는 싸늘하게 나가버린다.
장금 앞에 놓인 서책들.
책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날 것만 같이 막막한데..
그런 장금의 모습에서..
씬13 몽타쥬
-초롱 불빛 아래 졸음을 쫓으며 책을 읽고 있는 장금.
-이른 새벽 병사의 청소며 빨래며 허드렛일을 하는 장금.
피곤이 밀려 고되고 힘들지만 힘을 내어 꿋꿋하게 한다.
-일각에서 민정호에게 서책의 내용을 묻고 있는 모습.
그러다가 장금은 너무 피곤하지 스르르 졸고 있으면
정호는 어느새 장금의 근처에 모닥불을 피워주고..
씬14 궁 전경
씬15 후원 일각(밤)
연못이 보이는 곳.
연생이 29부에 나왔던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
연생 : (눈물이 그렁그렁해선)
먹는 강아지를 보며.. 또 눈물이 뚝 떨어지는 연생..
점점 더 어쩌지 못하고 울고있는데..
제조상 : (E) 네 이년! 뭐 하는 짓이냐!
깜짝 놀라 일어나는 연생..
보면.. 중종이 행차하여 장번내시, 제조상궁, 지밀상궁은 물론.. 나인들까지 줄줄이 있다.
연생, 어쩔줄을 모르고는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훔쳐내는데..
제조상 : 네 이년! 전하께서 행차하시는 것도 모르고 어찌 이런 무례를 저질러.
더구나.. 이 개는 명에서 선물로 보낸 전하의 애완견이다!
연생 : (너무 놀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중종 : 됐다! 괜찮다!
제조상 : 망극하옵니다 전하.
중종 : (연생을 보는데)
연생 : (고개를 들지 못하고)
중종 : 울었구나.
연생 : ......
중종 : 어찌하여 울고있었느냐?
연생 : ......
장번내 : 어서 아뢰지 않고 뭘 하고 있어?
제조상 : 어허.. 전하께서 하문하시질 않느냐?
연생 : (벌벌 떨기만 하고 입이 떨어지질 않는데)
중종 : (그런 모습이 귀엽고 안쓰럽고)
지밀상 : 네 이년.
중종 : 그만하거라. 뭔가 사연이 있는게지.
제조상 : ......
중종 : 가자.
중종은 자리를 뜨는데..
제조상 지밀상 연생을 째려보고..
연생은 여전히 벌벌 떨기만 하고 있다.
씬16 입선간(다음날 낮)
민상궁과 창이가 두부를 만들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민상궁 : 뭐야? 연생이가?
창이 : 예 그렇다니까요.
이 때 연생이 시무룩해선 들어오는데..
민상궁 그런 연생을 확 붙잡아 끌어선..
민상궁 : 너 정말이야?
연생 : 뭐요?
민상궁 : 너 어제밤에 전하의 행차도 모르고 울고 있었다며?
연생 : 예.
민상궁 : 큰일났네 큰일났어!
연생 : 왜요?
민상궁 : 그 개가 어떤 갠지 알고나 그런 거야 이 맹추야?
연생 : ......
창이 : 어휴.. 최상궁마마님이 이 사실 알면 또 내칠텐데..
민상궁 :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정말. 여깄는 것도 서러운데 여기서 더 내쳐지면 우린.. 어떡해?
연생 : ......
창이 : 그러게 개는 왜 건드려.
연생 : ......
씬17 사옹원 일각
최판술과 최상궁이 만나고 있다.
최판술 : 모두 제자리를 찾으니 너도 그렇고 내 일도 술술 풀리는구나.
최상궁 : 그래야지요.
최판술 : 오겸호 대감께서도 요즘처럼 편한 날이 없어.
최상궁 : ......
최판술 : 헌데 사련이는 잘 하고 있느냐?
최상궁 : 예. 금영이가 훈육을 잘 시키고 있습니다.
최판술 : 그래. 그래야지. 금영이의 뒤를 이을 아이 아니냐.
씬18 수랏간 일각
금영이 어린 사련(10세정도)을 데리고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보면 곡물을 조금씩 담은 작은 종기들이 가득 올라와 있고.
금영과 사련이 같이 곡물을 조금씩 먹어보고.. 적고있다..
사련 : 굳이 이런 것을 해야합니까? 음식만 배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금영 : 아냐.. 음식은 나중에 배워도 늦지 않아.
사련 : ......
금영 : 지금은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아는 것이 중요해.
어떤 것이 무슨 맛이 나는지.. 무슨 재료가 어울어져야 맛이 나는지
어떤 재료는 왜 안 어울리는지
사련 : ......
금영 : 네가 수련을 하는 동안 나도 똑같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거야.
필요하면 의서까지도 모두 볼거야.
사련 : ......
금영 : 허니.. 나를 믿고 다음엔 이 곡물들을 쪄보고 삶아보고.. 볶아보고..
맛이 어찌 변하는지 알아 볼 것이니 준비를 해.
사련 : 예.
하고는 금영이 일어나는데..
보면.. 최상궁이 그런 금영을 노려보고 있다.
금영도 보고..
씬19 최상궁 처소(밤)
최상궁 화가난 얼굴로 들어오고 곧 이어 금영이 들어온다.
둘이 앉으면..
최상궁 : 그게 무슨 짓이야?
금영 : ......
최상궁 : 생각도 하기 싫은 사람들이다.
금영 : ......
최상궁 : 헌데 왜? 우리가 그들의 것을 따라야 해? 무엇이 부족해서?
금영 : 우리는..
최상궁 : ......
금영 : 졌습니다!
최상궁 : (쾅 치며) 지다니. 누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누구냐?
이 자릴 얻은 사람이 이긴 것이야.
금영 : .......
최상궁 : .......
금영 : 우리의 재주로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장금이가 실수를 한 첫 번째를 빼놓고 네 번의 경합에서 우리는 세 번을 졌습니다!
또 매번! 음식 맛에서 진 것이 아니고 그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에서 졌습니다!
최상궁 : 금영아!
금영 : 지지 않았다면 그리 모질지 않아도 됐습니다.
재주로 이겼다면 그런 술수들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최상궁 : ..(노한 표정인데)..
금영 : 저는 다시 시작할 겁니다.
최상궁 : 그 경합속에서 네가 얻은 교훈은 틀리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더 큰 힘! 더 큰 힘을 얻어야 한다는거야.
금영 : ......
최상궁 : 우리에게 더 큰 힘이 있었다면 감히 정상궁 따위가 어찌하여 그런 얼토당토않은
경합자리를 마련해!
금영 : ......
최상궁 :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힘을 가져야 한다.
금영 : 마마님.
최상궁 : 나는 선대마마님들보다 더 큰 부와 힘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우릴 업수이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할게야
금영 : ......
최상궁 : 허니 너도 나를 따르거라.
금영 : 싫습니다.
최상궁 : 그런다고!
금영 : ......
최상궁 : 장금이에게 간 민정호나으리의 마음이 돌아올거라 생각하느냐!
금영 : 마마님!
최상궁 : 민종사관은 장금일 따라 제주까지 갔어..
금영 : ......
최상궁 : 민종사관을 살려주는 대신.. 집안을 따르겠다 하였다.
금영 : ..그럴겁니다. 그러기에 다시 시작할 겁니다.
이번에 집안을 위태롭게 한 것은 제가 아니고 마마님입니다. 마마님은 지셨습니다.
최상궁 : ......
금영 : 저는 지지 않을 겁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수랏간 궁녀가 될겁니다.
하고는 일어나 금영이 나가는데..
최상궁 : (뒤에다대고) 그의 몸도 그의 마음도.. 그의 뜻도 너는 가질 수 없다. 가져서도 안되고!
금영.. 나가는데.. 사련이 들어오자..
금영 : 내일 수련은 술시에 할거야. (나간다)
보는 최상궁..
씬20 처소마당(밤)
금영이 나오고 있다. 걸어가는 금영. 그 위로..
<<24부 40씬 중에서>>
정호 : 난 최나인이 아무리 최판술상단의 사람이라고 하나 최판술이나 최상궁과는 다를거라 생각했소.
금영 : ......
정호 : 설마 대를 이어 최고상궁을 하기 위해 한상궁에게 사람을 보내는 짓을 하고
오겸호 제조대감과 붙어 갖은 이득을 챙기는 그런 사람들과
같을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소!
회상에서 돌아 온 금영.. 묵묵히 처소로 들어가면
처소 마당에 대전 지밀상궁이 나인 몇을 이끌고 들어온다.
씬21 연생 처소(밤)
연생은 자폐아마냥 힘없이 있는데.. 그런 연생을 보는 영로는 조금 안쓰럽기도 한데..
영로 : 야아..
연생 : (아무 대꾸도 없고)
영로 : 계속 이럴 거야? 엉?
연생 : ......
영로 : 그냥 우리 예전처럼 싸우기라도 하자. 내가 못 견디겠어 정말.
지밀상 : (E) 나 대전지밀상궁이다.
깜짝 놀라는 영로. 일어서고 연생도 일어서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밀상궁과 나인들.
연생.. 지난번 강아지의 일 때문에 그런가 떨리는데..
지밀상 : (연생을 보며) 나를 따르거라!
씬22 전각 방(밤)
연생이 앉아 있고..
상궁과 나인들이 연생의 치장을 해 주고 있다.
나인 한 명은 입술을 발라주고 눈썹을 그려주고..
지밀상 : 먼저 웃음을 흘려서도 아니 되고 전하의 손길을 거부해서도 아니되며
전하께서 어찌 하시던 절대 소리를 내어서도 아니 된다.
연생 : .......
상궁 한 명이 연생의 손톱을 깎아주고 있다.
지밀상 : (E) 손톱과 발톱을 깎는 것은 행여 손톱을 세워 전하의 옥체를 상하면 아니 되기에
그러는 것이다.
연생은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이다.
그런 연생을 물끄러미 내려보는 지밀상궁.
씬23 수랏간(밤)
최상궁과 금영이 주안상을 차리고 있다.
아직도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
씬24 전각 방 밖(밤)
방을 둘러싼 사방에 한쪽 면만 빼곤 상궁들이 한 명씩 지키고 앉아 있다.
지밀상궁은 문 앞을 지키고 있는데.. 최상궁과 금영이 소반을 들고 온다.
소반을 건네받는 지밀상궁.
씬25 전각 방(밤)
잘 단장을 한 연생이 초조하게 앉아있고
중종이 의복을 벗은 채 있는데 지밀상궁이 주안상을 들고 들어온다.
상 놓고 나가면..
중종이 직접 술 한 잔을 따르고는 마신다.
중종 : (물끄러미 연생을 보면)
연생 : (불안하고 초조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고)
중종 : 아깐 왜 울고 있었어?
연생 : ......
중종 : 괜찮다 말을 해 보거라.
연생 : (금방이라도 울 것 같고)
중종 : 왜? (보면 연생이 더 가엽고 귀엽게만 보이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바짝 얼어있는 연생.
그런 연생을 인자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보고 있는 중종.
연생에게 술을 따르란 말도 없이 혼자 술을 따른다.
중종 : 그래.. 임금인 나도 외로운데 넌들 왜 외롭지 않겠느냐. (하고는 술을 쭉 마시는)
씬26 연생처소 밖
연생의 처소 기둥에 붉은 댕기가 걸려있다.
이를 지켜보는 민상궁 창이 영로 다른 상궁 나인들. 모두 놀라는데..
이 때 최상궁과 금영이 와선 보고 있는데..
창이 : 아니.. 그럼.. 영로가?
민상궁 : 그러게?
하는데.. 연생의 방안에서 나오는 수발상궁과 제조상궁 영로
그리고는 나오는 연생.. 이미 가채를 얹었다.
보는 민상궁.. 흔들하며 쓰러질 듯..
창이 : (얼른 민상궁을 잡아주고)
민상궁 : 연생이가!
제조상 : 다들 (댕기를 가리키며) 봐서 알겠지만 수랏간에서 일하던 연생이가 승은을 입었다.
민상궁 : ......
창이 : ......
최상궁 : ......
금영 : ......
제조상 : 어제까지 너희와 같은 나인이었으나.. 이제는 전하의 승은을 입어 특별상궁이 되었다.
앞으로는 모두 예를 갖추어야 한다.
최상궁 : (연생에게) 경하드리오..
금영 : 경하드립니다.
민상궁 : (그새 계산끝났는지) 경하.. 정말 경하.. 정말 크게 경하드립니다.
창이 : 정말.. 잘됐어(하는데 제조상궁이 째려보면)요.
연생.. 부끄러우나 싱긋 웃고는 제조상궁과 수발상궁을 따라 간다.
이런 모습을 보는 민상궁 창이 영로.
최상궁 불안하고 금영은 찹찹한데.
씬27 중궁전
중전이 제조상궁에게
제조상 : 전하께서 어제.. 수랏간 나인인..
중전 : 나도 들어 알고 있다.
제조상 : ......
중전 : 전각을 따로 마련해주고 가구와 지밀나인, 음식을 해줄 궁녀도 붙여주거라
제조상 : 중전마마! 아직은 상궁입니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중전 : 그래 알았다. 허면 관례대로 네가 알아하거라.
씬28 연생 특별상궁 전각 처소
들어오는 연생과 민상궁, 창이..
연생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몰라.. 얼떨떨한데..
민상궁 창이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보고 만지고 있다.
민상궁 : 여기 너무 좋다.
창이 : 그쵸? 방도 되게 넓고.
민상궁 : 연생아! 너 특별상궁 됐다고..
창이 : (OL) 마마님! 연생이가 뭡니까 연생이가. 예를 갖춰야죠.
민상궁 : 그게 하루아침에 고쳐지냐?
창이 : 잘 했지 연생아?
연생 : ......
민상궁 : 어이구.. 연생아 아무튼 잘됐다..
오늘 아침 최상궁마마님 얼굴 봤지.. 우리 그렇게 구박하더니, 완전히..
창이 : (같이 웃는데)
민상궁 : 연생아.. 나 니 지밀상궁 시켜다오.
창이 : 나두 나두..
연생 : 아직 지밀상궁 같은 거 없어요..
민상궁 : 곧 되지. 니가 전하의 아기씨만 갖으면 숙원마마가 될텐데..
창이 : 그렇지.. 아기씨..
연생 : (부끄러운지) 그러지 마세요!
민상궁 : 그러지 말긴.. 야.. 너 아직 실감이 안 나나본데.. 너 지금..
연생 : 무서워요..
민상궁 : 무서워?
연생 : 예.. 전하께서..
민상궁 :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 조금 지나면.. 아무튼 원래 그런거야..
창이 : 히히..
연생 : 하지만 무서워도 참을 거예요.
민상궁 : 그럼 참아야지..
연생 : ..전하께 말씀 드릴거야.
민상궁 : 뭘?
연생 : 장금이랑 한상궁마마님이랑..
둘다 : (헉 놀래는)
연생 : 절대 그럴 분들이 아니라구! 꼭 말씀 드릴거야! 꼭.
민상궁 : 안돼! 안돼!. 연생아! 그건 절대 안돼.
연생 : 왜요?
민상궁 : 하여간 절대 안돼! 다른 건 다 말해도 좋은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절대.
연생 : 왜요? 왜 안 되요?
민상궁 : 이 맹추야. 그건 역모라고 역모!
연생 : 장금이랑 마마님은 그러실 분들이 아니라구요.
민상궁 : 알지. 나도 알지.
연생 : 근데 왜요?
민상궁 :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씀드려! 아주 나중에! 응?
연생 : .....
민상궁 : 안 그럼 유배간 장금이까지 죽을 수도 있어!
연생 : ..지..진짜요?
민상궁 : 그럼. 그러니까 내가 됐다 할 때까진 절대 그런 말하면 안 된다. 응?
연생 : .......
창이 : 근데 너 특별상궁 된 거 장금이는 알고 있을까?
덕구 아저씨라도 이 소식을 전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야..
민상궁 : 그러게.. 요즘은 통 사옹원에도 보이질 않고..
연생 : ......
씬29 덕구집 마당
덕구처 배는 부르지 않았지만 마루턱에 임산부마냥 앉아있다.
덕구는 마당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덕구처 : 아니 아니.. 뚜껑덮고!
덕구 : (뚜껑덮는다)
덕구처 : (덕구가 또 뭘 잘못했는지)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떡해! (일어나려 하면)
덕구 : (화들짝 달려와선) 어허.. 어딜 움직이려고.. 어딜..
덕구처 : 그러게 좀 잘해.
덕구 : 알았네. 알았어. 자네는 꼼짝 말고 가만있어. 절대 움직이면 안돼.
덕구처 : 근데 요즘 왜 이리 딸기가 먹고 싶은 게야.
덕구 : 방금 한 겨울에 딸기라 그랬나?
덕구처 : 왜? 어디 가서 따다 주려고?
덕구 : 꼭 딸기여야 하나? 다른 건 안되고?
덕구처 : 나야 뭐 괜찮지만.. 안에서 자꾸..
덕구 : (배에 대고) 진정 딸긴가? (아이목소리로) 아니.. 배. 배라는데?
덕구처 : (일어서며) 그럼.. 뭐 딸기는 내가 구하러 가든가..
덕구 : (주저앉히며) 알았어 딸기.. 구해오지.. 구해와. (하고는 나가며) 딸기코는 안되나?
덕구처 : (다시 일어나려하면)
덕구, ‘어이구 저 심술보’ 하는 표정으로 나가고..
심통맞게 보는 덕구처.
덕구 : (나가며) 장금이라도 있어야 딸기 모양나는 정과라도 만들어달라지..
이걸 어쩌나.. 이걸 어째.. 한 두달은 볶일텐데..
씬30 약방
야무지게 종아리 세대를 내리 치고 있는 장덕.
아파하는 장금.
장덕 : 기쁨은 뭐라 관련이 있다고?
장금 : 심장이요..
장덕 : 다음은?
장금 : 노여움은 간, 근심은 폐, 생각은 비, 슬픔은 폐와 관련되며
또 간이 허해서 슬퍼하기도 하고 무서움은 신장과 위에서 생기며
놀람은 혈이 음의 기운에 합치고 기가 양의 기운에 합쳐질 때 생깁니다.
장덕 : 알면서 왜 틀려?
장금 : 실수로..
장덕 : 음식에 실수를 하면 맛이 없는 거지만 의술에서 실수를 하면 사람이 상해.
장금 : ..예.
장덕 : 외울 거면 완벽하게 외우고 아니면 아예 모르는 게 나아.
장금 : ..예.
장덕 : 대답은 잘한다.
씬31 약방 밖
장덕의 잔소리에 질린 얼굴들을 하고 있는 관비들.
관비1 : 책 준 다음날부터 한 권씩 한 권씩 물어보더니 매일 매타작이 벌어지네.
관비2 : 그러게 말야.
관비3 : 참나 우리 괜히 배운다고 했으면.. 종아리 맞다 죽을 뻔했어.
관비1 : 장금이는 잘 버티긴 잘 버티네.
관비2 : 외긴 또 얼마나 잘 외.
관비3 : 잘 외면 뭐혀 어쩌다 하나라도 틀리면 어김없이 맞는데..
(몸서리를 치듯) 어이구.. 불쌍혀.
장덕과 장금은 그새 나와 병사로 가고 있다.
씬32 병사
병자들이 누워있는 가운데.. 장덕과 장금이 들어온다.
첫 번째 병자에게로 가서는
장덕 : (장금에게) 맥 짚어봐!
장금 : (당황하고)......
장덕 : 짚으라니까?
장금 : ..예..
장금.. 병자의 팔목에 대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맥을 짚는데..
장덕 : 느낌을 그대로 말해.
장금 : (신중하게 생각하다가는) 속이 빈 둥근 대파를 누르는 느낌입니다.
장덕 : (듣고는) 거 참 표현 한번 기가 막히다! 그래.. 그게 규맥이다.
장금 : (입으로 규맥)
장덕 : 규맥이 잡히면 피를 흘렸다는 징조야.. 피를 토했거나 코피나 대소변으로 피가 나왔다는거지.
이 병자는 노채(자막 : 결핵)로 피를 토했다.
다음 병자에게로 옮기면.. 장금이 또 맥을 짚고는..
장금 : ..팽팽한 활시위를 누르는 느낌입니다..
장덕 : 그건 현맥이야. 현맥은 기혈들이 모여들면서 잘 퍼지지 못할 때 생겨.
추웠다 더웠다 할 때도 현맥이 나타나는데 현맥이 한쪽에만 나타나면 담음병(痰飮病)이야.
조리하고 시료하기 어려운 게 이 맥이고
장금 : (알겠다는듯) 예..
장덕 : 외웠지? (다음 병자에게 가고)
장금.. 신중하게 가서 맥을 짚고 이제는 조금 자신이 붙어 말하는데..
장금 : 그 느낌입니다!
장덕 : .....?
장금 : 제가 궁에서 곰탕을 끓일 때 기름을 없애려고 한지를 살짝 올려놓았는데..
그것을 누를 때의 느낌입니다!
장덕 : (대단한데 하는 표정으로) 부맥이다!
장금 : (기쁘고)
장덕 : 부맥은 풍증과 허증을 나타내는데.. 부하면서 힘이 있으면 풍증이고 힘이 없으면 허증이야.
장금 : 예.
장덕 : 손끝감각은 타고 났구나.
장금 : (수랏간 시절이 떠올라 미소를 짓고)
장덕 : 이제 황제내경(黃帝內經 자막 : 가장 오래 된 중국의 의학서)에 있는
맥진법(脈診法)을 찾아서 전부 외워!
장금 : 예.
하고는 장덕이 나가면.. 장금도 따라 나가고..
씬33 기와집 앞
들어서는 장덕과 장금.
씬34 양반집 방
나이가 든 양반 하나가 아파 누워있고..
장덕과 장금 방으로 들어오는데..
양반 : (장덕을 보며) 왔느냐?
장덕 : 예.. (장금을 보며) 소갈증이 있으시다. 진맥을 해보거라.
장금 : (신중히 진맥을 하는데)
장덕 : (보고)......
장금 : 맥이 어찌어찌 하고.. (한의대 교수님들 대사를 좀.. 채워주세요) 헌데.. 열이 좀 나십니다..
장덕.. 놀라 본인이 다시 진맥을 하는데 이마를 만져보면 열이 있다.
장덕 : 어찌되신 겁니까?
양반 : (얼버무리며) 그게..
장덕, 뭔가 이상하여.. 방을 살피다가는 자신이 준 탕약이 아닌 탕약묶음을 본다.
장덕, 그 탕약묶음을 채서는 열어보는데..
양반 : 그게 아니라.. 실은 한라산에 한양서 내려온 의원이 계시는데
명약을 만들고 계신다는 소문이 있어 갔다가..
장덕, 말은 듣지도 않고.. 약재종이를 열어보는데..
그중에 마른 홍삼(건삼처럼 보이는)을 찾아내고는
장덕 : 이건 백삼 아닙니까?
장금 : .....!
양반 : ......
장덕 : (화가 잔뜩 나서) 제가 소갈에 인삼이 좋은 걸 몰라 안 쓴다고 했습니까?
양반 : 그 의원말이
장덕 : 원체 열이 많으신 체질이라.. 열을 내린 후에 쓰려고 그동안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데
저를 믿지 못하고 저는 의원을 믿지 못하는 병자는 보지 않습니다.
양반 :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그 말도 했는데..
그 의원 말이 이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써도 무방하다고
오히려 약효가 더 있다고 하는 바람에
장덕 : 인삼이면 다 인삼이지 그게 말이 됩니까?
양반 : 정말이다. 자기도 열이 많은 체질인데 먹고 있다고..
장덕 : 사기꾼입니다.
양반 : 그래 보이지는 않았는데..
장덕 : 사기꾼이 사기꾼이라고 써 붙이고 다닙니까?
양반 :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을 고쳐주고 있어..
장덕 : 예? 허면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단 말씀입니까? 어딥니까?
씬35 산 일각
씩씩대며 오르고 있는 장덕과 따르는 장금.
무슨 큰일이 날것만 같아 불안한 표정인데..
장덕 : 가만 못둬!
장금 : ......
장덕 : 제주가 멀리 떨어져 있다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줄안다.
이런 식으로 병자를 우롱할 생각을 하는 것들은! 내 당장에!
장금 : 의원이 아닙니까?
장덕 : 의원은 무슨! 한양서 왔네 하며 좋지도 않은걸 말로 구슬려서 값이나 비싸게 받아
한몫 챙겨 가려는 심산이지. 분명히 떠돌이 상인이야. 종종 그런 일이 있다.
장금 : (이런일도 있구나 싶고)......
씬36 산 움막 앞
장덕과 장금 들어서는데.. 하인이 하나 있다.
장덕 : (고함치며) 네 이놈! 너냐?
하고는 멱살을 잡는데..
하인 : 무슨 일입니까?
장덕 : 한양서 왔다 떠들고 다니는 의원놈이 너냔 말이다.
하인 : 아.. 나으리 말씀이십니까?
장덕 : 나으리는 무슨 개뿔같은! 어딨냐 그놈!
하인 : 저기 텃밭에..
장덕은 하인의 멱살을 놓고는 텃밭으로 내려가고..
하인 : (켁켁거리며) 무슨 놈의 여자 손이 저렇게 세대
장금 : (피식 웃고는 둘러보는데)
씬37 텃밭
장덕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데..
누군가 멀리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뒷모습만 작게 보이게)
장덕이 사람을 발견했는지 ‘네 이놈!’ 하며 달려가는데..
씬38 움막 부엌
들어서는 장금.
이곳저곳 조심스레 살피는데..
보면.. 양반 말대로 수삼이 있고..
그 옆을 보면.. 솥에 김이 오르고..
열어보면 수삼을 찌고 있는데.. 신기한 듯 보는 장금.
또 그 옆에는 찐 것으로 보이는 홍삼을 건조시키고 있는 것도 보인다.
하나 먹어보고.. 장금 그런 것들을 보고는 의아한 채로 나가는데..
씬39 움막 방
들어오는 장금.
작은 방안에는 각종 의서들과 온갖 병부일지들이 있는데..
장금 의서와 병부가 있자 하나씩 보며 읽는데..
읽는 장금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그러다가는 기쁜 얼굴로 뛰어나가는데..
씬40 움막 밖
장금이 나오는데..
장덕이 웬 사내 하나를 붙들어서는 오고 있다.
사내는 계속 놓고 얘기하라며 투덜대고는 오는데..
보는 장금의 눈빛에 기쁨이 묻어난다.
장금 : (반가워) 나으리!
정운백 : (동시에 반갑고 놀라) 장금아!
장금 : 어떻게 여기에?
정운백 : 그러는 너는 어떻게 된거냐?
장덕 : (그런 둘을 번갈아 보며 의아하고)..
씬41 움막 방
장금이 벌써 제주도에 오게된 사연을 얘기했다
정운백 : (분개하며) 어찌 그런일이! 하여 수라간 궁녀가 관비가 되었단 말이야!
장금 : (속상하고)......
장덕 : (속타고)......
정운백 : (측은한듯) 그래 지금은 괜찮느냐?
장금 : ..예.. 민정호 종사관 나으리도 수군만호로 와 계시고 지금은.. (장덕을 보며) 스승님 밑에서..
정운백 : 저 왈패가 네 스승이란 말이냐?
장금 : (그냥 웃는데)
정운백 : 사람 패는 걸 가르치면 모를까.. 뭔 스승이냐?
장덕 : 스승이고 왈패고 간에 내 얘기부터 합시다!
정운백 : ......
장금 : ......
장덕 : 내의원 의관까지 지냈다는 분이 사람 체질도 따지지 않고 어찌 인삼을 썼소?
정운백 : ......
장덕 : 내가 그 분의 체질을 바꾸려고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정운백 : ......
장금 : ......
장덕 : 기본을 모르는 것 아니오!
정운백 : (안되겠는지) 따라오시오. (하고는 나가고)
장덕 : (의아하게 보고)
장금 : (보고)
씬42 움막 부엌
정운백 들어오고 장덕과 장금도 따라 들어오는데..
정운백 : (인삼을 하나 들어올리며) 보시오. 이는 수삼이오.
장덕 : ......
장금 : ......
정운백 : 많은 물을 가진 수삼의 상태로는 장기간 보존이 어렵소.
그렇게 되면 인삼자체가 가지고 고유의 성분이 분해되어
그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오.
장덕 : ......
장금 : ......
정운백 : 허나 이렇게 수삼을 껍질째 찌고 다시 말려서
이런 홍삼의 상태로 먹는다면 약효 그대로를 쓸 수가 있소.
더구나 찌면 인삼의 뇌두에 있는 독성까지 사라져.. 그 약효가 더 배가 되오.
또한 열이 있는 사람이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소.
장금 : 정말이요? 어찌 알아내셨습니까?
정운백 : 실은 내가 인삼을 꼭 먹어야하는 사연이 있는데..
나 또한 열이 많은 체질이라 장복하기가 곤란하더구나..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찾던 중에 송나라의 서긍이란 자가 고려를 왔다가 쓴 기행문을 찾아냈어.
장금 : ......
정운백 : 고려도경(高麗圖經)이란 책인데.. 거기에 삼을 증숙했다는 기록이 있더구나.
장금 : (대단한 듯 보는데)
장덕 : (할말이 없고)....
정운백 : 그 병자의 열은 홍삼때문이 아니오.. 진맥은 제대로 하고 뛰어온 게요?
장덕 : ......
장금 : 헌데 인삼을 장복하셔야 하는 사연이라뇨?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정운백 : ......
씬43 움막 일각
장금과 운백이 얘기하고 있는데..
장금 : 무슨일로 그러신 겁니까?..
정운백 : (뜸들이다)..내가 복량(자막 : 복강 내 종양)이다..
장덕 : (역시 듣고는 놀라는 표정인데).....
장금 : (놀라) 예? 그럼 다재헌에 계실 때도?
정운백 : ..그래.. 그리고는 포기를 했지! 네게도 아무 것도 하지 말라 했었고
장금 : 헌데 그렇게 술을 드셨습니까?
정운백 : 잡을 수 없는 병이라면 빨리 죽는 게 낫다 싶었다.
장금 : ......
정운백 : 헌데 니가 나에게 대들지 않았느냐? 너한테서 희망을 뺏어갈 수는 없다고..
장금 : ......
정운백 : 너한테서 전염이 됐어. 하여 궁을 나왔다.
그리고는 혹 시료할 방법이 있는지 여기저기를 떠돌며 알아보고 있다.
장금 : ..잘하셨습니다. 그럼 홍삼이 그 방법이 되는 것입니까?
정운백 : 그건 확실히 모르겠다만.. 고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은 확실하다.
분명 더 심해지고 있지는 않아.
한켠에서 둘의 대화를 의미심장하게 듣고 있는 장덕.
정운백 : 실은 제주에 저 의녀가 유명하다 들어 한번 찾아가려던 중이었다.
그 의녀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냐?
장금 : 예.. 의술을 배워야 합니다..
정운백 : 잘 생각했다. 난 다재헌 있을 때부터 네가 의술을 배우면 잘 할거라 생각했다.
장금 : 의술때문은 아닙니다.
정운백 : ......?
장금 :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정운백 : 희망이라니?
장금 : 궁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요.. 관비가 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의녀뿐이랍니다.
정운백 : .....?
장금 : 궁으로 다시 돌아가 어머님과 마마님과 저를 이렇게 한 사람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입니다.
정운백 : 뭐? 응징? 복수를 하겠다는 말이냐?
장금 : 예.. 나으리.. 우선 궁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정운백 : (버럭.. 진심으로 화를 내며) 그런 이유라면 당장 배우는 것을 그만두거라!
장금 : (운백의 반응에 놀라고)
정운백 : 의술이란 사람을 고치는 일이다! 헌데 그런 분노의 마음으로 어찌 의술을 편단말이냐?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분노로 가득찬 자가 어찌 침을 들 수 있어! 당장 때려치거라! 당장!
장금 : (당황하는데)
장덕 : (E) 왜 안된단 말이오!
정운백과 장금, 놀라 보면.. 장덕이다..
장덕 : 나도 분노로 침을 들었소!
정운백 : ......
장금 : ......
장덕 :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해 침을 들었단 말이오!
장금 : ......
정운백 : ..그게 의녀로서 할 수 있는 소리요?
의술을 펼치는 자가 꿈에라도 가질 수 있는 생각이냔 말이오!
장덕 : 난 의녀이기 전에 사람이오!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분노를 제 몸에 병이 들었다고
술이나 퍼마시는 사람이 알 수나 있겠소? 죽어지지도 않는 사람의 분노를 알 수나 있겠냐구!
하고는 장금의 손을 나꿔 채 가버리는 장덕.
보는 정운백..
씬44 산길
장금의 손을 끌고는 내려가는 장덕..
장금은 장덕의 흔들리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씬45 관아 마당
장금이 지붕 쪽으로 사다리를 대고 있다.
장덕이와 장금이는 보고 있다.
장덕 : (장금에게) 올라가 와송(瓦松)을 따오너라.
장금 : 와송이면..
장덕 : 오래된 기와의 이끼말이다.
장금 : ..예..
하고는 장금은 올라가는데..
지붕위로 올라간 장금.. 기와에 있는 이끼를 따는데..
아래의 장덕을 보면.. 울고 있는 듯도 보인다.
씬46 약재창(밤)
장덕이 와송을 놓고는 보고만 있다.
열린 문틈으로 그런 장덕을 보는 장금.
씬47 감영 전경(다음날 아침)
씬48 약방
둘이 앉아서 의서를 보고 있다.
장덕이 표정이 뭔가 다른 모습인데..
장덕 : 서로 비슷한 맥을 말해봐.
장금 : 부맥과 규맥은 서로 비슷하나 부맥은 끊어지지 않고 규맥은 끊어집니다..
현맥과 긴맥도 현맥은 활시위와 같고 긴맥은 꼰 새끼줄 같습니다..
활맥은 맥 오가는 것이 줄줄 나가고 삭맥은 한번 숨쉴 동안 여섯 번 뜁니다..
장덕 : (OL) 뇌맥과 실맥은?
장금 : 뇌맥은 가라앉으면서도 힘이 있고 (자신없게) 실맥은..
장덕 : ......
장금 : (바로 종아리 맞을 자세로 일어나려고 하면)
장덕 : (OL) 실맥은 뜨면서 힘이 있다.
장금.. 심각한 표정은 처음 보기에.. 어찌해야하나 하는데..
구만이 약방으로 들어온다.
구만 : 저....
장덕 : 왜?
구만 : ..일러주면 안 되는데..
장덕 : 그럴 걸 왜 들어왔어?
구만 : 아무튼.. 그 동안 공을 들이기에 얘기하는 건데.. 그 유배자 병세가 악화되었는지 급히 찾는데..
장덕 : ......!
장금 : ......
조용히 나가는 장덕.
장금 의아한 채로 보는데..
씬49 관아 앞
장덕이 평소와는 다른 표정으로 나오고 장금도 뒤따라 나오는데..
정운백이 화난 얼굴로 오고있다.
정운백 : 난 참을 수가 없소! 정 분노를 삭일 수가 없다면 분노나 의술 중 하나를 택하시오!
장덕 : (듣고만 있고)
장금 : ......
정운백 : 더구나 장금이를 그런 자에게 배우게 하는 것은 더욱 할 수가 없소!
(하고는 장금이를 데리고 가려는데)
장덕 : (운백에게) 따르시오.
정운백 : (의아하고)......
장금 : (의아하고)......
장덕.. 아무말 없이 앞서 가는데.. 정운백과 장금도 따라간다.
씬50 유배자 방
유배자가 몹시 아픈지 누워있고.. 장덕과 정운백 장금은 보고 있는데..
장덕 : (운백에게) 맥을 짚어보시오.
운백 : (잠시 머뭇거리다가)......
운백.. 뭔가 떨떠름 하지만 신중히 맥을 짚어보는데..
짚다가는 뭔가 잡히는지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놀라 장덕을 보는데..
장덕 : .....!
장금.. 그런 둘의 표정을 의아하게 보는데
장덕이 나간다.
씬51 일각
장덕과 정운백 장금이 나와있다.
장덕 : 당신과 같은 병이요..
장금 : (놀라고).....!
정운백 : (역시 맞구나 하는 표정)
장덕 : 방법을 알고 있소.
정운백 : (놀라 보고).....!
장금 : (놀라 보고).....!
장덕 : 수년간 그 병을 시료해 보고자 찾다가 약재를 발견했소.
정운백 : 시료를 해보았소?
장덕 : 다른 자에게 시료를 해.. 효험을 보았소.. 허나,
장금 : ......
정운백 : ......
장덕 : 저 자에게는 아직 시료하지 않았소.
장금 : ......?
정운백 : ......?
장덕 : 저 자가 내 원수요.
장금 : ......
정운백 : ......
장덕 : 난 저 자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의술을 배웠고 궁으로 갔소
또 저 자가 이곳으로 유배를 왔기에 제주의 의녀로 왔소.
장금 : ......
장덕 : 저 자는 연산군조때 채홍사(採紅使 자막 : 여자를 왕에게 바치기위해
지방에 파견하였던 벼슬아치)였소. 직책을 이용하여.. 반가의 더구나 유부녀였던 내 어머니를
폐주 연산군의 여자로 들여보냈소. 어머니는 자진을 하셨고..
아버지께서도 끝내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자진을 하시자..
다음엔 우리 집안을 불경으로 몰아 몰락시키고 재산을 가로챘소.
장금 : (놀라고)......
장덕 : 나는 우리 집 노비에 의해 길러지고.. 관비가 되었소..
장금 : ......
정운백 : ......
장덕 : 내가 사내라면 무술을 배워 원수를 갚았을 것이나.. 계집이기에 의술을 배웠소.
또 남들이 살리는 침을 배울 때 나는 살리는 침과 죽이는 침을 같이 익혔소.
남들이 살리는 약재를 배울 때 나는 살리는 약재와 죽이는 약재를 같이 익혔소.
그리고 지금 누구나 알아주는 의원이 되었소.
장금 : ......
정운백 : ......
장덕 : 살려야하오?
정운백 : ......
장덕 : (장금에게) 살려야하니?
장금 : ......
씬52 약재실
장덕이 와송을 바라보고 있다.
장금.. 역시.. 생각에 잠겨있다.
씬53 주막방(밤)
정운백과 민정호 술상을 가운데 놓고 앉아있는데..
정운백 화가 나는지 술 한사발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정운백 : 말리셔야합니다.
민정호 : ......
정운백 : 나으리께서는 관직에 계시니 수의녀를 말릴 수 있는 위치에 계십니다.
민정호 : ......
정운백 : 나으리!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그 사람은 원수가 아니고 병자이고 수의녀도 사람이 아니고 의원입니다.
민정호 :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운백 : 나으리! 이미.. 그 자는 벌을 받은 것입니다. 유배를 왔고 난치의 병에 걸렸습니다.
민정호 : 그러니 그건 수의녀가 결정할 일입니다.
정운백 : 나으리!
민정호 : 정주부도 이 일에는 관여치 마십시오.
정운백 : 저는 그리는 못합니다. 수의녀가 뛰어난 의원인걸 알기에 그리 못하고
장금이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자이기에 그리는 못합니다.
민정호 : ......
씬54 약방(밤)
장덕과 장금 아직도 그대로 인채 있는데..
장덕 고민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씬55 감영 전경(아침)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데..
장덕이 나와 어딘가로 간다.
장금도 나와서는 따라간다.
씬56 유배 처소 마당
들어서는 장금과 장덕
씬57 유배 처소
장금과 장덕 들어오면.. 이미 정운백이 와있다.
장덕 : 물러서시오!
정운백 : 안되오! 내가 할 것이오!
장덕 : (정운백을 노려보는데)
운백, 눈빛에 눌려 조용히 물러선다.
장덕.. 장금이 주는 침통에서 침을 꺼내어 잡는데..
잡은 손끝이 살짝 떨리고.. 불안한 얼굴로 보는 정운백.
장덕이 이제는 손끝에 힘을 주어 바늘을 쥔다..
정운백과 장금.. 시선이 고정되는데..
장덕.. **에 침을 놓을 듯 하다. (안좋은 곳이겠죠)
경악하는 정운백.
그런 정운백을 보고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장금.
다시.. 장덕을 보는데..
장덕.. 그 곳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는데..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눈에는 눈물이 맺히는데..
불안한 운백과 장금.
장덕.. 시침의 위치를 옮겨 마침내 시침을 하는 장덕.
안도하는 정운백과 다행스러운 장금.
장덕은 여기저기 몇 군데 더 침을 놓고는..
장덕 : 와송과 홍삼, 육계, 건강, 계지, 천오를 넣어 탕약을 올리거라
장금 : ..예.
하고는 장덕은 나가고..
보는 장금과 운백
씬58 유배 처소 마당
정성껏 탕약을 끓이는 장금. 얼굴은 복잡한 표정이다.
씬59 광
벌써 둘 다 광에 갇혀있는 장금과 장덕.
장금 : ......
장덕 : 분노로 가득 차 궁으로 돌아가겠다는 네가 처음부터 맘에 들었다.
장금 : ......
장덕 : 의술을 가르치자 그때 결정했어.
장금 : 제가 복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요?
장덕 : 아니.
장금 : .....?
장덕 : 너도 나같은 고뇌에 빠트릴려고.
장금 : ......
장덕 : 정운백이라는 자의 말이 맞다. 분노로 가득 찬 자는 뛰어난 의원이 될 수 없어.
날 봐서 알지 않느냐?
장금 : ......
장덕 : 분노로 인해 뛰어난 의원이 되었으나 분노와 의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분명히 온다.
장금 : ......
장덕 : 이제 나의 고뇌는 너에게로 넘어갔어.
장금 : ......
장덕 : 나는 네가 분노를 푸는 것과 의술을 이루는 것 둘 다를 이루기 바래. 그게 내 진심이다.
씬60 길
조금 빠른 걸어가는 장금.
그런 장금의 모습 위로 장덕의 오프멘트 깔리는데..
장덕 : (E) 정운백이라는 자의 말이 맞다. 분노로 가득 찬 자는 뛰어난 의원이 될 수 없어.
장덕 : (E) 분노로 인해 뛰어난 의원이 되었으나..
분노와 의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분명히 온다.
장덕 : (E) 이제 나의 고뇌는 너에게로 넘어갔어.
씬61 절벽
망망대해가 보이는 절벽 끝에 장금이 서있다.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서 있는데.. 장금의 치마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그 치마 끝을 따라서 카메라 돌아가면..
한켠에서 이런 장금의 모습을 보고 있는 민정호.
민정호 : (E) 저는 서나인께서 이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덕 : (E) 뭐가 되도 되는 사람들의 특징이 뭔지 알어?
장덕 : (E) 단순하고 열정적인 거야.
장덕 : (E) 허나.. 중요한 건 두 번째다. 현실을 알고 그 위에 서는거야.
장덕 : (E) 사람을 끌어들일줄도 알아야하고.. 힘을 행사할 줄도 알아야해.
이제 넌 그 두 번째 에 도전할거고.. 그 도전에 성공하면.. 내 바람대로 둘 다 이룰 수 있겠지.
결의에 찬 장금의 표정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